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는 여러 차례 경마용어를 개선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개선해야할 용어들이 많이 있다. 한국의 경마는 1922년 일제 강점기 일제에 의해 도입되었다. 그 때문에 일본 경마용어들의 무비판적 도입되어 민족의 정서에 맞지않는 생소하고 어려운 용어들이 고착화되었다. 경마용어에 대한 정비는 1989년, 1997년에 이어, 2009년과 2013년에도 실시했다.

‘승식’을 ‘베팅방식’으로 ‘재결’은 보다 쉬운 말인 ‘심판’으로 순화되었다. 일본식 용어인 ‘조교’와 ‘장제’는 ‘훈련’, ‘말굽관리’ 라는 용어로 바뀌었다. 말(馬)을 뜻하는 ‘마필’은 알기쉬운 ‘말(馬)’로 변경되었다. 경주마의 경기 출전을 뜻하는 ‘출주’는 ‘출전’으로 변했다. ‘출주취소’는 ‘출전취소’로, ‘출마신청’은 ‘출전신청’으로 변경되었다. 기존의 ‘마사박물관’은 ‘말박물관’으로 개명되었다.

말산업저널과 경마문화신문 KRJ방송 등 레이싱미디어가 운영중인 매체는 오래전부터 경마용어의 자체 표기준칙을 만들어 활용했으며 한국마사회에는 근본적인 개선을 촉구해왔다. 경마장을 처음 찾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착’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어보라. 또는 재결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보라. 아마도 대부분은 모른다고 답할 것이다. ‘조교사’를 ‘조련사’로 이해하는 국민들도 많다. 경마장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는 용어와는 동떨어진 용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거부감느끼는 용어를 듣는 순간 더 경마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선행·추입과 같은 용어를 모르더라도 초보 팬이 경마를 즐기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초반이 빠르고, 경주 기록이 어떠하더라는 일반적인 용어로도 충분히 치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베팅방법, 즉 승식이다. 결국 최종단계에는 베팅을 향하게 돼있는데 초보 고객들에게 단승식, 연승식에서 해당되는 순위를 연상시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이해도가 지금 우리나라의 승식에서는 느껴지기가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 경마가 사용하고 있는 승식은 단승식·연승식·복승식·쌍승식·복연승식·삼복승식까지 6개로 시행이 예고된 바 있는 삼쌍승식까지 합하면 총 7개의 승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용어들이 모두 일본 경마를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들여와 단어의 뜻을 짐작하기 힘들다. 가령, 단승식인 일본어 “단승”(당쇼우)를 살펴보자. ‘단’에 해당하는 たん(당)은 일본어에서 ‘하나의’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승’인 しょう(쇼우)는 승리의 뜻을 지니고 있다. 일본인이 보았을 때는 ‘우승한 한 마리’의 뜻을 어렵지 않게 유추해낼 수 있지만, 한국인은 이해라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우승의 의미인 “Win”(윈)을 단승식을 표현하는 용어로 사용 중이다. 말그대로 ‘우승’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문화권 국가들에서 승식을 지칭하는 용어가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다. 시행국마다 시행하고 있는 승식이 다른 만큼 지칭하는 용어도 각자가 다르다.
가장 좋은 것은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 공용화된 기호체계인 숫자를 이용하는 것일 테다. 해외 승식의 변화구조를 살펴보면 초반은 의미를 담은 용어를 사용하나 승식이 복잡해질수록 단순화 된 숫자를 이용한 단어를 적용시키고 있다. 세 마리를 고르는 삼복승시 “Trio"(트리오)나 여섯 개의 경주에서 1위나 2위마를 맞추는 "Six Up"(식스업)등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경마용어를 개선해왔지만 아직도 개선해야할 용어는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조교사와 기수를 들 수 있다. 조교사는 일반 스포츠에서 감독 역할을 한다. 기수는 다른 스포츠에서는 선수다. 그대로 조교사는 감독, 기수는 선수로 바꿔쓰면 국민들이 얼마나 친근하게 경마를 대하겠는가. 3년 전 한국마사회는 이 용어를 변경했다가 내부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고 말았다. 한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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