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의 뇌물 공여 혐의 12·13차 공판에 증인 출석
키맨 박원오 전 전무 불출석…쟁점 관련 비중 커 재소환 추진 방침



지난해 말부터 올해 대선정국 전까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공판들이 요 몇주 사이에 열렸다. 그중 승마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공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430억 원대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공판일 것이다.

지난 11일과 12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등 혐의 12·13차 공판이 열렸다. 이틀간 2차례에 걸쳐 진행된 공판에서는 정유라 승마 특혜와 관련한 증인신문 절차가 진행됐다. 삼성의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이 대가성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박영수 특검은 삼성이 정유라만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승마 지원을 한 것이라 했고, 삼성 변호인단 측은 정유라를 포함해 승마 전체 지원을 위한 것이었다고 맞섰다.


▲지난 11일과 12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등 혐의 12·13차 공판이 열렸다. 박영수 특검은 삼성이 정유라만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승마 지원을 한 것이라 주장했고, 삼성 변호인단 측은 정유라를 포함해 승마 전체 지원을 위한 것이었다고 맞섰다.


지난 11일 열린 12차 공판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됐다. 그러나 당일 박 전 전무가 불출석하면서 재판 시작 10분여 만에 종료했다.

재판부는 “증인 소환장 송달 당시 폐문부재로 인해 서류가 전달되지 않았다”며, “박 전 전무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은 예정된 증인신문을 모두 진행한 후 다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승마지원 의혹에서 박원오 전 전무의 비중이 큰 만큼 재소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 전 전무는 최순실과 삼성전자 사이에서 승마지원에 대한 논의 및 협상을 이어간 인물로 이번 사건의 키맨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의 증언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와의 관계, 최순실의 영향력을 알았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비춰진다.

불출석한 박원오 전 전무의 소재에 관해 본지가 단독 취재한 결과, 박원오 전 전무는 건강상의 이유로 병원을 다녀온 걸로 확인됐다.





12일 열린 13차 공판에는 박재홍 전 승마국가대표 감독과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증인신문이 예정됐다.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공판에는 박재홍 전 감독이 출석해 관련 내용을 증언했다.

증인신문 초반 특검에서 작성한 진술조서에 대한 신빙성 문제가 제기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감독은 본인이 발언해 작성된 진술조서는 맞지만 표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특검의 진술조서에는 정유라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을 두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라는 표현으로 명시돼 있으나, 박 전 감독은 ‘구색’이란 표현은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대신 “정유라만 지원하는 건 명분이 안 서니”라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이어진 신문에서는 지난 2015년 8월경 독일에서 박상진 전 대한승마협회장 일행을 만났던 사건을 포함한 일련의 사건들을 재확인하는 절차가 진행했다. 박 전 감독은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날짜와 선후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다. 본인의 출국 기록을 확인한 후 2015년 7월 중순 무렵과 8월 3일에 박원오 전 전무가 불러 만났고, 8월 25일에는 독일 하겐 올림픽 선발전을 마친 후 박상진 전 대한승마협회장 일행을 만나 승마 지원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박 전 감독의 한국마사회 사직서 제출 과정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며, 최 씨가 영향력을 행사해 한국마사회 렛츠런승마단 감독직에서 사직을 강요했다는 사실을 쟁점화했다. 앞선 회 차의 공판에서 나온 증언을 박 전 감독에게 재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사직서를 받으려고 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특검의 질의에 대해 박 전 감독은 “독일에서 말을 안 사주는 등등의 사건으로 박원오 전무와 최순실 씨가 싸우고 코어스포츠가 제안한 감독 계약을 거절해 미움을 산 것 같다”고 답했다.

신문 과정에서는 ‘승마계’란 용어에 대해서도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최순실이 비선 실세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위를 묻는 특검 측의 신문에 박 전 감독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승마계’에선 최순실이 진짜 실세란 소문이 돌았다”며, “그때부터 최순실이 박 전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 측은 ‘승마계’가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를 추가 질의했다. 박 전 감독의 증언 가운데 ‘승마계’란 표현이 어디까지를 표현한 것인지에 따라 뇌물 공여 혐의에 대가성의 증명력의 강도가 나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도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과 관련해 질의했다. 최 씨가 다른 선수의 지원 요청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은 어떠한지 묻는 재판부의 질의에 박 전 감독은 “개인적인 생각은 삼성에서 분명히 자금 지원을 했을 것 같은데, 그걸 장애물 쪽으로 쓰기가 아까워 마치 자기 돈처럼 생각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제 생각엔 삼성에서 전체적으로 아울러서 지원하려고 했는데 중간에서 최 씨가 그런 장난을 계속 치면서 안 된 것 같다”며, “삼성에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특검 측에서는 “대한승마협회에선 최순실이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 영향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2014년 12월 17일 승마협회 부회장이었던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가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에게 보낸 ‘정윤회 씨 딸이 시상식 참석 의도가 있었으나 적절히 조치했다’는 문자에도 명확히 드러난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삼성 변호인단은 “문건 유출 당시 언론보도의 초점은 정 씨가 비선실세였고 최 씨의 영향력은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었다”며, “박 전 감독의 진술은 이전에 나온 승마계 인사들의 진술뿐 아니라 당시 언론보도와도 전혀 맞지 않는 내용으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오후에 증인으로 나서기로 했던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갑작스럽게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법원에 불출석을 알려왔다. 이에 오후에 예정됐던 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1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재홍 전 승마국가대표 감독은 최 씨가 다른 선수의 지원 요청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묻는 재판부의 질의에 대해 “삼성에서 전체적으로 아울러서 지원하려고 했는데 중간에서 최 씨가 그런 장난을 계속 치면서 안 된 것 같다”며, “삼성에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13차 공판에 출석하는 박재홍 전 감독의 모습.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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