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경마팬 서명 운동 사이트` (KRASOS 마사랑 홈페이지 갈무리)
- 입장 후 베팅부터 환급까지 이중 과세…세계적으로 유래 없어
- 경마에 적용된 죄악세(Sin Tax) 등에 대해 헌법 소원 소송 준비 중


대다수 경마팬은 경마공원에 입장할 때, 마권을 구입할 때 그리고 환급을 받을 때 이중·삼중으로 세금을 내는지조차 모른다. 조세부담 형평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경마 시스템이 만든 ‘피해자’이기도 하다.

단돈 천 원이지만 경마공원 입장료에는 개별소비세(500원), 교육세(150원), 부가가치세(91원)가 포함돼 있다. 한국마사회가 가져가는 순수입장료는 겨우 259원이다.

100원이든 10만 원이든 베팅을 하는 순간 16%에 해당하는 금액이 세금으로 원천 부과된다. 이는 마권세(레저세)로 발매액의 10%는 지방세, 마권세(레저세)의 40%인 지방교육세 그리고 국세인 농어촌특별세 20%가 포함되는 것. 여기에 운 좋게 배당이 터져서 100배 초과의 환급을 받게 됐다고 치자. 환급되는 배당금에 또 세금이 붙는다. 환급금에 대한 기타 소득세 20%, 소득세액의 10%인 주민세를 낸 뒤 환급을 받는다.

예를 들어보자. 500원을 베팅해서 101배 배당이 나왔다 치자. 환급액은 50,750원이어야 하지만, 기타 소득세 만 원과 기타소득주민세 천 원을 빼면 실 환급액은 39,750원이다. 차라리 100배가 아닌 80배가 나와 4만 원을 고스란히 받는 게 낫다. 물론 베팅을 하다 돈을 탕진해도 어디서 그 돈을 되돌려주지 않는다. 단 한 곳, 불법 사설 경마장이나 ‘맞떼기’를 하는 마권 구매 대행 사이트 같은 곳에서는 원금의 일부를 돌려준다. 그러니 경마팬들이 경마장을 찾는 대신 불법 사설경마에 빠지는 것은 당연지사.

선량한 경마팬을 사설 경마와 같은 도박장으로 ‘인도’하는 건 다름 아닌 한국 경마 시스템 그 자체인 셈. 이처럼 한국 경마는 매출액 세계 10위권의 경마 시행국이지만 조세 정책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제경마연맹(IFHA)이 매년 발간하는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47개 연맹회원국 가운데 한국 경마의 원천 세율 16%는 터키(28%)와 모로코(20%), 인도(17.8%) 다음이다. 환급률 73%와 수득률 11%는 주요 경마 시행국 가운데서도 최저 수준이다. 8%의 원천세 때문에 불법 사설경마가 성행하면서 매출액이 감소하고, 베팅 사업자들이 국외로 사업장을 이주하자 2001년에 아예 원천세를 폐지한 영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홍콩과 싱가포르도 원천세를 폐지했으며, 일본은 9%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경마에만 이중, 삼중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일까. 최용선 교수(전 한국조세연구원장)는 사행 행위와 담배, 술 등 사회에 득이 안 되는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부과하는 ‘죄악세(Sin Tax)’가 세수 확보 목적보다는 가격을 올려 소비를 감소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담배나 술은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이 들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만족을 주기에 필요악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경마는 극소수 따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경마팬에게조차 만족을 주지 못하는 ‘불필요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게다가 일반 대중이 경마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지속하면 정부는 사감위를 통해 경마산업을 통제하고 현행 수준의 징세를 유지할 이유가 없고, 되려 경마에 세금을 중과하면 사회·정치적으로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최용선 교수는 “(이런 인식의 바탕 아래) 경마 관련 조세 정책의 수립과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공무원 및 정치인들은 경제 정책적 논리가 합당한 경우에도 경마 관련 세율의 인하에 앞장서지 못 한다”고 지적한다. 본사 레이싱미디어 김문영 대표도 “한국 경마 조세 정책 중 가장 문제는 (불로소득에 대해 징세하는) 기타소득세의 적용”이라고 지적했다.

- KRASOS 마사랑, ‘10만인 경마팬 서명운동’ 주도
- 레저경마 및 선진경마 정착과 조세부담 형평 위해 동참 호소해

이런 와중에도 우리나라 경마계의 조세 부담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10만 경마팬의 서명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가 있다. ‘KRASOS 마사랑(이하 마사랑 운동 본부)’은 7명의 발기인이 뜻을 모아 지난해 11월부터 서명 운동 사이트를 개설했다. 자영업자 또는 직장인들로 구성된 이들은 순수한 경마팬으로 은퇴 후 경주마 생산 목장을 꿈꾸는 애마인이기도 하다. 경마 시행처인 KRA한국마사회도 감히 하지 못한 일, 아니 할 수 없는 일을 개인이 시작한 것.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어찌 보면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다. 레저경마 및 선진경마 정착을 위해 조세 부담 형평을 하라는 것. 마권 구입시 원천 부가되는 마권세 폐지, 그리고 100배 초과 배당금에 대해 기타소득세와 주민세 명목으로 22%를 부과하는 이중과세 철폐가 그것이다. 그 외에도 △입장료 징수 철폐 △사감위 총량제 폐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유명무실한 마권상한제 폐지 △인터넷 마권 구매 제도의 부활을 주장한다.

마사랑 운동 본부 초기 발기인 7인 가운데 한 명인 송인석 씨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말산업의 근간이 경마인데 향후 지금과 같은 고율의 세율이 부과된다면 급격한 사향 산업이 될 것이며 그 속도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빠를 것”이기에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송 씨는 “터무니없는 세율과 이중과세 등을 합리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경마는 물론 말산업 역시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봤기에 서명 운동부터 시작해서 팬들의 호응도부터 파악, 한발씩 나아가 보자는 취지로 출범했다”고 말했다

경마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잘못된 조세 정책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은 단지 경마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말산업종사자들, 즉 마주와 조교사, 기수들도 불합리한 조세 제도 때문에 피해를 입는 당사자다. 마주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해 상금을 벌어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세금을 징수하기에 경주마 구매 등 재투자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결국 마주의 영광스런 지위를 포기하는 사태까지 이른다.

경마팬들의 중지를 모아 시작한 이 일에는 경주마생산자협회, 서울마주협회, 서울조교사협회, 서울기수협회, 부경조교사협회, 부경기수협회, 전국마필관리사노동조합, 한국마사회노동조합 등 유관 단체와 본사 레이싱미디어를 비롯한 경마왕, 코리아레이스 등 경마 예상 전문지가 동참하고 있다.

2013년 6월 14일 현재 총 1,036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홈페이지에 생산자와 마주, 감독과 선수, 예상가와 경마팬 게시판을 별도로 만들어 조세 정책 개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했다. 현직 마주와 생산자, 감독 및 경마팬이 서명에 참가하며 남긴 멘션을 살펴보자.

“건전. 레저 경마라는 본래의 취지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시행 부처부터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경마산업을 보아야 한다. 세금을 불로 소득에 대한 과세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경마의 불공정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경마산업을 세금 착취 대상으로만 간주하는 당국의 정책적 변화가 시급하다.”
“말로만 ‘레저, 레저’ 외치면서 말도 안 되는 세금부과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뿐이네요.”
“진짜 너무 억울합니다. 돈 잃고 나면 누가 한 푼 줍니까. 100배 넘어가면 세금 떼고 이래저래 죽는 사람은 일반서민입니다. 하루빨리 법을 고쳐 서민들이 잘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경마팬이 줄어드는 원인 중에 하나가 이중과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사회에서 나서서 이 잘못된 법을 고처야 더 많은 경마팬들이 경마장을 찾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사회는 정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경마팬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계속적으로 이러한 부당한 세금 징수를 감행 한다면 대상경주는 단 한 장의 마권도 사지 않는 경마팬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 경마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도박이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사감위의 매출액 통제 및 과중한 마권세로 인한 환급률이 낮은데서 기인합니다. 한국 경마 발전과 안정적 세수 확보를 위하여 사감위법 폐지 및 경마관련 조세제도의 개선이 꼭 필요합니다.”
“이중과세는 이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힘없는 경마팬들이 항상 봉인 마냥 대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납니다. 예상가로서 순수한 경마팬으로서 좀 더 팬들 입장에서 운영되는 마사회가 되길 적극 촉구하는 바이고, 100배 이상의 이중 과세는 단시일내에 폐지되어야 합니다.”
“현 구조하에는 마주하기 힘듭니다.”

마사랑 운동 본부는 한국마사회 협조 아래 오프라인 서명 운동도 시도했으나 마사회가 “세법 개정에 대한 헤게모니와 관련해 입장이 곤란하다”며 반대 입장을 표하자 이중과세의 근거가 되고 있는 소득세법 21조와 84조에 대한 위헌 소송에 주력할 방침이다. 마사랑 운동 본부는 헌법 소원과 관련된 자료 수집을 마치고 변호사 선임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인석 씨는 “향후 한국 경마와 말산업이 발전하려면 가장 먼저 고율의 세금과 이중과세에 관한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한국 경마에서 발생하는 모든 병폐의 근원에는 바로 이와 같은 모순된 법이 자리 잡고 있기에 그러한 부분을 바로잡는 데 유관 단체의 협조를 얻어 고쳐 나가는 일에 주력 할 방침이다. 더불어 경마로 인하여 피폐해진 일부 경마팬들을 구제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또 “경마 시행처는 떨어지는 매출을 걱정할게 아니라 경마의 질을 높여 팬들을 끌어들일 생각을 해야 할 것”이라며 “경마 상금에 대한 시스템을 선진국처럼 개편한다면 승군회피, 승부회피 등 경마의 고질적인 병폐의 근본적 치유책이 될 수 있으며 더불어 부정의 유혹에 넘어가는 경마 종사자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담이지만,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고 말한 적이 없다. 실질적 법치주의와 적법 절차가 강조되는 오늘날, 법을 지키지 않아서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보다 법을 잘못 만들어서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크다는 격언을 정부와 경마시행 관계자들은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 아래는 KRASOS 마사랑 홈페이지에 송인석 씨가 올린 ‘10만인 경마팬 서명운동’ 촉구 글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경마는 악의 ‘꽃’인가?”

근대시의 전설로 불리는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샤를 피에르 보를레르의 은 인간이 지닌 사단(인,의,예,지)과 칠정(희,노,애,락,애,오,욕)의 충돌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시집입니다. 1857년 출간당시 이 책은 미풍 양식을 해친다는 이유로 벌금과 더불어 적나라한 몇 편의 시를 삭제당하기도 하였고 이후 등장하는 랭보 같은 시인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현대에 들어서도 인간탐미의 교과서로 불리는 ”악의 꽃” 저자 보를레르는 도박에서 탕진되는 “힘과 열정이 대단해서 그것을 모으면 로마의 역사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 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역사를 바꿀만한 어마 어마한 힘과 열정이 매주 금·토·일 3일간 경마장에서 발생하고 소요되기를 1922년 5월 조선경마 구락부 창설경주 이후, 2012년 10월 현재까지 90년 동안 진행되고 있지만 경마를 하는 사람들의 기본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경마를 통해 도박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으로부터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당하면서도 그 열정에 반하여 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등권 침해의 최전방에 100배당 이상 적중 마권에 기타소득(불로소득) 명목으로 부여되는 22%의 중과세입니다. 더불어 경마장을 출입하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음을 떠나 인간취급조차 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등의 경기장을 출입하는 사람들은 인간적인 대접은 물론이고 선수들은 사회적으로 연예인 못지않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면서 영웅 대접을 받습니다. 왜 똑같이 스포츠를 통해 배팅을 하는 도박의 본진을 같을진대, 누군 영웅이고 누군 인간취급도 못 받는 이 불합리를 90년간 우리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까요?

그건 아마도 살인적인 세율로 경마를 억누르며 경마를 터부시 해온 위정자들의 정책과 더불어, 경마의 태생적 한계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한국경마의 발단이 식민시대 일제로부터 출발했고, 그 발단의 취지는 조선신민의 근로의지를 망각시켜 잃어버린 국권에 대한 망국의 한을 상실시키기 위해 출범하였다는 사실은 여러분 모두 아시리라 봅니다. 그러다 보니 부정과 비리 한탕과 한방으로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것이 경마의 주요 목적이 되었고 해방과 더불어 6·25동란, 근대화의 소용돌이 속에 이러한 악습은 뿌리 뽑히지 않고 외려 뿌리를 내려 현대에 들어선 최근까지 이어져 내려와 기생하다보니, 대중의 인식은 자연히 경마는 죄악시 되고 터부시 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현재 경마를 즐기는 3백만 이상의 팬들이 쉬쉬하면서 경마장을 출입하는 것입니다.

‘도박과 매춘’은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란 ‘자기애‘를 통해 욕구를 채우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으며, 역사는 인류의 태동과 궤를 같이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도박이나 매춘은 인간이 천형으로 지닌 기본욕망(희,노,애,락,애,오,욕)에 입각하여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중략)

매춘에 성매매 특별법이 있다면, 경마에는 100배당 이상 적중마권을 불로소득으로 규정한 소득세법 21조와 그에 의거 추징할 세액을 결정한 소득세법 84조가 있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법이 시행되고 몇 년이 흐른 지금, 경마팬은 제도권 경마에서 발길을 돌려 사설경마로 향하였고 매출은 년간 30조원대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2011년도 마사회 국정감사와 경찰청의 발표를 차용하지 않더라도 우리주변에서 사설 경마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사설 경마시장은 불과 몇 년만에 마사회 매출의 4배가 넘는 30조 원대 규모로 성장하고 동내 피시방에서 사무실에서 집에서 컴퓨터를 통해 야금야금 시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욕구는 누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이미 역사와 현실이 증명합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관련 부처는 이런 현실 인식은 고사하고 더욱 더 옥죄는 방법만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규제를 풀라는 것이 아닙니다. 합리적 방법으로 풀어가자는 겁니다. 아무런 고민없이 단순 무지한 정책 결정으로 선의의 경마팬들 마저 사설경마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 경마팬들이 목소리를 높여 이러한 불합리를 개선해야 될 때가 왔습니다. 여러분 한분 한분이 서명을 통해 중지를 모아 주신다면 정치권을 설득 할 수 있으며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습니다.

전국의 경마팬 여러분 부디 서명에 동참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서명하면 경마 환경이 좋아짐은 물론 여러분이 배팅한 금액으로 사회 공헌의 폭을 넓히는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서명을 통해 상실된 평등권을 회복하십시오.

‘레저경마 및 선진경마 정착과 조세부담 형평을 위한 10만인 경마팬 서명운동 사이트’
http://www.krasos.co.kr/KRA/campaign.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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