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불법도박 확산방지 국제심포지엄
‘불법도박 방지’에 국내외 전문가 “합법 경쟁력 강화해야”
해외 불법도박 정책 공유, 적극적 단속 필요성 한 목소리

국내 최초로 개최된 불법도박 확산방지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국내외 각계 전문가들이 불법도박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선 합법사행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22일 오후 2시부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김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의 주최, 한국형사정책연구원(KIC)·중앙일보 공동주관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불법도박 확산방지 국제심포지엄’이 대성황을 이뤘다.
이날 심포지엄은 국회 농해수위의원들과 윈프레드 홍콩자키클럽(HKJC) 최고경영자(CEO), 스콧 토마스 매튜 전 말레이시아 경마재결위원 등 아시아 지역 산업 관계자, 각계 전문가, 국회관계자, 한국마사회 관계자, 일반 시민들을 비롯해 약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공동 주최자인 김우남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지난 10년간 합법사행산업의 조세수입과 기금이 각각 19조 9124억원, 20조 4598억에 달한다. 합법사행산업의 부작용은 관계기관과 정부, 국회 등의 면밀한 관리와 조절이 필요하지만, 합법사행산업은 국가제정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갈수록 불법도박이 성행하면서 국가재정에 기여하는 합법 사행사업의 긍정적 효과가 퇴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고려대 산학연구단에서 발표한 불법사행산업 규모는 75조 1474억으로 파악됐지만, 불법도박은 음성화되어 실제 정확한 시장규모와 이에 대한 부작용을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에 시의적절한 시기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불법도박 확산방지를 위한 국제심포지점은 의미있는 시간이 되어, 국내외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한 금번 심포지엄을 통해 국내 불법도박 관리정책에 대한 실질적 토론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제시되는 전문가들의 좋은 의견을 귀담아들어 의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전세계 불법베팅 현황 및 HKJC의 대응
성공적으로 불법도박 단속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홍콩에서, 윈프레드(WinFried Engelbrecht-Bresges) 홍콩자키클럽(HKJC) CEO, 마틴 퍼브릭(Martin Purbrick) HKJC 공정관리처장 등이 참석해 전 세계 불법베팅 시장의 성장과 문제점을 소개했다.
불법 사행산업이 성행하면서, HKJC를 통할 경우 사회로 환원될 자금들이 범죄조직의 자금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불법시장이 성행하는 이유로는 높은 환급률과 리베이트, 외상 베팅 등 사용자 편의 면에서 제도권 사행산업과는 격차가 있는 경쟁력, 단속을 회피할 수 있는 기술수준 확보, 공격적인 마케팅 등을 들었다.
HKJC은 합법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범정부적인 단속노력을 통해 불법시장이 합법시장을 잠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홍콩의 상황을 설명했다. 마진율을 17.9%에서 15.7%로 낮추어 매출을 56% 이상 끌어올린 홍콩의 축구베팅, 다양한 베팅유형을 개발한 경마와 스포츠베팅을 경쟁력 강화의 예로 들었고 불법베팅 단속을 위해 경찰과 내무부는 물론 언론, NGO, 금융기관과 포털사이트 운영자까지 협조체계를 구축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력한 온라인 사용자환경을 구축한 불법조직들이 한국을 타겟으로 해외에 서버를 운영하며 활동 중인 사례를 소개해, 한국이 지금 불법도박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지 못 한다면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음을 경고했다.
마틴 퍼브릭 HKJC(홍콩자키클럽) 공정관리처장도 ‘전세계 불법베팅현황 및 HKJC의 대응’ 발제를 통해 “아시아인 운영 서버 통한 불법베팅이 전체의 약 70%(5천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범죄조직의 자금원 역할을 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HKJC는 불법베팅 억제를 위해 세제개편과 잃은 금액의 10%를 리베이트로 주는 등 가격경쟁력 강화와 함께 불법베팅의 타깃이 될 수 있는 큰 손 고객 관리를 위한 멤버십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디지털 플랫폼 개발 및 운영, 경찰·내무부·언론사·학계 등 광범위한 협력체계 구축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불법도박에 점령당한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의 상황은 ‘불법도박에 점령당한’이라고 표현할 만큼 심각했다. 말레이시아의 불법시장은 79억MYR(링깃, 약 2조4천억원)으로, 2013년 경마매출액인 7억MYR을 11배 이상 상회하는 실정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경마 심판위원을 지낸 스캇 토마스(Scott Thomas Matthews)는, 말레이시아는 전통적으로 북메이커에게 베팅을 하는 것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전화를 이용한 불법베팅이 성행하고 있으며, 불법베팅의 성행으로 말레이시아 경마매출이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4년 사이에 47%의 매출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는 불법조직들이 폭력배를 동원하여 경마시행체 소속 직원에 대해 테러를 가하는 등 정부의 통제력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호주의 빅토리아 주에서는 최근 불법베팅 차단을 위해 주 경찰기관과 경마시행체가 MOU를 체결하는 등 공조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도 정부기관과 시행체들 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불법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불법도박에 위협받는 한국시장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석구 연구위원은 2006년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출범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이하 사감위) 정책방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합법시장과 불법시장을 아울러 사행산업 잔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던 사감위가 합법 사행산업의 통제에만 몰두해왔다고 지적했다. 그새 불법시장은 불법사설경마,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한 불법스포츠베팅까지 급속히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의 불법시장을 100조원 규모로 추정하며, 사감위에 정례적인 불법도박 실태조사와 불법시장을 합법시장으로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방향의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불법시장과 해외로 유출되는 사행산업 수요를 합법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환급률과 베팅방식 등의 개선을 통해 합법 사행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범정부적인 단속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지하경제를 형성하고 있는 자금을 수면 위로 드러내 사회적 자본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불법 도박 시장을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는 범정부적 단속기구를 설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불법 사행산업 감시·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접수된 사건을 조사하거나 수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감위는 신고 내용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할 수 있는 권한밖에 없다. 2009년 불법 도박을 감시하는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었으나 처리되지 못했다.
강 연구위원은 “불법 도박은 점조직으로 운영되면서 대포폰과 차명계좌로 회원 관리를 하는 조직적 범죄집단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단속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단속기구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불법 도박 조직의 수익금을 철저하게 환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많게는 수천억원대 수익을 올리는 이들 조직에 수천만원 수준의 벌금은 지나치게 가볍다는 얘기다. 형법상 도박개장죄와 복표발매죄는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불법 스포츠 베팅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강 연구위원은 “천문학적인 기대수익에 비하면 그 정도 처벌은 감수할 정도가 돼버린다”며 “범죄수익환수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도박으로 얻은 수익을 강력하게 환수한다면 불법 도박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합법적 사행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해법으로 제시됐다. 강 연구위원은 “불법 사행산업 수요를 합법시장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지금까지 합법적 사행사업에 대해서만 매출총량제를 실시해 왔으나 앞으로는 불법 사행산업도 포함시켜 통합 매출총량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가 진행돼, 한국내 불법도박 확산방지를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첫 토론자를 나선 박성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은 사감위의 탄생 배경과 정의, 역할 등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사감위가 출범당시 불법도박게임 근절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진행과정에서 단속권이 인정되지 않아 불법도박에 대해 손을 떼고 합법부분에 제도적인 규제를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또한 “사감위내에 조만간 불법도박 단속반이 구성될 예정으로, 국회에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준 것에 감사한다. 앞으로 불법도박 단속에 대한 예산과 조직,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경쟁체제 등을 도입해 시장을 확대하고 양성화 하는 것도 불법시장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으며 박성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은 불법도박 단속을 위한 예산·조직·협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종화 광운대 범죄학과 교수는 “합법 사행사업 규제가 불법도박 근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고 밝혔으며 홍덕화 중독예방시민연대 대표는 “100조원이 넘는 불법도박 시장을 막으면 공무원 연금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천기홍 대검찰청 강력부 검사는 “최근 온라인 사행성게임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며, “검찰에서는 지하경제를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며, 게임제조·공급업자의 원천봉쇄를 위해 온라인의 수익에 대한 환수를 통해 불법도박 방지에 노력할 것이다. 또한 도박중독치유센터와 연계해 재범 감소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법도박 확산을 막기 위해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인식에선 불법과 합법을 경쟁구도로 보고 있는데, 불법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참여자 입장에서 불법도박으로 유입을 막으려면 다른 대안을 마련해주고, 합법사행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본의 경우 불법도박은 도박이라고 부르고 합법 사행산업은 갬블(Gamble)이라고 부른다”면서 “합법 사행산업은 건전한 레저로 발전시키고 불법도박은 합법 사행산업에 흘러들어가는 이익과 관련 없이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덕화 중독예방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사감위 태생이 국가적 재앙이었던 바다이야기였다. 현재는 불법도박이 보이지 않는 재앙이다. 진화하는 불법도박을 국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불법도박을 막기 위해선 합법사행산업을 법이 뒷받침해야 한다. 구매상한선, 환급률 등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들의 토론회가 끝나고 방청객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김문영 본지 발행인은 “합법사행산업은 각 분야별로 관련법으로 관리·감독을 받고 있지만, 사감위법으로 인해 옥상옥의 이중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법도박 확산방지를 위해 합법사행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만큼 사감위를 출범 의의에 맞게 불법도박관리감독위원회로 변경하는 것이 어떻겠냐”라고 박성기 사감위 사무처장에게 질의했다.
이에 대해 박성기 사무처장은 “사감위법이 폐지되면 국민들의 혼란이 있을 것이다.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장기적으로 사감위에 불법도박에 대한 특별사법권이 필요하다. 현재는 대안으로 온라인불법도박 수사관을 사감위에 두려한다. 합법사행산업에 대한 사감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한다. 매출총량제에 합법과 불법 규모를 통합하자는 얘기는 획기적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법규모가 조사처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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