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구」, ‘사행산업 도박중독유병률 활용 정책에 대한 고찰

저자= 김종국 한국마사회 전 공정본부장
저자= 김종국 한국마사회 전 공정본부장

사감위는 유병률의 높고 낮음을 업종별 매출 총량의 배분 기준으로 삼고 2013년 ‘도박문제관리센터’를 출범해 도박중독예방치유 부담금을 사행사업자에게 징수해 노력한 결과, 도박중독 유병률이 낮아지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했다.

그러나 경마와 경륜 등에 대한 사감위의 총량 규제, 예방치유 노력에 의해 유병률이 감소된 것인지 그 인과관계는 불분명하다. 예컨대 사감위의 정책적 시도에 상관없이 사행산업에 대한 사람들의 이용도가 중독 수준이 낮아졌을 수 있다. 또한 경마나 경륜 등에 대한 총량 규제가 증가하면서 기존의 이용 인구가 복권, 토토 등의 다른 합법적 사행산업이나 불법 도박 등으로 이동했을 수도 있다. 나아가 사행산업 내에서의 점유비 등이 급격히 변동되면서 업종별 발전의 형평성을 저해하는 문제점이 제기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연구 질문을 설정했다.

연구 질문1. 국내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도구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연구 질문2. 사행산업 매출총량 설정기준으로 도박중독 유병률을 활용하는데 어떠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가?
연구질문3. 도박중독 유병률을 적용한 사행산업의 규제정책으로 업종 간에는 어떠한 불균형을 초래했는가?

연구 단계로는 먼저 첫째, ‘유병률 조사 및 활용문제’에서는 사감위의 유병률 조사가 어떤 조사척도로 이루어지며 유병률은 어떻게 산출되는지, 산출된 유병률 조사 결과를 활용하는 데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둘째, ‘유병률 활용결과’에서는 사행산업 규제의 기준으로 유병률을 활용한 결과 업종별로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지, 급격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지속성장을 하고 있는지, 규제로 인해 더 이상의 성장은 하지 못하고 현상 유지만을 하고 있는지 등 규제에 따른 영향을 살펴본다.

셋째, ‘업종별 규제형평성 문제’에서는 이러한 규제의 결과가 업종별로 각기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특히 사행산업의 업종별 성장 및 시장 점유비 변동 등 사행산업의 시장구조에 어떠한 영향을 초래했는지 형평성 측면에서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개선 방안’에서는 도박중독 유병률의 적용상의 문제점이 확인되는 경우 이에 따른 개선방안으로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척도 및 적용방식의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구 방법은 문헌조사와 사례분석(매출액, 점유비 변화 등)을 위주로 했으며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보고서(사감위, 복권위, 사행산업)와 각종 정책보고서, 통계자료, 인터넷 검색자료, 국내외 저서 등을 참고했다.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 및 활용 문제점 분석
□CPGI 조사척도에 대한 신뢰성 논란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도구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는 사감위 출범시부터 공청회 등에서 문제 제기가 됐다. 유캔센터에서는 “사감위가 적용한 CPGI는 도박중독 진단 척도로서의 적합성을 갖추지 못해 도박중독(병적 도박)을 측정하지 못하고 기본적인 신뢰도와 타당도를 담보하고 있지 못하므로 국가 정책 수행을 위한 기본적 조사 도구로써의 공신력을 가질 수 없다”며 개선 건의문을 사감위에 제출했다.

건의문에서는 2008년 집계된 사감위의 국내 도박중독 유병률 9.5%는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합한 수치이지만 ‘문제성 도박자’로만 산정해야 한다며 유병률 산정의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정신의학회(APA)에서는 정신장애 진단 기준에 따라 ‘병적 도박’의 기준과 거의 동일한 ‘문제성 도박자’ 유병률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감위가 비교한 외국 자료는 SOGS의 도박중독진단 기준인 ‘병적 도박’에 해당하는 자료를 쓰면서 한국의 자료는 CPGI의 도박 중독 기준과 거의 동일한 ‘문제성 도박자’를 사용하지 않고 ‘문제성 도박자’와 한 단계 아래의 ‘중간위험 도박자’를 합산한 수치를 사용해 의도적으로 유병률을 과장, 왜곡시켰다는 것이다.

도박중독 유병률이라고 할 때, CPGI를 사용하는 경우 가장 심각한 ‘문제성 도박자’ 수치를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감위 자료에서는 ‘중위험 도박자와 문제성 도박자’를 합산한 비율을 사용하고 있다. 만약 문제성 도박자 유병률만 비교하면 2005년 1.6%에서 2007년 2.3%로 0.7% 증가한 정도에 불과하다.

또 자료를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외국의 도박중독 유병률 자료는 1998년~2003년을 사용하고 국내의 자료는 표준화도 되지 않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측정도구로 조사된 2006년 1월 문화관광부, 2008년 6월 사감위가 연구기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뢰한 조사 자료를 비교한 것은 국내 도박중독 심각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 볼 수 있다.

사감위 논리로 재분석하더라도 2005년도 국내 도박중독의 표준화 유병률은 0.98%이고 2007년 유병률은 1.41%로 나타난다. 이는 2005년도 국내 유병률로 비교해 보았을 때, 한국은 조사 9개국 중에서 5위에 속하는 수준이다. 또한 미국(0.79%)보다 크게 높지도 않은 수준이며 오히려 중위권에 속한다.

국내에서 CPGI를 사용한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결과를 보면 ‘문제성도박(저위험+문제성도박)’은 문광부(2006.1, 1000명조사)는 1.6%, 사감위(2008.6. 1,200명 조사)는 2.3%, 고려대(2008.8. 1,805명 조사) 조사는 9.5%로 각기 상이하게 조사됐다.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방식(CPGI)을 둘러싼 공방은 윤성열 외(2008)의 ‘도박이용실태 및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 연구보고서에서 보듯이 실제로 국내의 도박 중독 유병률을 측정하는 도구들이 3~5%대의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는데 비해 CPGI는 1.6%에서 9.5%로 무려 6배에 이르는 차이가 날 만큼 안정성이 떨어지는 측정 도구이다.

동 보고서는 CPGI는 도박중독이 아닌 일반성인의 문제성 도박자를 측정하는 것으로 개념을 명확히 정립해야 하고,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한국판 도박중독 판별척도 개발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에서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K-MAGS-DSM을 사용하든지 아니면 면접 방식을 이용해 도박 행동의 역학적 조사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K-NODS를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감위의 ‘도박중독 유병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조사방법과 해석 등에 문제가 있다는 이의가 있었음에도 사감위는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흥표는 해외전문가들의 사례를 들어 CPGI조사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2012년 사감위 사행산업이행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CPGI를 사용하고 있으며 CPGI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다시 분석했으나, CPGI는 외국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이미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척도가 근거하고 있는 구성개념 및 특히 중위험 도박자의 개념이 광범위하고 불분명하다(Svertieva & Walker, 2008)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CPGI는 문제가 없는 사람을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잘못 진단·분류하게 되는 오류라고 하는 허위 긍정률(false-positive)이 높다. 이는 문제 도박자가 아닌 사람을 문제 도박자로, 도박 중독자가 아닌 사람을 도박 중독자로 잘못 진단해 도박 중독의 비율을 과도하게 높게 추정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워커와 블레이즈친스키(Walker & Blaszczynski)는 2010년, ‘CPGI를 통해 확인된 문제도박자의 임상적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CPGI(PGSI)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147명을 대상으로 일대일의 구조화된 임상 면접을 시행했다.

이들에게 NODS와 CPGI(PGSI) 등을 실시한 후 민감도와 특이도를 분석한 결과, CPGI(PGSI)에서 문제 도박을 분류하는 기준 점수 8점은 문제 도박을 과소 추정하는 한편 오히려 중위험 도박의 기준 점수 3점은 중위험 도박을 과대 추정하는 경향이 있어서 기준 점수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초로 CPGI를 개발, 사용한 캐나다에서도 이미 2006년에 CPGI 척도에서 문제 도박자를 측정하는 PGSI(Problem Gambling Severity Index)의 기준 점수(문제 도박 8점 이상, 중위험 3-7점)와 하위 유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캐나다 도박연구 콘소시움에서는 ‘CPGI의 수행과 강화: 보고 및 제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비판점들을 스스로 정리했다.

첫째, 기준 점수의 타당도가 검증되지 못했고 둘째, 하위 수준(저위험, 중위험, 문제 도박)의 범위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CPGI의 문항들이 하위 수준을 적절히 변별, 반영하지 못하며 셋째, 따라서 일부 문항 수정 및 제거, 하위 수준에 대한 명명 및 기준 점수 재설정이 다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으나 관련 전문가들의 여러 비판 및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아직 CPGI 원판의 문항 수정이나 재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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