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Racing Blog 운영하는 영국인 블로거 알라스테어 미들튼(Alastair Middleton, 32)
- 영국인 알라스테어 미들튼氏, Korea Racing Blog 통해 한국경마 알리기 앞장 회제

기자가 ‘Korea Racing Blog’(korearacing.wordpress.com)를 알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해외경마 기사거리를 찾아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우리 경마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이 영문 블로그를 만났고, 이렇게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분이 누구일까 생각하며 이메일을 보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블로거가 외국인일 것이라고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고, 당연히 경마를 좋아하고 영어를 잘하는 우리나라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며칠 후 도착한 답장은 뜻밖이었다. 그는 푸른 눈의 영국인이었다.
알라스테어 미들튼(Alastair Middleton, 32) 씨를 만난 것은 지난 15일(토) 서울경마공원에서였다. 그는 “매주 경마일 거의 꼬박꼬박 경마공원을 방문한다”고 자랑했다. 어린 시절, 집과 가까운 뉴마켓(Newmarket) 경마장을 아버지와 다니며 경마가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고 했다. 축구와 경마가 가장 사랑하는 취미라고 한 그에게 좋아하는 축구팀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좋아하는 영국팀은 프리미어리그 소속이 아니라서 잘 알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FC서울 팬클럽 회원카드를 보여줬다.
미들튼 씨는 지난 2005년에 한국에 왔다. 처음에는 외국인 영어교사였다가 한국의 매력에 빠져 눌러 앉았고 현재는 미국계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이 너무 좋다. 정말 특별한 나라다. 음식은 환상적이고 사람들은 친절하다”고 우리나라 예찬론을 펼쳤다.
우리 경마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Korea Racing Blog’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처음에는 마사회에서 영어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미국과 호주 등에 우리 경마에 대한 정보를 역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4년 전보다 모든 면이 좋아졌다. 한국 경마도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지금 우리 경마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많이 알지 못한다”라며 겸손을 보이면서도 “혈통은 아주 좋아졌다고 본다. 메니피, 포리스트캠프, 엑톤파크 등은 미국이 오히려 아까워해야 할 말들이다. 기수들의 질도 엄청나게 좋아졌다. 문제는 훈련(training)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신마 육성과 경주마 훈련 부분이 약해서 경마가 느리고(slow) 경주마들이 약하다(weak). 많은 부상을 가져오는 트랙도 문제”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한국인들에게 경마를 취미라고 얘기하면 도박을 하냐면서 정말 놀라워한다.”면서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정말 심각하다”라고 얘기했다.
가장 좋아하는 경주마를 묻자 ‘백광’, ‘제이에스홀드’, ‘연승대로’ 등 명마들의 이름이 술술 나왔다. 그 중에서도 ‘제이에스홀드’에 대해 각별하게 생각하는 듯 했다. “한국에서 본 가장 센 말이다. 빨리 은퇴하지 않았으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며 명마를 회상했다.
어떠한 지원이나 후원 없이 순수하게 취미로 혼자서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밝힌 미들튼 씨는, “내 취미가 경마인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아직 한국을 떠날 계획이 없다. 지금 일이 좋고 한국이 좋으며 한국 경마를 좀 더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말했다.
우리 경마를 너무나 사랑해서 스스로 전세계에 알리고 있는 외국인 블로거를 보며, 경마 전문지 기자로 일하는 자신의 모습과 온갖 규제에 얽매여 힘들어 하는 우리 경마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았다. 희망은 항상 있다. 자주 잊는 것일 뿐.

이승열 기자 wang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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