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 위치한 훈련장소…성폭행 및 폭행 발생 시 은폐 쉬워

좁은 승마 선수층…제 목소리 못 내는 경우 허다
중심적 역할 수행 대한승마협회 부재…성폭력 및 인성 교육은 턱 없이 부족
비협조적 승마선수들의 자세도 문제…국가대표 이수 교육도 시간 채우기 급급
학생 및 유소년 선수 대상 필수적 교육 이수 방안 검토도 필요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을 추가 고소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8일 브리핑을 통해 모든 제도와 대책의 전면적 재검토 의지를 밝혔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더욱 강화하고 성폭력 가해자는 체육 관련 단체에서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성폭력 등 체육 관련 비위 근절을 위한 민간 주도 특별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가 강력한 성폭력 관련 규정 재검토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승마계는 성폭력 예방과 관련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으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을까 점검해본다.

승마는 종목 특성상 도심 외곽이나 교외에 위치한 개별 마장에서 연습과 훈련이 진행된다. 가축인 말을 사육해야 하기 때문에 승마장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아닌 한적한 곳에 대부분 위치해 있다. 다소 외딴 장소에서 진행되는 활동으로 인해 행여 폭행 또는 성추행, 성폭행 사건 등이 발생할 경우 은폐되기 쉬운 환경이다. 외딴 장소라고 해서 관련 사고들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철저한 관련 교육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승마계는 좁은 선수 풀(Pool)로 인해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작년 우리 사회가 ‘미투(metoo)’ 열풍으로 내부 고발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던 가운데 승마계에서는 아무런 논란이 일지 않았다. 당시 취재를 통해 집단 따돌림, 성추행 등에 대한 작은 고발의 움직임을 감지했으나, 승마계의 암묵적인 분위기로 인해 자지러들었고 수면 위로 부상하지는 않았다. 대한승마협회 홈페이지에는 ‘선수권익보호센터’라는 섹션을 통해 스포츠 인권 관련 침해에 대한 상담 및 접수를 받고 있으나 실제로 접수된 사례는 거의 희박하다.

극히 개인 종목인 승마의 특성상 승마선수들은 다른 단체 종목에 비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협동심을 요하는 단체 종목과 달리 개개인이 말과 호흡을 맞추는 스포츠로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무의식 중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의견 등이 제기되기도 한다.

승마인을 통괄 지도, 우수한 승마인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대한승마협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전후로 한 협회의 부침으로 인해 가장 기본이 돼야 할 ‘선수들의 인성 및 성폭력·폭력 예방 교육’은 거의 실시하지 못했다.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된 지난해 말에서야 심판 및 지도자 강습회를 통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했으며, 그것도 자발적인 교육 참가자에 한해서 진행됐다.

대한승마협회의 탓만으로 돌리기에도 무리는 있다. 일선에서 활동하는 승마감독과 코치, 선수들 모두가 관련 교육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다른 종목과 달리 말 구입비 및 대회 참가비 등 자신의 돈을 들여 진행하는 종목으로 협회가 교육을 진행하고자 해도 적극적인 참여도가 부족하다. 매년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성폭력 예방 의무 교육의 이수도 시간 채우기 급급하다. 사실상 실질적인 교육은 진행되지 않는 수준이다.

대한승마협회는 최근 불거진 스포츠계 성폭력 사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성폭력 및 인성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승마 관계자들의 교육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 교육 참석을 강제할 순 없지만 차기 국가대표 선발 시 우대 등 유인책을 통해 자발적 참석을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또한, 한국승마의 미래이자 소중한 자원인 학생 및 유소년 승마인구에 대한 교육은 필수적으로 수행토록 해야 한다. 학생 및 유소년 승마대회 개최 시 관련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토록 하고, 기존 승마 문화에 젖어들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이 크다. 어린 시절부터 성폭력 및 인성 교육을 통한 건전한 문화를 정착시킨다면 승마의 전반적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체부가 스포츠계 성폭력과 관련해 강력한 규정 재검토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승마계는 성폭력 예방과 관련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으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을까 점검해본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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