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지 제주마문화연구소 소장

장덕지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릴 적 할머니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던 그 날의 향수가 가득하다. 말들에 대한 호기심이 커질 때마다 늘 선한 눈빛과 인자한 미소로 다가와 해답을 주는 젠틀맨, 제주의 신비로운 자연과 조랑말을 카메라에 담는 사진작가 겸 제주마문화연구소장. 말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한가득 짊어지고 말의 발자국을 따라 묵묵히 걷고 있는 그의 발자취를 따라 가보려 한다.

Q. 현재하고 계시는 일은.
현재 한라대학교 마사학부의 초빙교수, 축산과학원의 명예연구가, 제주마 문화연구소 소장, 제주도 문화재 위원 위원장을 하고 있다.



Q. 제주마에 대한 사진전도 열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말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으시다면.
어린 망아지부터 암말, 수말까지 다양한 말의 행동이나 계절에 따른 풍경을 담는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말 사진과 다른 질감이 들어있는 것 같다. (웃음) 나의 발소리에 놀라지 않고 반갑게 반기며 자연적으로 자세를 취해주는 말들 덕에 아름다운 사진들이 많이 찍힌다. 말들도 사람과 같이 사랑하며 일상을 즐긴다.

Q. 제주경마장에 뛰고 있는 말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제주는 경마에 제주마가 활용됨으로써 제주마가 많이 사육되는데 농가에 많은 도움을 줘 도민들이 제주마에 대한 애착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제주도 내의 마주들이 많은데 이익만 챙기려 하지 말고 서울이나 부경의 경주마보다 더 잘 뛰고 모색이 다양한 것을 부각해서 제주마를 더 알려야 하는 자부심도 품었으면 좋겠다.

Q. 어떤 책을 집필하셨는지.
제주도 제주마, 학생 교과용 말과 여가생활, 제주마 이야기, 제주마 문화 등 제주마에 대한 50여 편의 논문을 수의학회, 축산학회에 발표했다. 현재는 제주목장의 역사와 문화를 포함한 미래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Q. 다양한 말 관련 방송에 출연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은.
KBS 헌마공신 김만일 이야기, EBS 말의 분만과 생활, KBS2 제보자들의 잃어버린 제주마가 방목장으로 돌아온 원인, MBC 말 관련 축제, 제주마 역사와 문화뿐 아니라 말 관련 영화에도 출연했고 진품명품에서 말 그림에 대한 해석을 한 적이 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은 제주방송의 "제주마의 미래"라는 방송이다.

Q. 제주의 말 관련 축제들이 많은데 어떤 축제가 있는지.
제주 들불 축제, 헌마공신 김만일의 축제, 고마로 축제, 제주마 축제, 지구력승마대회 등 다양하다. 이번에 개최하는 지구력승마대회에는 사진을 찍으러 갈 예정이다(편집자 주 - 본 기사는 3월 11일 대회 이전에 작성된 것임).

Q. 헌마공신 김만일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가장 힘들 때 나라를 위해 1300여 필의 말을 바친 제주도의 자랑스러운 인물이다. 말이 귀했을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헌마공신 김만일의 업적에 대해 알아줬으면 한다. 작년부터 헌마공신 김만일이 태어난 의귀리 목장에서 축제를 열며 홍보에 노력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많은 분이 모르시는 것 같다. 많은 관심과 홍보를 부탁드린다.

Q. 현재 한국의 말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위기를 잘 넘겨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유소년 승마, 승마 동호회가 많이 있는데 꾸준한 승마와 계절과 관계없이 언제나 누릴 수 있는 스포츠라는 흥미를 끌어내야 하고 제주도내에서는 오름과 벌판 등 제주도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말을 타고 마을과 마을을 오갈 수 있는 승마로를 많이 만들어 철저히 기획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제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말 박물관도 개설해서 많은 유물을 수집하여 전시했으면 한다. 제주도는 몽골과 말에 관해서는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몽골의 유물과 제주의 유물을 비교하여 전시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서 젊은 사람은 물론 시민들 모두가 말, 목축에 대한 역사를 좀 더 알 수 있도록 노력해줬으면 한다.

Q. 말 문화 역사를 알기 위해 어떤 문헌들을 찾아보고 노력하셨는지.
말 문화 역사에 관한 책들이 많이 있지 않다. 조선왕조실록이나 비변사 또 제주의 목사였던 이형상 목사의 남환박물, 이원조 목사의 탐라록들을 많이 여러 번 읽고 번역했다. 역사를 전공했던 남도영교수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말이나 소를 직접 길러 연구했다. 이 인터뷰를 빌어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지인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Q. 제주마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제주마는 천연기념물 347호로 지정되어 있고 사람의 체격에 비해서 나지막하지만 끈질긴 성격의 말이다. 말의 생명은 굽에 있는데 발굽이 단단하여 질병에 강하고 임신율 또한 높으며 주인을 잘 따른다. 일기를 예측하며 춥고 비바람이 강한 제주의 환경에 적응이 잘된 말이다. 옛 명나라, 청나라에 조공으로 바쳤던 동지마가 대부분 제주마이기도 했으며 승마 또는 밭을 갈거나 마차를 끄는 등 제주도의 농업유산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옛 장군들의 말들 대부분은 제주에서 온 말들이었으며 중앙박물관에는 이성계 장군의 위화도 회군 때 쓰였던 말인 제주마 응상백의 그림이 전시돼있다. 또한 제주마는 비육마로 고급육을 생산할 수 있는 말이다. 20세 이후에도 임신을 할 수 있으며 색이 다양하며 제주도 사투리로 요망지다. 씩씩하다는 말이다. (웃음)


Q. 한라마에 대한 생각은.
한라마는 현재 농가에서도 많이 기르고 있고 지구력승마대회도 열림으로 인해 많이 사육되고 있다. 씨암말을 지정해서 혈통을 적립하도록 또는 씨암말을 제주마로 역교배해 제주의 풍토에도 맞고 육지 부근의 승마장에서 활용이 적합하도록 다양한 연구와 쓰임을 모색해야 한다. 요즘 큰 말만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유소년에게 적합한 말은 한라마라고 생각한다.

한라마도 어렸을 때 부터 잘 길들이면 순하며 체고도 높다. 서러브레드는 넓은 초지와 철저한 사양관리를 해야 하는 반면에 한라마는 기르기 수월하므로 승용마로서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제주도 청정지역의 신선한 풀을 먹인 질병이 없는 말고기를 생산해서 제주도만의 특색있는 비육마를 생산해야 한다. 말 기름을 이용한 화장품이나 말 가죽으로 만든 가죽제품의 질을 높여 말산업이 제주도를 대표하는 사업이 됐으면 좋겠다.

Q. (인터뷰가 진행 중인) 이곳은 어떤 곳인지.
팩토리소란이라는 카페이다. 커피도 마시고 내가 찍은 말 사진들을 전시하기도 하며 말에 관한 나의 지인들과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공방도 있고 다양한 작가들에게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기도 한다. 이곳에서 목장도 가까우므로 가끔 쉬다가는 나의 쉼터이다. 그리고 내가 20여 년간 수집한 제주마에 관한 유물들을 가시리, 옥귀 승마장에 전시해 두었다.



Q. 요즘 취미 생활은.
말 사진을 찍든지 소 사진을 찍든지 계절에 따라 꽃을 배경으로 하든지 열매를 배경으로 하든지 자연환경과 풀 중심으로 사진을 찍고 동물이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것 등 자연적인 사진을 찍는 것이다. 되도록 책을 집필할 때 이러한 사진들로 여백을 채워가고 싶다.




Q. 학생들에게 말 역사에 대해 가르칠 때 드는 생각이 있으시다면.
굳이 말을 전공하지 않아도 제주도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 제주도의 역사가 말의 역사다. 학생들에게 제주의 역사를 강의함으로 인해 그 학생이 제주를 더 깊이 알 수 있고 제주마를 더 사랑할 것이 아니냐.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말 모는 소리" 같은 구성진 옛 제주의 민요들도 학생들이 배워서 노래하면 좋겠다. 그리고 말을 배우는 학생들이라면 제주 곳곳에 있는 목장지대를 둘러보며 말을 관리하는 옛 방식에 대해서도 알았으면 좋겠다.

Q. 교수님께 말과 역사란.
나에게 주어진 소임이다. 말을 역사와 문화 분야로 연구하는 사람이 드물다. 그러므로 사명감을 가지고 더욱 연구해야 할 끊임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문화라는 것은 개인이 습관이 되어 사회공동체로서 남겨진 것이다. 그렇기에 요즘 현대인들에게 잊혀져가는 문화들이 많지만, 제주 해녀 문화가 세계문화유산이 되지 않았는가. 나는 제주 말 문화도 세계문화유산이 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항상 노력하며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어 – 최은택(28, 제주한라대학교 마사학부 재학 중)
말에 빠져 고향 전라도 광주에서 제주까지 바다 건너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늦깎이 학생.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에서 하쿠나말타까(hakuna_maltaka)로 말과 관련한 내용을 쓰고 있고 말로 표현된 모든 공간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것을 즐겨한다. “말과 함께하는 모든 분들과 여러 이야기를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전한 최은택 씨는 향후 본지 학생·시민 기자 또는 제주 현지 특파원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이 기사는 최은택 씨 블로그(hakuna_maltaka)에 실린 글입니다. 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인터뷰어= 최은택(인스타그램: HAKUNA_MALTAKA, 네이버블로그: hakuna_maltaka)
정리= 박수민 기자 horse_zzang@krj.co.kr
-Copyrights ⓒ말산업저널(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