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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수필]
박 씨와 내가 교대로 송아지를 안고 걸었던 길은 삼십 리 밤길. 밤이슬 내리는 등때기며 목덜미는 써늘해도 송아지를 안은 가슴은 따스했다. 박 씨가 교대를 해 주느라고 내 가슴에서 송아지를 앗아 가면 가슴이 갑자기 써늘해졌다.
[ 23 ] 덕재 2 / 배내똥
2019. 12. 11 by 김홍성 시인
ⓒ김홍성 

 

 

배가 크게 부르고 젖이 부푼 암소들의 가랑이를 잘 관찰하면 송아지를 낳을 날이 가까운 암소를 가려낼 수 있었다. 가랑이에 이슬이 흐르면 해산이 가까워진 암소였다. 이슬을 미처 못 보고 방목장에 데리고 나가면 곤욕을 치르게 된다. 혼자 슬그머니 무리에서 이탈하여 어딘가에 숨어서 송아지를 낳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찾아갈 때까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격장은 사방이 30리 씩 된다는 광활한 분지였다. 분지를 둘러싼 사방의 산에서 내려온 능선들이 크고 작은 골짜기를 이루고 있어서 과연 어느 자락에 숨어들어 새끼를 낳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우리가 이 골짝 저 골짝 뒤지며 어미 소와 송아지를 찾아 낸 시각은 다행히 아직 해가 있을 때였다. 서너 그루의 버드나무들이 제멋대로 자라며 우거진 옛 집터 같은 곳에 그들이 있었다.

 

어미 소는 편안히 앉아 되새김질을 하고 있었고, 갓 난 송아지는 어느새 일어서서 걸음마를 하고 있었다. 뒤뚱뒤뚱 걸음마를 하던 송아지가 똥을 쌌다. 그 똥은 어미 뱃속에 있을 때 생긴 배내똥이었다.

 

송아지 배내똥은 냄새가 없다. 주물러도 손에 묻지 않는 밀가루 반죽 같다. 까맣고 말랑말랑하고 보드랍다. 박 씨는 배내똥을 뭉쳐서 나에게 내밀었다. 종기 난데다 고약처럼 붙이면 종기가 낫는다면서 여드름에도 좋을 거라고 했다.

 

박 씨가 어미를 몰아 앞장서고 내가 송아지를 안고 그곳을 빠져 나왔을 때는 어느새 서쪽 하늘에 개밥별이 떠 있었다. 개밥별은 우리가 저녁을 먹고 마을로 막걸리 사러 갈 때 서쪽 산 능선 위에 보이는 별이다.

 

박 씨와 내가 교대로 송아지를 안고 걸었던 길은 삼십 리 밤길. 밤이슬 내리는 등때기며 목덜미는 써늘해도 송아지를 안은 가슴은 따스했다. 박 씨가 교대를 해 주느라고 내 가슴에서 송아지를 앗아 가면 갑자기 가슴이 써늘해졌다.

 

어미는 마음이 안 놓이는지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음머음머 울었고, 송아지도 배가 고픈지 음메음메 보챘다. 갈 길이 바쁘지만 송아지를 잠시 어미 곁에 내려주면 송아지는 어미젖에 주둥이를 쿡쿡 박아가면서 젖을 빨았다.

 

그 다음 날부터 며칠은 그 어미 소와 송아지를 목장에 놔두고 방목을 다녔다. 얼마 후부터는 어미만 방목장에 데리고 나가게 되었는데, 이 어미가 종일 안절부절 하더니 저녁이 되어 목장으로 돌아갈 때는 무리의 맨 앞에 섰다.

 

어미 소는 목장 넘어가는 고개로 접어들자 냅다 뛰면서 음머어 음머어 새끼를 불렀고, 목장에서 그 소리를 들은 송아지가 고개 위에 나타나더니 음메에 음메에 하면서 어미에게 달려왔다. 달려 와서는 어미젖을 빠는데 어찌나 격렬하게 빠는지 어미 소가 뒷다리를 움찔거렸다.

 

사실 나는 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의 말귀를 못 알아듣는 짐승인지라 다루기가 쉽지 않고 심하게 다루면 뒷발질을 하는 놈들이었다. 게다가 똥이고 오줌이고 선채로 아무데나 싸는 놈들 아닌가. 하지만 갓 난 송아지를 품에 안고 밤길을 걸어 본 후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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