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란 그 나라 구성원의 얼이 담긴, 오래 전서부터 내려온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엄청나게 귀한 국가유산이자 민족의 정체성이 담긴 정신문화의 표현형 중 하나이다. 옛문헌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말이나 소를 세는 단위로 ‘필(匹)’을 써왔다. 물론 그 문헌에는 ‘마필(馬匹)’이라는 단어도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일본에서 더 많이 쓴다.

 

옛문헌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말이나 소를 세는 단위로 ‘필(匹)’을 써왔다. 물론 그 문헌에는 ‘마필(馬匹)’이라는 단어도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일본에서 더 많이 쓴다.(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옛문헌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말이나 소를 세는 단위로 ‘필(匹)’을 써왔다. 물론 그 문헌에는 ‘마필(馬匹)’이라는 단어도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일본에서 더 많이 쓴다.(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이 땅에 근대 경마가 들어온 지 100년인데 그 한 세기가 지나는 동안 말[馬]에 관한 말[語]들이 많이 바뀌었다. 대표적인 것이 말을 세는 단위인데 말산업 이야기에서 먹는 만두(饅頭)가 자주 등장한다. ‘미국엔 900만 두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3만 두가 있다’는 등 만두의 상표명처럼 들린다. 두(頭)는 의존명사이고, 일본에서 고스란히 경마가 들어오면서 건너왔는데 이때부터 ‘필’이 잠식되고 ‘두’가 우세하게 되었다. 결국 고유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다행인 것은 20세기가 거의 끝나갈 때 국적 있는 경마를 시행하자는 연장선에서 우리말을 되찾자는 운동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마필에서 말로 순화되었다. ‘마필보건소’에서 ‘말보건소(말보건원)’, ‘마필관리사’에서 ‘말관리사’로 바뀌었다. 현재까지 많이 좋아지긴 하였으나 여전히 마필이 나타나고는 있다. 

오늘날 동물을 세는 단위는 ‘마리’이다. 이 마리는 ‘머리(頭)’에서 변형되었다. ‘마리’는 우리나라에서 18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고 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마리’로 순화해서 쓰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므로‘두’에서 ‘마리’로, ‘두수’에서 ‘마리수’로 변화해야 한다. 이제는 마리로 제 자리를 찾아야 할 때다.

말은 그룹을 형성하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야생말이나 초지에 있는 말집단에서는 반드시 우두머리가 존재한다. 우두머리는 ‘어떤 집단의 으뜸인 사람’을 가리킨다. 같은 말로는 수장, 두인, 위두 그리고 으뜸 원자를 써서 원대가리라고도 한다. 그러나 ‘물건의 꼭대기’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몸의 꼭대기 혹은 끝에 있기에 머리가 머리인 것이다. 끝은 고어(古語)로 ‘끄트머리’라 하는데 고립어인 제주어에 지금도 남아있다.

‘대가리’는 경주에서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말의 속어이다. 말관리사들은 자기 조의 말이 대가리를 하면 회식 때 안주가 달라진다한다. 동물의 머리는 대가리가 맞다. 고귀한 인간만 머리라 하고, 그 외의 어류, 길짐승, 날짐승에는 대가리를 쓴다. 그러므로 이를 적용하면 ‘소머리국밥’이 아니라 ‘소대가리국밥’이 맞다. 하지만 이도 역시 국립국어원에서는 ‘머리’로 쓰라고 권고하고 있다.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축산학부(말산업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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