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통령을 원한다>(I Want a President)는 미국의 미술가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이며 성소수자 인권운동가인 조이 레너드(Zoe Leonard)가 1992년 아일린 마일스(Eileen Myles)의 대통령 선거 출마 지지를 위해 쓴 글이다. 이 글은 2010년 미국도 아닌 스웨덴의 여성 예술가들이 자국의 극우 정당의 의회 진입을 비판하기 위해 낭독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나라에 전파되있는데 종이에 타자기로 친 텍스트가 2016년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 공원에 선전문, 포고문, 대자보같이 설치되었다.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 공원에 설치된 종이에 타자기로 친 조이 레너드의 장문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 공원에 설치된 종이에 타자기로 친 조이 레너드의 장문

레너드가 원한 대통령은(I want a dyke for president.) 실제 레즈비언인 아일린 마일스를 직접 언급하긴 했지만 레너드가 원한 진정한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들을 위한 행정과 싸움을 해줄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원문에는 '병원에서 줄 서본 경험이 있는 사람, 실직자, 성희롱을 당해본 본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처지를 공감하고 대변해 줄 사람을 원한다고 호소한다. 

조이 레너드의 전체 원문
조이 레너드의 전체 원문

나는 우리 음악계가 이렇게 되기를 원한다.

1.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입시경쟁, 스쿨 클래식이 아닌 진정 음악이 주는 행복을 연주하는 당사자부터 느끼고 그 사랑하는 감정을 사람들에게 전파, 음악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힘과 숭고함을 같이 공유하길 바란다. 좋다는 말, 박수갈채와 맹목적인 환호와 인정에만 목말라 자신의 악기, 자신의 밥벌이, 자신의 영역에서의 성공에만 매몰되어 전체적인 상황과 큰 그림을 그리고 보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자기 돈으로 음악회 개최하면서 몇 년에 한번 올리는 독주회엔 무슨 큰 벼슬이나 한거 같이 예민하고 마치 입시를 앞둔 수험생 같지 않은 프로페셔널한 연주자의 자세를 원한다. 일당 받는 오브리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브랜드를 형성해서 자립하고 당당한 주체로서 독립하길 바란다. 그러려면 제대로 공부하고 전략을 세우고 대비해면서 배운 거에서 벗어나야 한다.

2. 앞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는데 몸 비비꼬고 하품하면서 핸드폰이나 보고 딴짓하는 관객이 아닌 진심으로 소통하고 공감해주는 관객들이 많길 바란다. 와서 재미없다고 불평불만하고 아는 곡 듣고 싶다고 툴툴대지 말고 왔다면 최대한 집중해서 연주되는 곡의 진의를 알고 집중해서 들어라.

3. 노래나 스피치 시켜 놓고 주목 안 하고 딴청 피우지 않고 자신의 화제와 관심이 아니더라도 공통의 화제에 집중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경청하길 바란다. 꼭 딴 이야기, 자신에게만 화제를 돌리려고 하고 그 밖의 건은 경청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길 바란다. 이건 유독 우리나라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 자기들이 못 듣고 못 알아듣고 설명 안 해주고 무시했다고 적반하장이다. 심지어 음대 교수라는 사람이 남의 연주 중에 떠든다.

4. 음악회 와서 그 음악회를 주제로 삼아 이야기하지 않고 지를 들어내고 염불 말고 잿밥에만 관심 있는 녀석들.

음악이 주가 아니라 술 먹으러 와서 자기 사업, 비즈니스의 장으로 생각하는 녀석들, 아니 도대체 그날 연주된 곡이 뭔지도 모르고 작곡가가 음악회 끝나고 버젓이 뒤풀이에 마주 앉아 음악회에서 연주된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데 호응도 안 하는 녀석들은 뭐 하러 온 것인가! 돈도 내지 않고 공짜 연주회에 오는 그런 사람이 몇백 명인들 뭔 소용이리.

5. 연습 시간에 늦고 제대로 연습도 안 해오고 캔슬 하는 녀석들은 처음부터 상종을 말아야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한두 번 이해하고 다독여서 끝날 일이 아니다. 상습적이고 개 버릇 못 고친다. 괜히 그런 사람들 안고 가다 참고 참다 한번 터지면 도리어 항변한다. 약속시간 어기고 사전 양해도 없이 늦었으면서 괘변만 일삼고 자기의 사정을 이해해주지 못했다고 적반하장이다.

6. 예술을 무슨 하부구조로 여기는 녀석들, 예술인을 경시하는 행정관료주의적 사대주의에 빠진 녀석들, 예술에 대해 관심과 안목이 1도로 없으면서 행정 만능주의에 사로잡혀 뭔가 이뤘다고 여기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는 정치논리에 좌우되는 후진국 수준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적길 바란다.

7. 그저 적을 만들지 말고 순응하면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자기합리화하면서 둥글둥글 사라고 예술가를 일반 삶의 척도에 끼워 맞추려는 녀석들. 자기 필요하고 급할 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닦달하고 보채면서 다른 이의 고통에는 무감각하고 자기만 미꾸자리 같이 빠져나가면 녀석들.

8. 음악 때문에, 연주회 앞두고 스트레스받는다는 음악을 그저 삶의 수단으로 여기는 녀석들. 자신이 준비하는 독주회나 독창회가 무슨 벼슬인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할 줄 하는 악기가 있으면 꺼내서 연주하고 다른 이와 즐겁게 합주하면서 즉흥연주도 하고 화음도 바꿔가며 이조도 하고 현란한 카덴짜나 시나위를 할 줄 하는 연주자가 되어야지 몇 개의 연마한 곡들을 들들 외워서 치고 선보이는 건 예술가의 반열이 아닌 그저 악사다. 작곡가도 마찬가지로 어떤 악보를 줘도 전조도 척척하고 악기 하나를 편하게 다뤄 반주도 하고 즐기면서 기존 알려진 곡들에 대한 철저한 공부와 학습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베토벤 소나타나 바흐 평균율 푸가는 적어도 3-4개는 외워서 칠 줄 알고 어떤 스타일의 장르와 편성에도 시간 안에 편곡을 쓱쓱 해내면서 요즘 필수인 레코딩과 미디어기기 활용법도 알아야지 작곡가라 할 수 있지 음악대학을 졸업했다고 몇 년 음악을 전공했다고 음악가가 아니란 뜻이다.

MBN 뉴스와이드 7월 26일 금요일 차에 출연한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이 쓴 판넬, 사진 갈무리: MBN 뉴스와이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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