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9.0의 대지진에 이은 파고 30m에 육박하는 쓰나미, 그리고 대형 원전사고로 초죽음의 상태에 빠져 있는 일본열도에 세계경마계 대지진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일본 경주마가 총상금 1천만불(한화 약 120억원)이 걸려 있는 제16회 두바이월드컵클래식 경마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싹쓸이한 낭보다. 일본이 1866년에 경마를 시작했으니 145년 만의 쾌거다. NHK를 비롯한 메이저 방송사들은 물론이고 아사히 요미우리 등 메이저 신문 등 모든 미디어들은 이 소식을 알리느라 분주했고 지난주 내내 일본열도가 뜨거웠다. 초죽음의 슬픔에 빠져 있는 일본 국민들에게 절망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보게 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27일 새벽 2시(한국시간)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있는 메이단 경마장에서 열린 제16회 두바이월드컵(GⅠ)에서 일본의 ‘빅토아르피사’(Victoire Pisa)가 같은 일본 경주마인 ‘트랜센드’(Transcend)를 반마신차로 따돌리며 일본산 마필로는 최초로 두바이월드컵을 제패했다. 일본산 경주마가 거둬들인 상금은 ‘빅토아르피사’ 500만불과 ‘트랜센드’ 300만불을 합해 총 800만불(한화 약 88억원)이다. 14두의 출전마필중 유일한 암말로 당일 세 번째 우승후보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또 다른 일본산 마필인 ‘뷰에나비스타’(Buena Vista)는 8위를 차지했다.

제16회 두바이월드컵에서 일본산 마필들의 선전은 사상 최악의 대지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일본 국민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빅토아르피사’에 기승했던 M.데무로 기수는 연신 ‘언블리버블’(unbelievable-믿기힘든)을 외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준우승마 ‘트랜센드’에 기승했던 후지타 기수는 “현재 일본 국민들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직면해 있기에 일본산 경주마의 쾌거가 그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는 코멘트를 전했다. `빅토아르 피사`는 4세 수말로, 지난해 일본 삼관경주중 첫 번째 관문인 `사츠키쇼(皐月賞)` 경마대회와 일본 그랑프리 경주인 `아리마기넨(有馬記念)`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제경주인 프랑스 개선문상(Prix de l`Arc de Triomphe) 경주와 재팬컵(Japan Cup) 경주에서는 각각 7위와 3위에 그쳐 국제무대에서는 그다지 두각을 보이지 못했으나 이번 두바이 월드컵 우승으로 일약 세계 최고의 명마로 그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빅토아르피사’는 일본 경마를 이끌어온 대표 씨수말 ‘선데이사일런스’의 손자이다.
이번 두바이월드컵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으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영국의 ‘트와이스오버’(Twice Ove)는 팬들의 관심도에 호응하지 못하며 9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북미 4세 챔피언마로 또 다른 우승후보로 지목받았던 미국의 ‘지오폰티’(Gio Ponti )도 5위를 차지하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한편 국내에 도입된 씨수말의 자마 2두가 출전 예정 이였던 1200m 스프린트 경주인 골든샤힌(Dubai Golden Shaheen )경주 에서는 지난해 이 경주의 우승에 이어 2연패를 노리던 국내씨수말 ‘양키빅터’(폐사)의 자마 ‘킨세일킹’(KinSale King)이 오른쪽 앞다리 질병으로 출주취소 되었으며, 또 다른 국내 씨수말 ‘포리스트캠프’의 자마 ‘포스프리즈’는 출전하였으나 출전마 9두중 최하위의 성적을 거두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올해 두바이월드컵 경마대회는 일본을 위한 잔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승마 한 마리 배출하기도 힘든 판에 우승과 준우승을 한꺼번에 거머쥐었으니 말이다. 한국경마는 언제쯤이나 이런 영광을 누려볼 수 있을까? 그저 이루지 못할 꿈으로 치부하고 판돌리는 경마만 계속해야 할 것인가. 우리나라 경마 역사도 어언 100년을 향해 치닫고 있다. 100년이 되기 전에 세계를 제패하는 경주마가 탄생하기를 고대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