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기억으로는 지금부터 20여년 전 1990년대 초에는 삼성전자의 매출액과 한국마사회의 매출액이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삼성전자는 지난해 154조6천억원의 천문학적인 매출액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마사회는 7조5천억원이었다. 무려 20배의 차이가 난다. 불과 2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세상은 천지개벽을 하듯이 변하고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고 만다. 그러나 한국경마는 바야흐로 스마트시대가 도래했는데도 모든 시스템이 아날로그에 머물고 있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마사회는 2009년7월20일 사설경마를 막는다는 취지로 경마실황 중계를 폐지했다. 그러나 경마실황 중계를 폐지하고 나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불법 사설경마는 더욱 늘어나 김제의 한 마늘밭에서는 5만원권 위주의 1백10억여원의 돈다발이 발견돼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합법을 규제하여 불법을 조장한 결과물이었다.

같은날 온라인 베팅(Knetz)이 폐지된 후 전화며 인터넷 등을 이용해 마권을 구입하던 상황이 종료돼 장내 혼잡은 더욱 가중되고 사설경마 마권구매대행 등은 음지에서 독버섯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경마의 온라인 베팅은 사감위가 주장하는 게임중독문제와 인터넷 도박과는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사감위는 전혀 온라인베팅 재개를 요구하는 여론에 귀를 닫고 있다.

온라인·모바일 베팅은 IT기술의 고속 성장에 따른 on-line 거래 희망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고, 불법 인터넷 마권구매대행 이용자를 제도권으로 흡수하고, 실명 방식의 마권구매 서비스를 제공해 경마의 건전화·대중화에 기여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특히 홍콩이나 일본의 경우 온라인 베팅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 등 경마선진국에서 보편화된 마권구매 방식임을 생각한다면, 경마 인터넷베팅 폐지는 결국 사감위의 무지를 세계 마방에 선전하는 꼴이다.

온라인베팅 폐지로 인해 장외발매소의 혼잡도 증가는 물론이고 불법사설경마의 대폭적인 증가가 나타났다. 인터넷과 전화 등 온라인을 통한 베팅은 가입단계에서 명확한 실명확인과 구매한도 준수 등 건전성을 높이는 가운데, 접근과 이용의 편리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권장해야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마사회 매출액을 뛰어 넘는 것으로 파악되는 사설경마(맞대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권구매 대행 사이트를 규제하자 지금은 한국마사회가 시행하는 경마를 시뮬레이션으로 중개하면서 변칙 사설경마를 운영하는 사이트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즉 경마장에서 핸드폰이나 첨단기기를 동원하여 경마를 중계하고 여기에 베팅하도록 하고 마사회의 배당금보다 적게는 10% 많게는 20%를 더 주면서 선량한 경마팬을 유혹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온라인 마권발매를 금지하고 있는 사감위는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백해무익한 기구에 지나지 않는다.

사감위가 강행하고 있는 전자카드 기능은 이미 온라인베팅(Knetz)이 충분히 담당하고 있었다. 온라인 구매의 폐지는 실명을 통한 투명성과 경주당 상한선의 엄격한 준수를 통한 건전성, 바쁜 경마팬을 위한 서비스 확충이라는 순기능을 무시한 처사인 것이다. 사감위는 생색을 내기 위한 전자카드 강행에 집착하기보다는 이미 익숙하고 전자카드 기능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온라인베팅 재개를 먼저 허용하는 것이 옳다. 더 중요한 것은 합법 사행산업들은 개별법으로 규제와 통제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불법사행산업 근절기구로 역할이 전환되어야 한다. 그게 국가발전을 위해 유익한 일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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