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그랑프리(GⅠ) 경마대회 – 명마 ‘트리플나인’ 마지막 퍼즐을 맞추다

-그랑프리 경마대회 도전 4번째 만에 감격스런 우승 기록
-우승 유력 후보 ‘청담도끼’ 아쉬운 준우승에 ‘투데이’ 깜짝 3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김영관 조교사 통산 그랑프리 경마대회 5승

국내 최강 ‘트리플나인’(6세, 수, 한국, 최병부 마주, 김영관 조교사)이 마지막 퍼즐을 맞춰 명실상부한 명마 대열에 합류했다. 대통령배 4년 연속 우승에 금자탑을 쌓은 ‘트리플나인’이 그랑프리 경마대회 4번째 도전 만에 귀중한 첫 우승을 차지해 경주마로서 일궈낼 수 있는 최종 목표를 달성했다.

2018년 국내 최강의 경주마를 선정하는 제37회 그랑프리 경마대회는 국내를 대표하는 16두의 경주마가 출전해 자웅을 겨뤘다. 디펜딩챔피언 ‘파워블레이드’가 부상으로 출전을 하지 못한 반면 이외 국내에서 활동중인 최강의 경주마가 대거 출전해 대결을 펼친 것.
경주 시작 전 국, 외산마 최강으로 꼽히는 ‘트리플나인’과 ‘청담도끼’의 그랑프리 첫 우승 도전에 관심이 모아졌다. 2015년과 2017년 각각 3세의 나이에 첫 그랑프리 도전에 나선 ‘트리플나인’과 ‘청담도끼’의 목표는 단 하나, 그랑프리 우승이었다. 실질적인 최강자로 평가를 받았지만 그랑프리의 훈장이 절실했던 2두다. 이외 3세 기대주인 ‘문학치프’, ‘로드위너’, ‘토스코노바캣’의 잠재력 검증, 서울 대표마 ‘돌콩’의 반전 시나리오, 김영관 조교사의 그랑프리 경마대회 5승 도전이 관심사로 부각됐으나 최종 ‘트리플나인’이 우승을 차지함으로서 모든 궁금증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주요 우승 후보의 작전과 전개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출발 총성이 울렸고, 경주 초반 분위기는 예측대로 ‘청담도끼’가 주도했다. 4c까지 ‘청담도끼’의 선행, ‘투데이’의 선입에 이어 ‘트리플나인’은 중위권 전개로 추격의 여지를 남긴채 경주를 운영했다. 4c 이후 직선주로에 접어들면서 ‘청담도끼’와 ‘투데이’가 동일 선상에서 힘겨루기에 나섰으나 결승선 전방 30m 지점에서 역전에 성공한 ‘트리플나인’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고, 근성 대결에서 앞선 ‘청담도끼’가 준우승, ‘투데이’는 깜짝 3위를 차지했다. 6세마 ‘트리플나인’의 역전 우승과 역대급 근성 대결을 펼친 ‘청담도끼’와 ‘투데이’의 경쟁은 명작의 클라이막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감동스런 한 장면을 연출했다.

우승을 차지한 ‘트리플나인’은 향후 그 어떤 경주마도 도전하기 어려운 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트리플나인’은 한국 대표마로 2017년 두바이 월드컵 결승전(DWC)에 출전하는 등 세계에 한국 경마의 위상과 국위선양에 앞장선바 있고, 국내에선 최초로 대통령배 4년 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작성해 존재감을 알린바 있다. ‘트리플나인’의 통산 성적은 31전 15승 준우승 11회다. 총상금은 무려 4,245,152,000원으로 국내 경주마 사상 최고상금의 기록을 연일 갱신중이다. ‘트리플나인’의 몸값은 1억 5천만원으로 몸값의 28배에 달하는 상금을 벌어들인 셈이다. 2014년 11월에 데뷔전을 치른 ‘트리플나인’은 데뷔 4년차의 6세마다. 경주마로선 전성기가 지난 시점으로 볼 수 있으나 관록의 ‘트리플나인’은 6세가 된 시점에서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동시 석권해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 2019년 7세가 될 ‘트리플나인’은 7세의 나이에 따른 불안한 시선보다는 ‘트리플나인’의 이름 5글자에서 느껴지는 기대감이 크다.

한편 경주 시작 전 우승 후보로 부각된 ‘청담도끼’는 최종 준우승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2300m 거리 중 2270m에서 우위를 점했으나 마지막 30m를 견디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청담도끼’의 그랑프리 도전은 두 번째다. 2017년 그랑프리 경마대회에 첫 출전한 ‘청담도끼’는 최종 4위를 기록했고, 2018년 대회에선 준우승에 그쳤다. 최종 성적만 보면 1년만에 두 계단 상승했지만 2년 연속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그랑프리 경마대회는 2300m로 시행된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최장거리 경주다. ‘청담도끼’의 최근 행보는 선행력을 바탕으로 경주를 풀어나가고 있다. 상대가 약해 굳이 선입 및 추입 작전을 펼칠 이유가 없었던 점도 이유다. 단, 이제 ‘청담도끼’로선 변화의 시점과 극복해야 될 숙제가 주어졌다. 2300m 극복과 그랑프리 경마대회 우승 도전이 과제다. 스포츠에서 최고의 목표는 최고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경마에선 그랑프리 경마대회가 국내 최강자를 선정하는 최고의 대회다. ‘청담도끼’는 데뷔 당시 발군의 추입력을 앞세워 경쟁력을 보인바 있다. 2019년 그랑프리 경마대회 도전에 앞서 ‘청담도끼’가 어떤 과정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지도 흥미로운 부분으로 꼽힌다.

최종 우승의 영광은 ‘트리플나인’이 차지했지만 3위를 차지한 ‘투데이’도 우승마와 준우승마 못 지 않은 위력적인 걸음을 통해 경쟁력을 보였다. 소위 국내 최강자가 펼치는 대회에서 경쟁력을 보인 셈이다. 혈통적으로 장거리에 어울리는 ‘투데이’로선 2018년 그랑프리 경마대회를 통해 몸에 맞는 옷을 찾았다. 전성기를 맞이할 2019년 ‘투데이’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이외 서울대표 ‘돌콩’은 종반 위력적인 추입력을 앞세워 4위를 차지했고, ‘그레이트킹’은 5위를 차지했다. 주목을 받았던 3세마간 경쟁에선 ‘문학치프’가 6위를 차지해 잠재력을 검증 받아 향후 활약을 예고했다.



▶제37회 그랑프리(GⅠ) 경마대회 성적
순위>경주마>산지>성별>연령>부담중량>기수>조교사>마주>기록(도착 차)
1>트리플나인>한>수>6세>57>임성실>김영관>최병부>2:27.8
2>청담도끼>미>거>4세>57>임기원>박종곤>김병진>2:27.9(1)
3>투데이>한>거>4세>57>이효식>김영관>고정수>2:28.0(머리)



▶‘트리플나인’ 관계자 인터뷰

▷김영관 조교사

-‘트리플나인’이 그랑프리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대통령배는 4연패하고 다른 경주들도 잘 뛰었지만, 그랑프리 경마대회에선 아쉬움이 많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훈련 변화를 줬고, 올해 그랑프리에 출전해서 기회를 얻지 않으면 앞으로 나이가 많아서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트리플나인’이 좋은 성적을 통해 명마로 자리매김했지만, 2018년 KRA컵 클래식 경마대회의 성적을 두고 저평가를 받은바 있어 그 부분이 더 자극돼서 신경을 많이 썼다. ‘트리플나인’으로 2018년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게 돼서 너무나 기쁘고 최병부 마주님도 그동안 그랑프리 경마대회에서 우승이 없어 항상 아쉬움이 남았는데 한을 풀어드린 것 같아 좋다.
3위를 차지한 ‘투데이’는 이전 단거리에서 많이 뛰었는데 사실 중·장거리 말이다. ‘투데이’도 ‘트리플나인’과 함께 특별하게 관리를 했더니 역시 효과가 나서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청담도끼’가 만만치 않은 상대인데 어떤 작전으로 임했고, 실전에서도 작전대로 풀렸는지.
‘청담도끼’는 그동안 선행 전개를 펼쳤고, ‘돌콩’ 외에 신예마들도 다 상대마기 때문에 ‘청담도끼’를 의식하지 않고 말 가는 대로 오버페이스 하지 않는 운영을 기수에게 주문을 했다. 오늘 경주에서는 ‘청담도끼’가 선행 작전을 펼쳤지만 경주 흐름이 늦었던 것 같다. 경주 흐름과 모든 여건상 힘 안배를 많이 한 경주마가 유리할 수 있었다.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보면 ‘트리플나인’이 6세마가 아닌 전성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데.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나이가 왜 상관이 없겠나. 경주마는 아무래도 빨리 도태되기 때문에 관리만 잘해준다면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그랑프리의 한을 풀었다. ‘트리플나인’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우선 부경에 입사하지 않고 장수로 휴양을 하러 간다. 그동안 잘 뛰어줬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받고 3개월 정도 쉬고 2019년 4월쯤에 다시 나올 것이다. 말은 잘 뛰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내년에 주로에 나와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다.


▷임성실 기수

-2013년 ‘인디밴드’로 우승 후 ‘트리플나인’으로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우승하게 됐는데.
2013년도에 ‘인디밴드’라는 좋은 말을 만나게 됐는데, 또 명마와 함께 호흡할 수 있게 된 점이 기수로서 매우 큰 자부심도 느끼고 감사하다. ‘인디밴드’도 굉장히 훌륭한 말이고, ‘트리플나인’도 같은 업적을 쌓긴 했지만 6살 노장인 나이에 뛰고 있다는 것 자체로 굉장히 뿌듯하다. 이번에는 확실히 자신이 있었다. 오늘 ‘트리플나인’을 믿고 편하게 탔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청담도끼’를 상대로 어떤 작전을 펼쳤는지
그동안 ‘청담도끼’가 ‘트리플나인’과 3번 정도 실전에서 붙었는데 ‘청담도끼’는 계속 좋은 컨디션으로 나왔었고, ‘트리플나인’은 휴양을 갔다 왔다거나 컨디션이 100%가 아닌 상황에서 붙었었다. 이 두 말의 능력 차이를 어느 정도 마방에서도 알고, 기수인 나도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트리플나인’의 컨디션이 100% 올라와 이정도 상태라면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크게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기승했다. 처음부터 이번 경주 인기마들의 동선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고, ‘청담도끼’도 선행 전개를 펼칠 걸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동요하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상대마의 주행습성을 알고 대처를 통해 기승을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트리플나인’의 현재 경주력은 전성기 못 지 않은 것 같다.
물론 ‘트리플나인’이 대단한 말이기는 하지만 부경 19조 마방에서 ‘인디밴드’, ‘파워블레이드’ 등 그동안 굉장히 좋은 말을 배출한바 있다. 우수한 경주마를 계속 관리하면서 노하우가 쌓인 것 같고, 부경 19조만의 노하우를 통해 6세마 ‘트리플나인’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물론 말이 좋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좋은 말을 잘 관리하는 부산 19조 관리사들의 역량의 덕이 있었다.

-올해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우승했는데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기수로서 큰 대회의 우승은 기분이 좋은일이고, 보람된 일이지만 기수 생활을 20년 가까이 했다. 현재 조교사 면허증이 있어서 빠른 시일 내에 마방을 열어 ‘트리플나인’과 같은 좋은 명마를 한번 만들고 육성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2018 그랑프리 경마대회 우승마 `트리플나인` 경주장면>
심호근 기자 keunee120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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