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선수에서 기수가 되다

▲렛츠런파크 부경에서 활약 중인 유현명 기수(39)는 2002년 서울에서 데뷔했으며, 올해 데뷔한지 16년차이다. 유현명 기수는 통산 700승과 시즌 100승을 달성해 ‘2016년 최우수 기수’로 선정됐었다.
권투선수에서 기수가 되다
부산 최초 ‘영예 기수’
1000승이 목표
나의 노하우는 ‘욕심’

렛츠런파크 부경에서 활약 중인 유현명 기수(39)는 통산 700승 달성과 시즌 100승 기록을 세웠다. ‘2015년 영예 기수’의 영광을 안게 됐으며, ‘2016년 최우수 기수’로 선정됐다. 2016년 한해 승률 21.4%, 103승을 기록해 김용근, 서승운 기수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우수 기수에 이름을 올렸다. 부경 최초로 700승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취미로 여름에는 수상스키와 웨이크보드를 즐기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는 나쁜 행동을 하는 기수가 아니다. 경마하는 기수가 아닌 오직 승부에만 관심있는 기수로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기자말-

-2016년 연도대표상 최우수 기수로 선정됐다. 여기까지 오는데 한 노력은
일단 새벽 훈련을 거의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선배라고 해서 새벽 훈련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제는 남들이 내가 새벽 훈련을 빠지지 않는 점이 나의 장점이라고 좋게 말해주고 있다. 새벽 훈련은 특별한 것은 없다. 새벽 5시부터 아침 9시까지 훈련을 한다. 자기가 기승하는 말을 알아야 하고 호흡을 맞추며 훈련을 계속하는 것이다. 훈련은 달리는 것만이 아닌 몸도 풀고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다 같이 한다.

최우수 기수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지금까지 매년 부상을 입었는데 2016년도에는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가 있겠다.

2015년에는 크게 다쳤었다. 경기 중에 낙마 사고를 당했는데 발가락, 골반, 허리뼈 등이 골절됐었다. 다행히 큰 수술 없이 깁스만 하고 퇴원했다. 한 달을 쉬고 뼈가 다 붙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시 경마장을 가기도 했다. 지금까지 뼈에 금이 간 부상은 많았지만, 손가락 인대가 끊어져서 수술한 거 외에는 큰 수술은 없었다.

이렇게 낙마를 하고 크게 다치고 난 뒤에도 말이 무섭지 않아 다시 말을 탔다. 나는 겁이 없는 편이다. 이런 이유가 지금의 나를 최우수 기수로 만든 것 같다.

-데뷔 16년 차다. 경마에 대해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첫 째, 기수마다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 옛날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서 말을 보냈을 때 고삐의 느낌이 차에서 기어를 넣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그 말에 대해 잘 모르겠다. 자기만의 느낌이 있다. 나는 그 느낌을 안 잃고 안 뺏기려고 새벽 훈련을 안 빠지고 항상 참여한다. 내가 훈련했던 말도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면 말 입의 느낌이 확 달라진다. 모든 기수가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지만 내가 후배들보다는 말을 더 오래 탔으니 말에 대한 것은 조금 더 많이 알 거라고 생각된다.

두 번째는 욕심이 많다.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고삐를 그만 내려놓아라, 말을 내려놓아라, 즉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한다. 항상 훈련도 직접 하려고 나오니까 욕심을 내려놓으라는 말인데 그게 쉽게 안 된다. 이러한 욕심이 나만의 노하우로 바뀐 것 같다.

-서울 경마장과 부산 경마장의 차이가 있다면
나는 기수 데뷔를 서울에서 했다. 서울에서 경기를 뛰다가 부산에 경마장이 오픈했을 때 여기로 발령 받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서울은 고전적인 경마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부산은 개방적인 마인드로 선진 경마를 많이 흉내 내려고 한다. 부산 말들 능력이 서울보다는 월등히 좋다. 훈련 패턴 자체가 직선 주로가 서울보다 100m에서 150m 더 길어서 부산 말들이 서울 말들보다 지구력이 훨씬 강하다. 서울은 말을 아껴서 오래 쓰려는 경향이 있는데 부산은 말이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휴양을 보내거나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부산이 서울보다 성적이 잘 나오는 거 같다.

또한, 부산은 경쟁이 엄청 치열하다. 외국 기수라고 하면 조교사들이 한국 들어오기 한 달 전부터 예약이 다 찰 정도로 외국 기수를 선호한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에는 위협을 느낀다.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곳이 부산이다. 내가 작년 이맘때쯤에 24승을 했는데 올해는 이제 겨우 10승을 했다. 외국 기수가 몇 명이나 도입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 거 같다.

-말이랑 어떤 인연이 닿아서 기수를 하게 되었는지
부모님께서 승마를 하셔서 말에 관심이 있었고, 부모님 따라 어렸을 때 승마를 한두 번 해본 적도 있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경마장이란 곳도 알게 됐다. 원래는 고등학생 때까지 권투 선수를 했었다. 권투 선수로서도 좋은 성적을 냈었다. 당시 경기도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해 라이트 플라이급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7년 동안 권투를 한 후 한국마사회 기수 후보생이 되고서 그만두게 됐다.

권투가 기수생활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권투랑 기수의 공통점은 선수의 참을성이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훈련해야 하는 점이 비슷하다. 또한, 경기와 상대방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눈이 좋아야 한다. 이런 눈을 가지고 있으면 경기를 잘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수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매일 힘들다. 기수는 매일 자신과 싸움을 해야 하고, 매일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새벽에 출근하느라 남들과 똑같은 일상적인 생활을 못 한다는 점이 제일 힘들다. 나 같은 경우는 밤 9시부터 잘 준비를 한다. 잠자리에 누워 9시 뉴스를 보고 10시에 잠이 든다. 이때 안자면 새벽 훈련에 지장이 생긴다. 술은 쉬는 날이 아니면 마시고 싶어도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 새벽 훈련할 때 위험하니까 절제를 해야 한다. 직업을 위해 절제를 해야 한다는 점이 제일 힘들다.

-지금까지 호흡을 맞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호흡이 맞았던 말은 많았다. 특별하게 한 마리만 기억나지는 않고 모든 말이 나에게는 똑같다. 조교 때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1등이다 생각했지만 다른 기수들도 자기랑 호흡이 잘 맞는 말들이 있어서 우승을 못 한 경우도 있었다. 호흡이 아무리 잘 맞아도 성적이 안 좋으면 기수들은 호흡이 안 맞았다고 생각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훈련하면 거의 잘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성적이 잘 나와서 호흡이 잘 맞았다고 하는 건 개인적으로 별로라고 생각이 든다.

꼭 한 마리를 꼽자면 명마인 미스터파크이다. 미스터파크를 타고 우승한 적도 많고,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경험도 있다.

-기수로서 올해 계획이나 목표는
2015년에 ‘영예 기수’가 됐었다. 부산 최초의 기록들로 인해 혜택이 주어진 거 같다. 많은 기수들의 꿈이 ‘영예 기수’이다. 나도 서울에서 박태종 기수를 보면서 ‘영예 기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부산에서 이뤄서 아쉽기도 하지만 또 다른 목표는 1,000승까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외국인 기수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은퇴하기 전에 조교사들, 마주들에게 한국 기수들이 절대 외국 기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올해는 조교사 면허증에 도전하려고 한다. ‘영예 기수’는 조교사 시험이 면제다. 면접만 남은 상태이다. 2~3년 더 기승을 한 뒤에 조교사로 전향할 생각이다.

-조교사, 마주들에게
우리 한국 기수들이 외국 기수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기수 중에 안 좋은 이유로 나가는 기수가 있어서 마주들이 색안경을 끼고 기수를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성실하게 하는 기수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나 같은 경우는 불법적인 것은 할 줄 모른다. 부모님께서 승부욕이 강해 아직도 시합이 끝나면 전화가 온다. 1등을 못하면 지금보다 더 분발하라고 하신다.

마주에게 말은 재산인데 우리가 그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렛츠런파크 부경에서 활약 중인 유현명 기수(39)는 2002년 서울에서 데뷔했으며, 올해 데뷔한지 16년차이다. 유현명 기수는 통산 700승과 시즌 100승을 달성해 ‘2016년 최우수 기수’로 선정됐었다.


▲렛츠런파크 부경 최초로 ‘2015년 영예 기수’로 선정됐으며, 그의 목표는 1000승이다. 그리고 유현명 기수는 "은퇴하기 전에 조교사들, 마주들에게 한국 기수들이 절대 외국 기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현명 기수가 최우수 기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새벽 훈련을 한 번도 안 빠지고 꾸준히 나간다는 점과 철저한 자기관리이다.

부산= 박수민 기자 horse_zza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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