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장 특별 인터뷰

이성복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장 곁에는 박춘희 사모가 있다. 박 사모는 승마 교육과 관련해 각종 자격을 취득하고 충무승마클럽에서 교관으로 활동하며 이성복 회장의 ‘바깥사람’ 역할을
“현재 각자 위치에서 제 역할 충실 중요…
각종 규제에 농민들은 속 타들어가고 있어
마지막 생업인 말산업, 진중하게 접근할 것”

정부와 한국마사회는 올해 말산업의 6차산업화를 위해 농업농촌과 연계한 체험 마을 조성을 기획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경기도 이천시 자채방아마을로 6월부터 ‘말 창조 마을’을 운영한다는 것. 그러나 현장에서는 시선도, 상황도 다르다. 대표적인 농어촌 체험 마을이지만, 말을 들여놓기 위해 쏟아야 할 시간과 노력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현행 법률도 여전히 걸림돌이고 말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전문 인력은 어디서 수급해야 할지 실제 아는 사람이 없다.
사단법인 전국농업기술자협회(회장 윤천영)가 주관한 ‘말산업 전문가 과정’ 교육 이수생 400여 명이 전국적으로 분포된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회장 이성복)는 기존의 축산 농가, 과수 농가, 농어촌 생산 관계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전국 각지의 지역 리더인 이들은 기존 사업에 말산업을 입혀 체험·사육 농장, 승마클럽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팬션·캠핑·요식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지역 말산업 발전의 초석을 놓고 있다.
농업농촌과 연계한 말산업 체험 마을 조성은 우리 말산업을 대중에 알릴 핵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농지법이 개정되고 말산업이 축산업에 포함되는 등 관련 법안이 조율되면 수요 증가와 더불어 승마산업이 활성화될 기폭제라는 전망.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3월 26일 토요일 충남 아산시 음봉면, 삶의 터전에 자리한 충무승마클럽에서 이성복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 기자 말. (3면에 계속)

지난해 창립 2주년 간담회, 제주국제지구력페스티벌, 송당리 에코힐링마로 개장 기념 승마대회 현장 그리고 2월 정기총회에서 만난 이성복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장은 다부진 인상과 달리 조용하고 겸손했다. 하지만 충무승마클럽에서 확인한 그의 이력은 화려했다. 새마을 사업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1985년 대통령 훈장 수여, 새마을 청소년회 이념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1989년 국무총리 표창, 말산업 활성화를 통해 축산업과 농촌 발전 노력의 공을 인정받아 2010년 한국마사회 회장 표창, 농촌 지역사회의 균형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농림축산식품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2014년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한국 농업의 선진화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공로로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제5회 세계농업기술상 개발 기술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각종 승마대회 입상은 물론 재활승마지도사 자격증, 경기지도자 자격증, 구조 및 응급처치교육 수료증, 승용마조종면허증서 등 표창과 수료증, 상장도 상당수였다.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아 1994년 한남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졸업했고 음봉면 청년회장, 이장, 아산시 승마연합회장 등 각종 협회 지역 지부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 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의용소방연합회, 음봉면 청년회 등으로부터 받은 감사패도 수두룩하다.

천성이 ‘농부’이기에, 부지런하고 바지런한 덕분이다. 그런 그를 늘 곁에서 바라보고 응원해 준 사람이 있었으니 동향인인 충남 아산 출생의 윤보선 제4대 대통령이다. 충무승마클럽은 윤보선 전 대통령의 생가와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너, 이 풀이 뭔지 아니?”
“망초대 아닙니까.”
“이 풀 모두 뽑아라. 이것 때문에 대한제국이 망했다.”

과거 이성복 회장은 이 삶의 터전에서 70년대는 수박 농사, 80년대는 젖소 사육 및 비육우 사업, 90년대는 사슴 농장을 경영했다. 벼농사와 밭농사는 기본. 초창기, 잡풀을 손수 뜯어내고 밭을 넓히고 있노라면, 일주일이 멀다하고 윤보선 전 대통령이 찾아왔다고 한다. 도시락도 싸오기도 했는데 늘 마을 입구 어귀에서부터 차에서 내려 걸어오더란다. 이유를 물으니 윤보선 전 대통령은 “농민이 농사를 짓고 있는데…”라며 존중의 표현을 했고, 이성복 회장처럼 부지런한 사람이 농림부장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원예부터 젖소·사슴 농장으로 전환하기까지
수박 농사를 지으며 원예 농가로 시작했다. 그의 수박은 전국 각지로 팔렸고 기술을 인정받아 ‘수박 박사’로 통했다. 농진청 등 각종 기관과 단체 등지에서 영농 후계자 과정 강의도 했다. 소득 증대를 위해 젖소로 전환했다. 5공 시절 이성복 회장의 농장은 외국 귀빈들을 위한 홍보 팜플릿은 물론 영화관에서 상영했던 ‘대한늬우스’ 홍보 영상에 등장할 정도였다.

온천이 유명한 ‘건강 도시’ 충남 아산·온양 지역의 특색을 살려 사슴 농가로 다시 전환했다. 임야를 활용할 수 있고 세계 제일의 소비 시장을 구축할 수 있으며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이 바로 ‘사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전국 최고의 사슴 목장을 만들고자 고기도 개발하고 녹용 등 보약도 직접 제조했다. 녹용 동결 건조, 제모 기계 개발 등 관련 특허만도 4개나 냈다.

이성복 회장은 “고생만 했지 돈도 못 벌었다. 내가 좋은 걸 만들었다 해도 시장이 확보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지역농가 소득 창출을 위해 농어민후계자협의회를 조직, 5년간 아산시지부회장을 하며 농민이 자생적으로 조직하고 활동할 기반을 닦았다. 시의회 의원들을 설득해 사슴 농가 사업 자금 기십억 원을 확보했고 아산시에 있는 7개소 전통 테마 마을 조성 사업을 위해 70억 원을 유치하는 등 후계 영농인들이 터를 잡는 일에 앞장섰다.

‘지분’을 내세울 만도 한데 이성복 회장은 후대를 위해 조용히 퇴장했다. 수박과 젖소에 이어 사슴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런 그에게 2000년대 초반, 예기치 못하게 말이 다가왔다. 교육을 받고 자격증도 취득하며 2011년 지금의 충무승마클럽을 탄생시켰다.

“지금 내 현재의 위치에서, 내 역할에 충실히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한 개인이 사회에 봉사하고 본분에 충실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우리 승마클럽을 찾는 분들께도 말합니다. 내 농장, 승마장이지만 좋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건강과 추억을 가져간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이죠.”

충무승마클럽을 운영하면서 그 역시 어김없이 회원 서비스, 교관, 안전사고 그리고 보험 문제 등을 겪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일은 순하고 좋은 말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경주 퇴역마 문제도 언급했다.

“말산업 전담기구인 한국마사회가 좋은 말을 확보해야 합니다. 경주 퇴역마를 순치해 안전하게 승마할 수 있는 사업도 추진해야 합니다. 체험을 위해 포니 구입이 필요한데 직접 사는 것과 별반 비용 차이가 없습니다. 마사회 측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농가에게 정말 혜택을 주는 일이 무엇인지, 말산업육성법의 기본 취지가 무엇인지, 현장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판단해주기를 바랍니다. 의도가 좋아도 우리 시각, 현실에서는 전혀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행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종 규제에 농민들은 얼마나 속이 타고 있는지 모릅니다. 대통령도 불필요한 규제를 타파하라고 지시하지 않습니까. 법 위에 군림하는 대신 규제를 풀어 농어촌형승마시설도 하루빨리 활성화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농민들, 가족이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부정 뿌리 뽑고 지속 성장 기반 조성해야
평생 농업 분야에 종사하며 잔뼈가 굵은 그다. 부작용도 많이 봤기 때문에 말산업계도 우를 범할까 걱정이다. 보조금 횡령 등 사업을 소홀히 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 이성복 회장은 “우리 말산업계에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제2, 제3의 사람들, 후계자들이 혜택을 못 받고 지속해서 성공해야 할 사업이 한순간에 망가진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먼저 하는 사람들이 틀을 잘 잡아야 발전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업을 두루뭉술하게 하는 건 곧 실패를 의미하기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운영하는 일 모두 “목숨을 걸고” 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이다. 일반 농가가 지속적 교육을 받아 말(산업)과 연계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이성복 회장은 강조했다. 농업인이 먹고살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해 어떤 분야에서든, 뭐가 됐든 최선을 다해왔던 그다. 자신은 있지만 진중하게 하겠다고 했다. 승마장, 농장 경영은 곧 농민들 자신의 ‘생업’이기 때문이다. 수박과 사슴, 젖소 등 영농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지막 역할을 할 준비가 됐지만, 아직 기틀이 잡히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때문. 지금도 감자·콩 농사는 물론 벼농사까지 ‘부업’으로 하고 있지만 말산업은 그에게 마지막 기회다.

그의 생업은 이제 말산업이다. 충무승마클럽에서는 매해 300명의 학생들에게 승마 체험도 한다. 승마장 대부분이 휴일인 월요일에는 특강도 하고 주중에는 언제든 승마 교육을 할 수 있게끔 자리를 마련했다. 아산시승마연합회 회장이었던 경험을 살려 학생은 물론 선수들, 일반인까지 선수로 등록해 대회 참여를 독려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충남 지역을 바탕으로 그가 꿈꾸는 사업의 기본틀이 잡히고 있다고 했다. 교육 도시 천안이 인근이다. 시설과 승마 인구 유입 문제, 말 훈련은 물론 가족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인프라 구상에 한창이다. 승마만으로는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기에 체험 프로그램과 가족 문화를 접목해 팬션 및 캠핑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겠다는 것. 먹거리와 놀이시설, 체험 거리를 연계해 아이들은 말을 타고 어른들은 각종 농촌 체험을 할 수 있게 준비할 것이다. 말 역사와 사진 전시를 위한 말 문화센터도 설립해 윤보선 대통령의 미공개 사진 전시회,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 소개 등 충남 아산 지역의 역사문화 유산도 소개하는 꿈을 갖고 있다.

“농사만이 제 일은 아닙니다. 말을 키우고 태우는 것도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한 일입니다. 말산업이 궤도에 오르고 흔들리지 않을 때 시작하고자 합니다. 모르면 두렵기만 하지만, 말은 다른 축종보다 그리고 사람보다 영리합니다. 말은 진짜 가축입니다. 우리 말산업은 말도 편하고 사람도 편해야 하는 방향, 가축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용하고 이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말을 이용한 체험 마을에서도 말을 배우고 알아야 합니다. 소 키우듯 말 키울 수는 없습니다. 기초부터 조마삭 등 농민들이 스스로 훈련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먹고살기 힘든 농민들을 데리고 어렵게, 장기간 교육하는 방식 대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정식 교육 기회를 만들어 단계적으로 지속적으로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화려한 이력만큼 말산업을 향한 그의 꿈과 비전은 창대하지만, 이성복 회장은 조용하게 ‘잠행’ 중이다. 인터뷰를 위해 몇 번 방문 의사를 밝혔지만 “감자 씨알을 심는데 일손이 없어서…”, “펜션 내부 공사를 하고 있는데 바빠서…”라며 고사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농업계에서 맹활약했던 이성복 회장이 우리 말산업 발전을 위해, 말 생산 농가와 축산 농가, 체험 마을 조성을 위해 현장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날이 멀지 않았다. 아직 하늘에 오르지 않고 물속에 숨어 있는 잠룡(潛龍)이 용트림 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메인 – 이성복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장 곁에는 박춘희 사모가 있다. 박 사모는 승마 교육과 관련해 각종 자격을 취득하고 충무승마클럽에서 교관으로 활동하며 이성복 회장의 ‘바깥사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충무승마클럽 옆에는 과거 비룡사슴농장이자 팔보식품 건물, 지금은 거처로 쓰고 있는 대형 팬션을 개조해 승마 체험을 하러 오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건물 곳곳마다 그간 받았던 상장과 상패가 가득하다.
▲2 제주국제지구력페스티벌에서 만난 이성복 회장. 그는 말을 키우고 태우는 것도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한 일이라며 우리 말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말도 사람도 편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3 그에게 훈장이나 표창은 중요하지 않았다. 기자가 액자에 걸린 상을 보고 질문을 해야 답할 정도였다. 수박 농사와 젖소, 사슴 농장에 이어 이제 말산업에 투신한 농업인이자 축산인으로 말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진중한 걸음을 계획하고 있다.
▲4 충무승마클럽 최연소(초3) 강습생인 이다율 학생은 승마선수가 꿈이라고 한다. 이성복 회장과 박춘희 사모는 승마 강습뿐 아니라 학생들, 성인들이 선수로 등록해 대회에 출전하도록 응원하고 있다고. 유소년 승마단 창단도 준비 중이다.
▲5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는 2월 정기총회를 통해 회장단과 주요 이사진, 자문위원, 전국 각 지회장을 선출했다. 기존 축산 농가, 농업계 생산 전문가 400여 명으로 말산업에 뛰어든 이들의 향후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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