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만 제7대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 인터뷰

“씨수말 사업이 가장 큰 화두”
“말 생산농가의 어려움에 관심 가져주길”
“개인적으로 생산한 말이 대통령배 우승하길”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한국경마의 침체 속에 경마산업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경주마 생산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산마의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씨수말 사업은 더딘 속도를 내고 있는데 외산마의 경주 출전은 늘고만 있는 상황이다. 과거 1, 2군 경주에만 출전이 허용되던 외산마는 어느덧 5군 경주에도 모습을 드러내 우승을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더불어, 국내산마 경매 시장은 여전히 차갑기만 해 국내에서 말을 키우는 생산자들의 주름살은 늘어나고만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 2월 10일 제7대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에 김창만 동복목장 대표가 당선됐다. 1997년 처음 경주마 생산을 시작한 김창만 회장은 오는 3월 7일 이취임식을 앞두고 있으며, 3월 1일부터 정식적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그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3월 7일 제7대 경주마생산자협회장으로 취임한다. 취임을 앞두고 있는데 소감은.
거창하게 취임 소감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한 마디 하자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됐고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열심히 협회를 꾸려서 회원들의 화합을 도모하겠다. 아울러, 우리 말산업의 전체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아직 현황 파악은 되지 않았을 테지만, 평소에 생각하기에 협회의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나.
협회에서는 정부의 보조를 받아 씨수말을 도입하고 있는데 40%는 자부담해야 한다. 자부담은 차입을 통해 마련하고 있는데 수준이 높은 씨수말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지원금 이외 자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담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자꾸 차입을 통해 씨수말을 도입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입을 안 할 수도 없어서 고민이 크다.
또한, 교배료 우리가 안정화를 못 시키면 씨수말 목장에서 교배료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 그런 점에서 문제가 있다. 아직은 국내에서 씨수말 생산이 어렵고 미성숙해 있기 때문에 씨수말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해 나갈 것인지가 가장 문제 큰 문제이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나.
경매 제도에 대한 개선이 있었으면 한다. 외국에서 시행되는 말 경매에서는 낙찰 받는 순간 낙찰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낙찰 후 3~4일 동안 농가 측에서 책임을 지는 부분이 많다. 구매자들도 판매자들 못지않게 잘 살펴보고 잘 구매해야 하는데 구조가 이렇다 보니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자를 줄이기 위해 사전 엑스레이 촬영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해약이 너무 쉬운 환경 속에서는 판매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낙찰가의 10%만 내면 해약이 가능하니깐 한 5천만 원에 낙찰된 경주마들은 500만 원만 위약금을 물면 해지가 가능하다. 그런데 해지를 하고 나면 말 생산농가들에게는 판매의 기회가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책적인 측면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면.
국내산마의 경쟁력이 올라올 때까지는 외산마와의 혼합경주를 늦춰야 한다. 혼합경주는 맨 처음 1, 2군만 도입하고 시장 상황을 봐서 확대하기로 했는데 현재 5군에서도 외산마가 뛰어 우승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건 진짜 위험하다.
그리고 외산마 가격 제한이 풀리고 고가의 말들이 들어와 우승을 차지하고 있는데 상금 체계에도 너무 큰 변화는 곤란하다. 현재 상금체계를 보면 1등에게 57%를 주고 나머지는 거의 받지 못한다. 이런 상금체계가 계속될 경우 국내산마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진짜 곤란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마주가 아무리 명예직이지만 돈 안 되는 걸 계속해서 하려고 하겠나. 우리는 향상이 안 되고 좋은 외국말들이 들어와서 성적을 낼 경우 국내 말산업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가 도입한 씨수말 ‘지롤라모’의 모습(사진 출처= New York Thoroughbred Breeders).

-재임 기간 동안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나 계획은.
아직 계획 잡힌 것은 없다. 다만,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다.


-경주마생산자협회뿐만 아니라 한국마사회, 마주협회 등 유관 단체 및 기관장도 새로 부임하거나 부임할 예정이다. 함께 말산업을 꾸려가는 입장에서 전하고 싶은 말은.
한국마사회장님과는 가끔 면담할 기회가 주어지기는 한다. 하지만, 직접적이거나 실질적인 대화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바쁜 업무로 인해 출장도 잦고, 거리적인 제약으로 약속을 잡기도 어렵다.
하지만 마주협회장, 조교사협회장하고는 유기적으로 잘 소통하고 있다. 우리의 어려움도 호소하기도 하고 가끔은 그쪽에서 필요한 것들을 들어주기도 한다. 많은 대화와 소통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마주, 조교사 등 말산업 관계들이 주요 고객이다. 그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회원들이 지금까지 한 25년여 동안 경주마 생산을 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생산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실질적으로 경주와 직접적인 도움은 못 드리지만, 우리는 좋은 말을 생산해 공급해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그 역할에 충실하겠다. 국내산마에도 관심을 가져달라.


-직접 말을 생산하는 말 생산자이다. 말을 키우면서 바라는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크게 바라는 것은 없고, 국내 경마대회 중 대통령배에서 우승하는 말을 생산하고 싶다. 아직 국내 경주마의 현실에서는 두바이월드컵이나 일본 등 국제대회에 나가서 우승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동복목장’은 어떤 목장인가.
우리 목장은 1997년부터 경주마를 생산해 왔다. 지금은 목장하기가 참 힘든데 그런 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말을 생산하고 규모를 축소시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자식도 함께 말을 키우고 있다. 후계농이 없는 말산업은 어렵기 때문에 잘 운영해서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목장을 만들겠다. 이 목장이 손자에게까지 물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2월 10일 제7대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에 김창만 동복목장 대표가 당선됐다. 3월 7일 이취임식을 앞두고 있는 김창만 회장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인터뷰로 엮어봤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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