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2010년 두바이월드컵(G1)은 3강으로 불리던 미국의 ‘지오폰티’(GIO PONTI)도 프랑스의 ‘비지옹 데따’(VISION D`ETAT)도 영국의 ‘트와이스 오버’(TWICE OVER)도 아니었다. 지난해(2009년) 두바이월드컵(G1)에서 우승마에 14마신차로 2위를 차지한 브라질산 ‘글로리아 드 캄포’(GLORIA DE CAMPEAO)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며 끝내 우승을 차지하는 영예을 누렸다. 새롭게 개장한 세계 최대, 최고 시설인 메이단 경마장에서 펼쳐진 첫 번째 두바이 월드컵에서의 우승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총상금 1,000만불 중 우승상금인 600만불(한화 약 66억원)까지 거머쥐게 되었다.

‘글로리아 드 캄포’는 초반부터 빠르게 선행으로 경주를 이끌며 시종 적절한 힘안배가 이루어진 가운데 결승선 직선주로에서 매섭게 추격전을 펼친 ‘리자드 디자이어’(LIZARD`S DESIRE)와 ‘알리바’(ALLYBAR)를 사진판정까지 가는 종반 대접전 끝에 코차의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7세의 나이에 접어든 ‘글로리아 드 캄포’는 통산 24전 9승의 전적을 지닌 마필로 지난해 5월 싱가폴 에어 인터내셔널 컵(G1) 경마대회의 우승과 함께 G1경주 2승째를 기록하게 되었다. 이번 ‘글로리아 드 캄포’의 우승은 남미에서 생산된 마필은 2007년 두바이 월드컵 우승마 ‘인바소르’(Invasor)에 이어 두 번째 우승마필이 되었으며, 최근 세계 경마계에 강한 인상을 심어 주고 있는 마필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어 남미 생산 마필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게 되는 또 다른 우승의 의미를 남겼다.

세계 경마계에 남미대륙의 열풍이 거세게 몰아친 것은 아르헨티나로부터 시작되었다. 세계 경마계에서 아르헨티나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불과 7-8년 전부터다. 국가적으로 모라토리움(국가파산)을 선언할 만큼 어려움을 겪던 아르헨티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주마생산과 육성에는 남다른 열정을 기울였다. 7-8년 전부터 값싼 아르헨티나산 경주마들이 미국 대륙에 상륙하여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동안 G1레이스에서 다수의 아르헨티나산 경주마들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지난 80년대 이후 세계 경마계를 주름잡던 미국산마들에게 도전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2006년 가을에는 미국 브리더즈컵 클래식에 ‘인바소르’(Invasor, 스페인어로 침략자라는 뜻)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경마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2007년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에 있는 나드알시바경마장에서 벌어진 세계 최고 상금(6백만불) 제12회 두바이월드컵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미국 대륙 정복에 성공한 후 두바이까지 정복하는 ‘침략자’로 세계 경마계를 평정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도 수년전부터 간혹 아르헨티나산 경주마가 선을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경주마로는 ‘도미라이더’였다. 동아일보배를 석권하면서 승승장구했으나 약물검사 파문이 일어 상금이 몰수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다른 나라들이 세계 최고의 경주마들을 생산 육성하고 경주에 투입시키는 동안 한국은 무얼하고 있는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경마가 포함되어 한국의 마필산업은 고사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금이라도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한다면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말(馬)산업 육성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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