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교가 끝나가는 시간의 서울경마공원의 승마장 앞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전날에 비가 왔고, 날씨가 조금 쌀쌀하여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경마공원역에서 빠르게 걸어 올라오자니 조금 더워 승마장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던 것이다.주로에선 한산한 주로에서 달리는 마필들의 모습을 보고, 승마장에선 눈가리개를 쓰고 조마삭 훈련을 하는 마필과 구보하는 다른 마필들을 봤다. 오직 겨울 때의 큰 경주를 위해 자리를 먼저 선점하기 위하여 줄을 서야 할 때에만 이렇게 이른 시간대에 오곤 했다.나는
“너티가 이기려면 히트를 마킹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요.” 나는 어느새부턴가 너트플레이를 너티라고 부르고 있었으며 다른 이들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그 주장을 설파했다. “적어도 같은 선에서, 아니면 앞서나가야만 해.”그 주장에는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주관적 근거가 있었다. 그것은 한 달 전 해럴드경제배때의 경험이었다. 그 경주 당시 너트플레이와 조재로 기수는 글로벌히트와 김혜선 기수를 바로 뒤에서 마킹한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고, 그것을 눈치챈 김혜선 기수가 글로벌히트의 질주를 늦추면서 후발주자들이 감히 그녀의 호흡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영국의 클래식 경주 첫 관문인 G1 1,000기니 스테이크스(1,000 Guineas Stakes)와 G1 2,000기니 스테이크스(2,000 Guineas Stakes)가 이제 2주 남았다. 어떤 말이 클래식 경주에 도전하고 어떤 말의 우승이 유력한지 슬슬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한편 1,000기니와 2,000기니에 도전하는 경주마 대부분이 2세 시절 경주에 나서 주력을 검증받고, 남은 기간 부족한 부분을 준비하기 위해 몸을 만들고는 한다. 하지만 일부는 성장 시점이 뒤늦게 찾아와 데뷔를 늦게 하곤 한다. 이런 말들은 중요한 경주
봄은 정말 빠르게 모습을 바꾼다. 마치 도둑이 봄을 훔쳐 달아나는 것만 같다. 비는 내리지도 않았는데 꽃잎이 진다. 가지에서 새 잎이 돋아나고, 우리는 문득 길을 걷다 초록색으로 바뀐 거리를 보며 벌써 봄이 저 멀리 도망치고 있음을 깨닫는다.재빠른 봄의 달리기를 쫓을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수많은 특별경주가 겹친 SBS스포츠 스프린트의 일요일은 맑은 하늘과 땡볕을 머리 위에 두고 시작했다. 우스갯소리로 대한민국에겐 오직 겨울과 여름뿐이라고 했던가. 일주일의 시간은 봄에겐 너무 빠른 시간이었고, 수많은 관람객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4월 11일에서 13일 영국의 아인트리(Aintree) 경마장에서 2024 아인트리 그랜드 내셔널 페스티벌(Aintree Grand National Festival)이 열렸다. G1 11개 경주, G2 2개의 경주가 열리는 대형 장애물 경주 일정이지만, 이 페스티벌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주는 G1도 G2도 아니다. 마지막 날인 토요일에 열리는 프리미어 핸디캡(Premier Handicap, G3에 해당) 경주에 모두가 주목한다. 이 경주의 이름은 그랜드 내셔널(Grand National). 페스티벌 이름의 어원이 된 그 경주이다. 아
사진가들은 봄 벚꽃 철만 되면 눈에 불을 켜고 벚꽃 스팟을 찾아다닌다. 나는 매번 같은 곳에서 다른 벚꽃을 맞이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사람이라 많은 스팟을 돌아다니진 않는 편이다. 기껏해야 여의도의 윤중로와 그곳의 벚꽃이 지기 시작할 때 즈음 집 주변의 수 킬로미터 뻗은 벚꽃길을 카메라와 함께 걸어 다니곤 한다.하지만 작년 여름 때부터 경마에 입문하여 그 해엔 그곳에서 벚꽃을 볼 일이 없었던 내 눈에 띈 렛츠런파크서울을 홍보하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의 벚꽃야경 게시글은 충분히 기대끌만 한 것이었다. 그 풍경을 기억하는 몇몇 사람들도
전편에 이어서 이번 화에서도 2024년 영국과 아일랜드 클래식 노선에서 활약할 경주마를 다룰 것이다. 전편에서는 어떤 수말이 경쟁력이 있는지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주목할 만한 암말 네 마리를 소개할 것이다. 포르타 포르투나(Porta Fortuna) / 2021년 1월 22일 / 아일랜드 레이팅: 110포르타 포르투나는 6펄롱 G1에서 두 차례 우승한 단거리 경주마 카라바지오(Caravaggio)의 자마이다. 거기에 모부마 또한 단거리 G1을 두 차례 우승한 홀리 로만 엠퍼러(Holy Roman Emperor)이다. 단거리에 특출난
렛츠런파크부경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꽃봉오리가 막 올라온 수도권과는 다르게 부산은 이미 포슬포슬한 벚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고 있었고, 사뭇 비슷하면서도 다른 거리의 분위기는 마음을 들뜨게 했다. 렛츠런파크서울은 벚꽃 없는 벚꽃잔치중일 때 부경은 좀더 빠른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부경의 여왕의 이름을 딴 대상 경주가 있는 날에 어울리는 풍경이었다.부경의 경마는 서울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았다. 관람대가 조금 더 작았고, 놀라운지 대신 어린 자녀를 동반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루키존이 있었으며,
영국과 아일랜드 3세 경주마의 최강을 가리는 클래식 경주의 시작이 이제 한 달 남았다. 5월 4일과 5일 뉴마켓(Newmarket)에서 열리는 G1 2,000기니 스테이크스(2,000 Guineas Stakes)와 G1 1,000기니 스테이크스(1,000 Guineas Stakes)를 시작으로, 5월 25일과 26일에는 커레(Curragh)에서 G1 아이리시 2,000기니 스테이크스(Irish 2,000 Guineas Stakes)와 G1 아이리시 1,000기니 스테이크스(Irish 1,000 Guineas Stakes)가 열릴 예
퀸즈투어의 첫 관문 동아일보배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즐거운여정과 원더풀슬루의 라이벌리즘에 대한 것이었다. 즐거운여정은 원더풀슬루와 맞붙어 단 한 번을 제외하고 전부 우승을 따내었다. 원더풀슬루는 언제나 즐거운여정의 뒤를 바짝 쫓는 추격자였지만, 트리플 티아라를 뛰어넘는 것은 오직 한 번뿐이었다.나는 그 둘 중 즐거운여정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 아이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즐거운여정의 트리플 티아라의 마지막 여정인 경기도지사배는 나의 첫 대상경주 촬영이었고, 그때의 열기가 내 마음 한켠에 불꽃을 지폈다.
* 본 글은 어떠한 광고도 받지 않고 작성되었습니다.많은 경마 팬은 경마를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경마를 주제로 2차 텐츠를 만들어 공유하고, 어떤 사람은 경주마의 지분을 판매하는 클럽에 가입해 마주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게임을 통해 가상의 현실에서 마주가 되어 경마에 참여하기도 한다.그러나 시중에 출시된 경마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서구권에서 출시한 게임으로는 휴대폰 게임에서 출발한 라이벌 스타즈 호스 레이싱(Rival Stars Horse Racing) 외 눈에 띄는 게임이 없으며, 경
한국마사회가 6월에 시작하는 온라인 베팅 서비스를 위해 스마트폰 앱의 이름을 정하는 공모전을 개최한다.한국마사회는 3월 18일부터 4월 7일까지 온라인 베팅을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이름을 찾는 공모전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6월에 온라인 베팅 서비스를 정식으로 운영할 계획인 한국마사회는 이를 통해 건전한 경마 문화 조성과 불법 사행산업 근절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모바일 앱을 사용하면 사용자들이 사업장 밖에서도 베팅 티켓을 구매할 수 있으나, 구매 연령과 구매 한도 등에 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구매 연령은 19세에서 2
황사가 들이닥친 봄의 어느 날이었다. 바람이 불었지만 황사를 걷어내긴커녕 오히려 쌀쌀함만을 더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맑고 더웠다. 나는 하루 만에 얼굴을 바꾸는 날씨에 의문을 표하고 황사 너머로 뿌옇고 흐릿한 관악산을 보며 예시장으로 향했다.바깥공기가 좋지 않더라도 재빨리 예시장으로 가 자리를 잡아야만 했다.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경마 팬들이 예시장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부경의 다섯 번째 경주가 채 끝나기도 전에 예시장의 가장 낮고 가까운 자리로 갔다.부경의 경주가 끝나자 팬들이 몰려들어 예시장을 가득 채웠다. 그
영국 현지시각으로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영국과 아일랜드 경마를 통틀어서 가장 큰 장애물 경주 일정인 첼트넘 페스티벌(Cheltenham Festival)이 열렸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동안 27개 경주**가 치러졌고, 장애물 경주마에게 클래식 경주와 비슷한 성격인 허들 경주 G1 트라이엄프 허들(Triumph Hurdle)과 펜스 경주 G1 아클 챌린지 트로피(Arkle Challenge Trophy), 현역 최강 허들 경주마를 가리는 G1 챔피언 허들(Champion Hurdle), 2마일 펜스 최강마를 가리는 G1 퀸 마더
영국 현지시각으로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영국과 아일랜드 경마를 통틀어서 가장 큰 장애물 경주 일정인 첼트넘 페스티벌(Cheltenham Festival)이 열린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동안 28개 경주가 열리며, 그중 G1이 14개가 포함되어 있다. 이 기간에 치러지는 대표적인 경주로는 장애물 경주마에게 클래식 경주와 비슷한 성격인 허들 경주 G1 트라이엄프 허들(Triumph Hurdle)과 펜스 경주 G1 아클 챌린지 트로피(Arkle Challenge Trophy), 현역 최강 허들 경주마를 가리는 G1 챔피언 허들(Cha
경마계에는 클래식 세대라고 불리는 세 살짜리 경주마만 나설 수 있는 특별한 경주들이 있다. 같은 세대에서 최강이 누구인지를 겨루기 위해 동년배만 붙을 수 있는 전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수많은 경주 중 최고의 명예가 걸린 세 종의 경주를 우승한 경주마에겐 삼관마(Triple Crown)라는 불멸의 칭호가 붙는다.각 나라마다 자기만의 삼관을 구성하는 경주가 있다. 영국 경마의 경우 수말은 2,000기니 스테이크스(2,000 Guineas Stakes)와 더비(Derby)를 이긴 말이, 암말은 1,000기니 스테이크스(1,000 Guin
영국 헌정사에서 최악의 총리로 손꼽히는 인물은 프레더릭 노스(Frederick North, 1732-1792)이다. 1770년부터 1782년까지 영국 제12대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끊임없이 전쟁이 이어졌다. 그의 업적(?) 중 교과서에 가장 인상적으로 기록된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의 임기 중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독립을 선언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는 역사상 두 번째로 불신임 투표로 물러난 총리이며, 최초로 그가 이끄는 내각이 불신임 투표 결과로 물러나게 되었다. 오늘 소개할 경주마인 로드 노스(Lord North)는 이런
오는 2월 23~24일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경주인 사우디 컵(Saudi Cup, G1)을 비롯해 유수의 경주가 열리는 사우디 컵 미팅(Saudi Cup Meeting)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출신 말 외에도 미국, 일본, 영국, 홍콩 등 전 세계의 준마가 거액의 상금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오늘 소개할 말은 총상금 2,000만 달러의 사우디 컵에 출전하는 말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이 말은 사우디 컵에 출전하려고 준비했다가 막판에 네옴 터프 컵(Neom Tur
2024년 2월 3~4일 더블린 레이싱 페스티벌(Dublin Racing Festival)이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인근 레퍼즈타운 경마장(Leopardstown Racecourse)에서 열렸다. 더블린 레이싱 페스티벌은 장애 매년 2월 첫 번째 주에 열리는 대회로, 아이리시 골드 컵(Irish Gold Cup), 아이리시 챔피언 허들(Irish Champion Hurdle) 등 아일랜드 장애물 경주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가 열리는 기간이다. 올해 페스티벌에는 양일 합계 36,020명이 레퍼즈타운 경마장을 찾아 18개의 경주를 관람했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활동하는 장애물 경주마 대부분은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허들에서 펜스로 종목을 변경한다. 이유는 하나다. 펜스 경주에 걸린 최소 상금이 허들 경주에 걸린 최소 상금보다 많기 때문이다. 2022년 영국경마협회(BHA)가 발표한 2023년 경주 최소 상금 기준에 따르면 펜스 경주 G1 오픈전의 최소 상금은 15만 파운드(한화 약 2억 5,400만 원)인 반면, 허들 경주 G1 오픈전의 최소 상금은 10만 파운드(한화 약 1억 6,952만 원)이다. G1보다 수준이 낮은 경주에서도 펜스 경주의 상금이 허들 경주의 상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