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인즈
신경 절제술 받았던 경주마 경주출전 사실 드러나
해당 감독 중징계 조치했지만 경마 종주국 이미지 크게 손상

‘고돌핀 스캔들’이라 불리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약물파동으로 한동안 몸살을 앓았던 영국에서 이번에는 수의학 분야와 관련해 부정사건이 발생해 또 한 번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영국경마기구(BHA)가 이번 부정으로 3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대상은 이스트 요크셔를 거점으로 25두의 현역마를 관리하고 있는 이언 맥인즈 감독이다. 영국경마법 188조에 규정된 “신경 절제술을 받은 말을 출전시켜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신경 절제술은, 신경을 제거함으로써 통증의 완화를 도모하는 치료 수단이다. 말에 있어서는 발굽에 질병이 있는 경우 발굽으로 가는 신경전달을 차단하여 통증을 없애는데 사용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신경 절제술을 받은 말에 대해 출전을 금지시키는 이유는, 시술을 통한 통증은 완화시킬 수 있어도 부상부위의 근본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과격한 운동을 하게 되면 염증 악화와 함께 더 큰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 국가에서는 경마뿐 아니라 마장마술 분야에서도 해당마에 대한 출전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이번에 발각된 문제의 경주마는 ‘커멘드 스콧’(부 데인타임)이라는 말이다. 영국경마기구 측이 수의(獸醫)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과거 신경 절제술을 받았던 ‘커맨드 스콧’이 아직도 현역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2008년 7월 오른쪽 뒷다리 발굽의 족지 신경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던 ‘커맨드 스콧’은 정상적이라면 시술과 동시에 현역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이후에도 무려 5년간 현역활동을 지속하며 2승 준우승 1회의 성적을 기록했다.
당초 영국경마기구는 ‘커맨드 스콧’을 관리하고 있는 대그런 캐롤 감독을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커맨드 스콧을 관리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부터였고, 말의 관리이양 과정에서 신경절제술에 대한 수술이력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그의 진술을 토대로 전 감독인 이안 맥인즈에 대해 수사한 결과, 사건의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다.
이안 맥인즈 감독 역시 처음에는 신경절제술을 받게 한 적이 없고 그런 수술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말의 오른 뒷다리에 시술 흔적이 명확히 남아있는 점과 당시 시술한 수의사와 대질심문을 통해 범죄 일체를 자백 받아냈다.
영국경마기구는 “맥인즈 감독이 경주마의 신경절제술을 오히려 주도하였으며, 조사 초기 단계에서 이러한 사실을 은폐 조작하려는 증거도 포착했다”며, 이번 3년간의 자격정지는 신경절제술 위반혐의 뿐 아니라 수사를 혼란시킨 부분에 대해 가중처벌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BHA는 재발 방지를 위해 현재 의무화되지 않은 경주마의 신경절제술 이력 기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영국에서는 지난 2008년에도 첼트넘 월드 장애물 경기 우승마 ‘잉그리스 드레버’가 과거 신경절제술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 관리자인 하워드 존슨 감독이 4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영국은 경마의 발상지이자 애마 정신이 넘치는 국민성으로 잘 알려져있다. 하지만 현지 매스컴은 이번 사건에 대해 "종주국의 자존심이 꺾인 일"이라며, 과도한 경쟁의식으로 승리에만 집착하는 살벌한 상황 속에서 영국경마의 발전은 요원하다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서석훈 기자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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