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로 시] 시창작 교실
[윤한로 시] 시창작 교실
  • 윤한로 시인
    윤한로 시인 jintar@hanmail.net
  • 승인 2020.04.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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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 교실
     윤한로

기교라곤 꽝인
이따위를

아프고 괴롭고
말라비틀어지고 깨지고 금가고
뻣뻣하고 질기고

못 쓴 시는
너무 감동적이다

적어도 나한테는
짜가가 아닌
그거야말로 진짜다

그러나 그거야말로
절망적이라서 감동적일 뿐
절망적이라서 진실일 뿐

못 쓴 시는
못 쓴 시라기보다
못난 시다

그러니 그대 차라리
한껏, 호박 들어
밤하늘 별이나 우러르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못난 시여

 


시작 메모
시를 가르칠 때 못 쓴 시를 쓰라고 한다. 기교가 꽝인 시를 쓰라고 한다. 잘 쓴 시들은 아픈 곳들이, 괴로운 곳들이 전혀 없다, 어디서 벌써부터 이 따위를 배웠느냐, 버리라고 한다. 태우라고 한다. 그러나 내 시창작은 오래가지 못한다. 애들은 곧 잘 쓴 시 쪽으로 기운다. 그저 시큰둥, 괴상한 선생을 하나 만났구나 할 뿐. 못 쓴 시가 얼마나 좋은 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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