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와르피사
올 한해 다사다난했던 우리 경마처럼 세계 경마 역시 많은 일이 있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하여 경마산업 역시 수년간 침체기에 있었다면, 올해는 영국의 RFC(Racing For Change)를 비롯해 경마산업을 다시 복구하려는 시도가 시작된 해였다. 일본 경마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사이 북미에서는 새로운 연승 기록이 나왔다. 경마문화신문에서는 2011년 세계 경마를 돌이켜 보며 『세계경마 7대 뉴스』를 선정해 보았다.

1. 일본 경마의 좌절과 환희
일본 경마는 올 한해 환희와 좌절을 동시에 겪으며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지역에 발생한 대지진은 일본에 큰 상처를 주었고 일본 경마 역시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그 와중에 큰 낭보가 전해졌으니, 그 주인공은 4살짜리 수말 ‘빅토와르피사’였다. ‘빅토와르피사’는 두바이월드컵(G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최악의 대지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고국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한편, 3세 수말 ‘오르페브르’는 일본 삼관 경주를 차례대로 우승하며 일본 경마 역사상 7번째 삼관마에 올랐다. 이는 ‘딤임팩트’(2005)에 이은 6년만의 삼관마 탄생이다.

2. 챔피언스 데이(Champions Day), 영국 경마 부흥을 알리다
지난 10월 15일 전세계 경마계의 이목은 경마 종주국 영국의 애스콧 경마장에 집중됐다. 바로 영국 경마 부흥의 전주곡이 될 『챔피언스 데이』경마 축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챔피언스 데이』는 올해부터 영국경마가 시행하는 『챔피언스 시리즈』 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총 5개의 GⅠ 경마대회가 한꺼번에 열리는 빅 이벤트였다. 이는 영국 경마를 되살리자는 RFC(Racing For Chang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 세계 경마산업이 침체기에 있는 상황에서 영국의 이 같은 노력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첫 『챔피언스 데이』는 흥행에 크게 성공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 역시 남겼다. 그것은 미국의 브리더즈컵 시리즈와 프랑스 개선문상 대회와의 충돌 가능성이다. 『챔피언스 데이』는 이 두 대회와 2주 정도의 짧은 간격을 두고 개최될 수 밖에 없어, 우수 경주마들의 선택의 폭을 좁게 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3. 베팅 익스체인지(Betting Exchange), 북미 상륙
『베팅 익스체인지』가 마침내 미국에 상륙했다. 이 베팅 모델은 지난 2000년 영국의 북메이커 회사인 베트페어(Betfair)가 내놓은 새로운 방식으로 기존의 패리뮤추얼이나 고정배당률(fixed odds) 방식을 잠식해 가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베팅 익스체인지』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인들이 마권의 판매자가 되어 이용자 사이에 베팅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당률조차도 이용자가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베팅 익스체인지』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은 향후 직거래와 같은 개인간 베팅 거래가 만연할 가능성이다. 이는 경마산업에의 이익금 환원이 없어져 1·2·3·4차 산업을 아우르는 경마의 순환 사이클이 단절됨을 뜻한다. 현재 이 모델은 영국 전체 마권 매출의 10%에 이를 만큼 급성장하고 있으며, 미국 뉴저지 주와 캘리포니아 주가 내년부터 허용하기로 했다. 과연 『베팅 익스체인지』가 세계 경마 베팅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주목된다.

4. 경주마 연승 기록 봇물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는 ‘래피드리덕스’라는 경주마가 주목을 받았다. ‘래피드리덕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출전한 21개 경주를 모두 승리했다. 이로써 ‘래피드리덕스’는 ‘페퍼스프라이드’와 ‘제니야타’가 가지고 있던 북미 최다 연승 기록인 19연승 기록을 갱신했을 뿐 아니라 전설적인 명마 ‘Citation’이 가지고 있던 미국의 한 해 최다승 기록인 19승과 타이를 이뤘다.
‘래피드리덕스’보다 전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경주마는 호주의 ‘블랙캐비어’다. 호주산 5세 암말인 ‘블랙캐비어’는 데뷔 후 16전 전승과 그룹(Group) 경주 13승을 기록하며 뉴질랜드산 전설적인 명마인 ‘Phar Lab’의 14연승 기록을 깼다. 아직 현재 진행형인 ‘래피드리덕스’와 ‘블랙캐비어’의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5. 씨수말들의 세대교체, ‘새들러즈웰스’의 죽음과 ‘에이피인디’의 은퇴
북미와 유럽의 위대한 씨수말 두 마리가 이별을 고했다. 아일랜드 쿨모어 목장에서 활동해 온 ‘새들러즈웰스’는 지난 4월 26일 고령으로(30세) 사망했다. ‘노던댄서’의 아들인 그는 13년 연속 포함 총 14번이나 영국/아일랜드 리딩사이어를 차지했으며 총 323두의 스테이크스 우승마를 배출했다. 그의 아들들인 ‘Galileo’, `Montjeu`, `High Chaparral` 등이 좋은 생산 성적을 내고 있어 ‘새들러즈웰스’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에이피인디’가 지난 4월, 번식력 감소를 이유로 은퇴를 선언했다. 올해 22세의 ‘에이피인디’는 두 차례 북미 리딩사이어에 올랐고 135두의 스테이크스 우승마를 배출했다. 그의 아들인 ‘Malibu Moon’, `Bernardini` 등이 그의 명성을 이어갈 것이다.

6. 세계적인 3세마 강세, 마령·별정 중량 위협받나
최근 북미와 유럽의 주요 경주에서 3세마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의 경우 영국의 상반기 그랑프리 격인 킹조지 스테이크스 에서 3세의 ‘Nathaniel’이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마일 경주인 서섹스 스테이크스와 퀸엘리자베스 스테이크스에서도 ‘Frankel’이 우승했으며, 최고 권위의 프랑스 개선문상에서도 3세 암말인 ‘Danedream’이 우승을 가져갔다. 특히 개선문상의 경우 최근 2000년 이후 11번의 경주에서 4세 이상마가 우승한 것은 3번에 불과하다.
경마 전문가들은 3세마 강세의 이유에 대해 조숙형 경주마 중심의 생산 경향으로 4세 이상마와의 능력 차이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담중량에서 여전히 큰 이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연령별 부담중량 차등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큰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3세마 강세에 대한 논란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7. 기수의 채찍과 경주마의 약물 규제 강화 추세
영국경마협회(BHA)는 지난 10월부터 경주 중 기수의 채찍 사용 회수를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채찍 사용 규정을 적용했다. 앞으로 영국에서는 평지경주에서는 최대 7회, 장애물 경주에서는 최대 8회로 채찍 회수가 제한된다. 세계경마연맹(IFHA) 역시 회원국들에게 채찍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세계 경마에서 채찍 사용에 대한 규제는 점차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주마의 약물 투여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 브리더즈컵 社는 2013년까지 브리더즈컵 대회에 출전하는 모든 경주마들의 약물 치료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내년에 2세마에 우선 적용되며, 이어 모든 경주마로 확대되는 것이다. 브리더즈컵의 이와 같은 조치는 세계 경마의 약물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열 기자 wanggo@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