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남희석 씨가 "연예인에게 승마는 필수"라는 멘션과 함께 트위터에 올린 사진.

- 사극 및 영화 촬영 위해 승마장 찾는 연기자들, 한겨울에도 ‘구슬땀’
- ‘연예인스러운’ 귀족 스포츠 승마에 대한 인식 전환, 어떻게 가능할까

얼마 전, 개그맨 남희석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연예인에게 승마는 필수”란 멘션을 남겼다. 어찌 보면 연예인 아닌 일반인들에게 일종의 ‘위화감’을 주는 멘트인 셈. 하지만 첨부된 사진을 본 그의 팔로워들은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남 씨가 진지한 얼굴 표정을 짓고 유아용 목마 기구에 쪼그리고 올라탄 모습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에게 승마는 무엇일까. 최근 승마 연기자 공식 커플이었던 이상윤 씨와 남상미 씨의 ‘이별’ 소식이 알려지고, ‘승마녀’ 아인의 선정적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또 국내에는 한국마사회 소속 연예인 승마단 호스타(Horstar·단장 임호)가 있는데, 이들은 마사회의 재활승마 한마당 행사 등 주요 행사에 홍보단원으로서 활동할 뿐만 아니라 주요 대회에도 참가해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평소 한국마사회 승마훈련원에서 강습을 받으며 꾸준히 승마를 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승마의 고급 이미지와 어울리는 연예인들에게 승마는 하나의 레저 운동이면서 홍보 수단이기도 한 셈이다.

대왕의 꿈, 대풍수, 마의, 야왕 등 공중파 사극에 출연하는 연기자들 또한 방송을 위해 승마를 배우러 승마장을 찾는다. 퀸승마클럽(오미영 대표)이나 안산승마클럽(박병철 대표), 시즌5승마장(강희영 대표) 등 평일에 수도권 근처 승마장을 찾으면 구슬땀을 흘리며 승마 강습에 몰두한 연기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매주 화·목·금요일마다 연예인들 승마 강습을 위주로 진행하고 주요 사극에 말을 임대한다는 퀸승마클럽의 오미영 대표는 “연기자들은 방송 일정 상 승마 강습 진도를 빨리 빼야 하는 문제가 있다. 사실 교관이나 우리 승마장 입장에서 어려운 게 아니라 말을 배우는 연기자들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퀸승마클럽은 포천에 있을 때부터 광개토대왕, 김수로, 추노, 다모 등 주요 사극 연기자들의 승마 강습을 지도해 오면서 꾸준히 신뢰를 쌓았고, 말들이 순치가 잘 되어서 방송 관계자들이 자주 찾는다고 했다.

‘슈퍼맨’으로 유명한 미국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리브가 낙마 사고로 목을 다쳐 식물인간이 된 사건은 유명하다. 이런 상황을 알고도 단지 승마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방송 출연을 위해 승마를 하는 것이라면, 연기자들에게 일견 승마는 ‘먹고살기 위한 수단’인 셈이기도 하다. 오는 3월에 방송 예정될 JTBC의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에 출연을 준비하고자 승마 강습을 하는 한 연기자는 “아직 말이 무섭다. 승마가 어려운 운동이라는 점을 배울 때마다 깨닫는다”며, 승마 강습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제는 또 있다. 마구간승마클럽 고성규 대표는 “고대 사극에 나오는 말들 대부분이 서양 말인데, 당시 우리나라에는 과하마(果下馬)라 불리는 조랑말이 있었다. 경마장에서 경주마로 쓰던 서양 말을 고구려 사극의 연기자들이 타고 있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이 고 대표에게 이런 문제를 지적할 정도로 ‘고증’도 안 된 낯부끄러운 일이라는 것. 하지만 방송계는 비용 등의 문제들로 서양 말의 사극 출연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말산업육성법이 시작된 지 3년차, 아직 국내에서 승마는 여전히 ‘연예인스러운’ 귀족 스포츠다. 현장에 있는 말산업 종사자들, 승마장 관계자들에게 ‘승마 인구 저변 확대’나 ‘전국민 말타기 운동’은 현실성 없는 이야기이며 언제든 ‘낙마’할 수 있는 일회성 이벤트로 폄하됐다. 승마 문화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인데다가 마사회를 비롯한 유관 단체들, 지자체는 탁상공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승마 문화가 국내에서 어떻게 자리 잡게 될지 철저한 사전 조사와 ‘고증’이 필요할 때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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