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경제마비 상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스포츠산업을 비롯해 공연, 전시 등의 문화예술 사업들도 2월부턴 전멸이다. 세계대전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경마였지만 한국에서는 2월23일 문 대통령이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올린 이후 1개월째 열리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4월 5일까지 경마가 중단되고 있다. 인류는 100년만에 새로운 재난을 맞이했다. 국경을 봉쇄하고 음식점과, 종교시설을 비롯한 온갖 사람이 모이는 활동 공간을 닫아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휴업과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20세기 초반, 인류는 두번에 걸친 대 전쟁을 치르며 엄청난 희생과 충격을 경험했다. 이제 21세기 초반, 인류는 100년만에 또 다른 대 재앙(Catastrophe)을 마주하고 있다.

유난히 빛나는 렛츠런 파크의 3월의 말 동상

정부는 19일 모두 50조 원을 들여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자금난을 풀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비상경제회의를 부활시키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막겠다"라고 발언하였다. 한국마사회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마 중단 상태가 계속되자 생계 안정 지원이 시급한 경마 관계자, 협력업체 등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고 임대료를 감면해 주고 책정된 비용 등을 미리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경마 미시행 기간 동안 매출이나 수입이 전무한 경마 관계자와 업체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200억 원을 지원하고 경마 지원직 근로자 5,100명과 마사회 자회사인 한국마사회 시설관리(주)직원들에게 경마 중단 기간 동안 휴업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4월 5일까지 경마중단을 알리는 현수막

공연예술계 역시 심각한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다. 예술인 복지 재단에 따르면 지난 1~10일 신청을 받은 ‘코로나19 특별융자’에 총 394명(36억 원)이 몰렸다고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으며 긴급 편성한 예산 30억 원도 4월 초도 소진될 전망으로 추가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월 전체 공연 매출은 206억 4049만 원으로 1월(402억 7727만 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본격 공연 시즌인 3월 무대를 올리지 못하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에 따르면 대학로 소극장협회에 속한 52개 극장의 공연 취소율은 2월 말까지 28.2%였다가, 3월 첫 주 568회 공연 중 401회가 취소되면서 70.6%까지 치솟았다. 관객들 발길이 끊기면서 이달 취소율이 80%에 육박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공연은 생존과 직결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공공영역에서 선제적으로 공연을 중단하면서 예술인들은 사실상 실업 상태다. 그래도 시장이 있는 공연예술계에 비해자생이 힘든 클래식 음악계는 기업의 후원이 끊기고 지차체의 예산이 방역과 보건 쪽으로 전환되어 쓰이는 바람에 고사 직전이다. 정부와 시도 군의 문화행사의 주목적은 예술이 아닌 일자리와 복지 관점이기 때문에 음악회나 대중 집회나 인식에선 별 차이가 없다. 정부 지원금 행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그야말로 관련 종사자들이 모두 문책을 당하고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기 때문에 굳이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 종사자들은 학교가 개강을 하고 학생이나 입시생을 받아 가르치는 게 주 수입원이다. 연주로 먹고사는 사람은 한 줌도 안 된다. 학교에 적을 두려면 실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자비를 들여 음악회를 개최하고 기획사, 대행사, 악기사, 출판사, 잡지사 등 클래식 음악 관련업계는 음악인이 지출한 돈으로 먹고산다. 그런데 이 생태계가 막혀버린 것이다. 아무 이유와 목적도 없이 순전히 음악이 좋아 남들 앞에서 자기 돈 내고 음악회 할 사람 아무도 없다. 개런티를 주는 곳도, 학교들도 문을 닫은 마당에 무슨 순수한 음악적 호의와 열정으로 자기 지갑을 열어 오지도 않는 관객들 앞에서 음악회를 열겠는가.국공립은 안전망이 있으니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문제는 민간 영역이다. 프리랜서 예술인, 제작사, 공연단체 등 각 주체별 상황이 다르고 규모가 영세한 공연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천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경마나 공연예술계나 비슷한 운명에 봉착되어 있다. 그나마 경마는 한국마사회라는 공기업이 버티고 있어 국민과 지역사회, 경마 관계자 및 관련 업체와 상생을 위한 사회적 역할과 책무를 다하겠지만 순수예술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당장의 이익을 중시하는 시장 메커니즘이 지지하지 못하는데서 발생하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를 보완하는 가장 중요한 대안 중 하나인 사회적 관계 회복이 가장 필요한 분야이다. 단기적 대중성이 낮고 성과나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순수예술은 그 자체의 사회적 중요성과 명분에 대한 자발적이고 순수한 공감과 존경이라는 선의에 기반한 도움과 기여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지금 상황에서의 가장 중요한 정책은 일자리를 안정화시키는 정책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휴업 중인 회사들을 지원하는 방안 마련을 정부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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