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의 저서 '백범일지'를 통해 대한민국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한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돌아본다. 한반도 땅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세계 굴지의 기업은 물론 스포츠와 연예계 등 많은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모습으로 성장했다.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자신의 안위와 목숨을 걸고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국가이다. 그들의 희생으로 뿌리내린 씨앗이 성장한 나라, 그게 바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

자신의 흔적을 자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쓰인 백범일지, 이는 대한민국 모든 후손을 위한 이야기다. 김구 선생은 어린 자식들에게 아비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고자 이 책을 썼다. 여기 적힌 이야기는 소설도 영화도 아니다. 학창 시절 역사 수업 때 짧게 마주했던 기록들, 책 속에 적혀있는 짧은 문장들이 내 머리와 가슴에서 살아나기 시작한다. 그가 겪어야 했던 모든 순간의 기록은 이 땅의 모든 자손들을 위해 피와 눈물로 쓰인 역사 그 자체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흘려야했던 뜨거운 피의 온기가 남아있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듯 하지만, 일제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지 아직 채 80년도 되질 않는다. 자유와 더불어 더욱 부강한 민족으로 살아가길 바라던 생의 꿈은 이루어졌을까? 아쉽게도 우리는 여전히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비록 총칼을 들지는 않았지만 과거의 모습과 다름없이 야욕을 드러내는 일본의 모습을 마주하고 있다. 항상 그러하지만 어느 순간보다 역사의식 고취가 중요시되는 오늘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펴든 '백범일지'는 내게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벌써 세 번째 마주하지만 볼 때마다 새로움을 느낀다. 아마 풀어져 있떤 내 의식을 다시 일깨워주기 때문이리라. 2019년 이달의 독립운동가 전문필진 활동을 하며 다시 읽어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다. 마침 선생께서 8월 독립운동가로 선정되어 다시 책을 볼 수 있었다. 최소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백범일지'를 읽어야지 다짐하던 나의 옛 모습이 떠오른다. 오랜만에 책을 통해 선생께서 마주했던 치열한 역사의 흐름으로 빠져든다.

우리나라가 독립한다면 가장 미천한 자가 되어도 좋다고 말씀하셨던 김구 선생. 독립 정부의 문지기가 되고자 하셨던 선생의 소원은 첫째도 독립이오, 둘째도 독립이오, 셋째도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었다. 책의 마지막에 나의 소원을 이야기하시던 선생의 소원은 모두 이루어졌을까?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오랜 시간 중국에 있었다. 다행히 선생께서는 살아계실 적 이 땅의 독립을 지켜보셨다. 물론 임시정부 요원이 아닌 개인의 자격으로 고국에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토록 바라던 대한민국의 독립을 몸소 체험하실 수 있었다. 많은 부분 뿌듯한 마음으로 후손들을 바라보고 계실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 우리는 여전히 남북으로 갈려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는 사실이다.

백범일지는 김구 선생의 일대기, 또한 대한민국 독립사 그 자체라 이야기하고 싶다. 선생의 어린 시절부터 독립을 위한 투쟁의 역사, 그리고 민족의 분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선생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언행을 보였던 모습, 동학군을 이끌며 애기접주로 불렸던 일들, 국모를 시해한 일본인을 죽인 이야기, 목숨 걸고 벌어지는 독립운동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나의 소원'으로 책의 끝을 맺는다. 이 글을 쓰며 '나의 소원'을 다시 읽어본다. 대한민국과 함께 이 땅에 살아갈 모든 이들을 위한 진정성이 느껴진다. 아주 오래전 선생의 생각이 적힌 글이지만 이 시대의 상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많다. 만약 선생께서 더 오래 이 땅에 머물렀다면, '나의 소원' 이후 백범일지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가 되었을까?

책의 서두에서 김구 선생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우리의 시체로 성벽을 삼아서 우리의 독립을 지키고 우리의 시체로 발등상을 삼아서 우리의 자손을 높이고, 우리의 시체로 거름을 삼아서 우리의 문화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혀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영토, 한반도는 조상들의 시체를 성벽 삼아, 위대한 분들의 시체를 발등상 삼아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죽음의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내놓은 누군가에 의해 지금의 문화가 만들어졌다. 고귀한 시체의 거름을 통해 우리 문화의 꽃을 피웠고 열매를 맺었다. 그저 동아시아 일부의 작은 문화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인정받는 찬란한 열매의 순간이 바로 2019년의 대한민국이다.

누가 뭐라 해도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초대 주석이며, 우리나라의 정신적 근간이자 반석이 되는 분이시다. 옳은 것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열혈남아였다. 한번 자신의 의지를 정하면 굽히는 법이 없었다. 어린 시절 애기접주로 불리며 동학군을 이끌었고, 국모를 시해한 민족의 역적을 맨손으로 처단했다. 오랜 시간 머나먼 중국 땅에서 힘겹게 임시정부를 이끌었다. 이봉창과 윤봉길 의사 등 젊은 독립운동가들을 이끌어 우리 민족의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독립을 맞이한 후에도 직정한 자주독립을 위하여, 이념에 의한 민족 분열을 막기 위하여 끊임없이 싸우셨다. 감히 말하건대,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의 시작이었고, 오늘 현재이며, 또한 미래이다. 선생께서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질진대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런 선생의 말씀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눈부신 발전으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된 대한민국이지만,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고 이뤄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겉으로는 평화를 유지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역시 자신들의 기회에 맞춰 언제 다시 이빨을 드러낼지 모르는 일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소통이다. 우리 민족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주변 국가로부터 끊임없는 고통을 받아왔다.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루어지는 일, 그것은 선생께서 그토록 바라시던 자주 독립이며 외세의 침략에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라 생각한다. 또한 세계를 선도에서 이끌 수 있는 대한민국 특규의 문화가 곁들여야 마땅하다. 김구 선생께서 그토록 바라시던 '나의 소원', 그건 결코 한 개인의 이기적인 바람이 아닌 우리 민족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반드시 성취해 내야만 하는 한민족의 숙명이다.

 

백범일지. ⓒ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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