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전 7승의 경주마, 하지만 두 번의 패배는 22마신차, 127마신차

(출처: Thoroughbred Daily News)

2023년 영국/아일랜드 경마 클래식 노선에서 가장 언급이 많이 된 말은 당연히 아일랜드에 자라난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일 것이다. 우선 이 말은 매우 뛰어난 혈통을 자랑한다. 일본의 전설적인 경주마 딥 임팩트(Deep Impact)가 당근별로 떠나기 전에 남긴 마지막 자마이자, 모마 로도덴드론(Rhododendron) 또한 G1 3승을 자랑한다. 게다가 로도덴드론의 부마는 영국의 전설적인 경주마 갈릴레오(Galileo)이다.

 

오귀스트 로댕은 2세마 시절인 2022년, 네 차례 경주에 나서 모두 1번 인기를 차지했으며, 자신에게 걸린 배당금에 준하는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다. 데뷔전에서는 2마신차 패배를 기록했지만, 이후 치른 미승리전, G2 챔피언스 쥬브나일 스테이크스(Champions Juvenile Stakes), G1 퓨쳐리티 트로피 스테이크스(Futurity Trophy Stakes)를 연속으로 따냈다. 기세를 고려하면 영국에서 1970년 니진스키(Nijinsky)에 이어 53년 만에 새로운 삼관마가 탄생할 것 같았다. 

 

하지만 오귀스트 로댕은 2023년 영국 클래식 경주의 첫 관문인 2000기니 스테이크스(2000 Guineas Stakes)에서 참패한다. 당연히 13/8이라는 배당률을 받으며 1번 인기를 받았지만, 경주 초반부터 고전하더니 22마신차 패배를 기록하고 말았다. 착순으로는 14마리 중 12착. 

 

절치부심하고 나선 다음 경주는 더비(Derby). 오귀스트 로댕은 2000기니 스테이크스의 여파로 인해 마생 최초로 1번 인기를 놓쳤다. (9/2, 공동 2번 인기) 하지만 마지막 3펄롱을 앞둔 시점부터 치고 나오더니 마지막 1/2펄롱 지점에서 선두를 빼앗는 강력한 추입을 선보이며 더비마가 되었다. 역대 최악의 패배 이후 반등에 성공한 오귀스트 로댕을 보면서 캐스터는 "Auguste Rodin gains redemption in the Derby(오귀스트 로댕이 더비에서 만회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한 달 후, 오귀스트 로댕은 아이리시 더비(Irish Derby)마저 제패하면서 통산 19번째 영국/아일랜드 더블 더비마에 등극한다.  

2023 Derby(G1), Epsom, 1m 4f, Good to Firm

2000기니 패배로 인해 삼관마 등극이 불가능하게 되자, 오귀스트 로댕의 진영은 고마전선으로 눈을 돌렸다. 아이리시 더비 후 나선 경주는 킹 조지 6세 & 퀸 엘리자베스 스테이크스(KGVI&QE Stakes). 그러나 오귀스트 로댕은 2000기니처럼 또다시 침몰했다. 다른 경주처럼 이번에도 후방에 위치하며 기회를 노렸으나 아예 올라오지 못했고, 기수는 3펄롱을 남겨둔 시점에서 경주를 사실상 포기했다. 최종 결과는 127마신차 패배와 10마리 중 10착. 

 

두 번의 대패로 인해 세간에서는 오귀스트 로댕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주력이 출중한 말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불안정성을 스스로 증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두 번의 대패가 영국 원정(뉴마켓, 애스콧)이었다는 것을 고려해볼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영국에서 이미 G1을 두 차례 따냈다. 그런 상황에서 출주한 아이리시 챔피언 스테이크스(Irish Champion Stakes). 평소와 달리 선행을 택한 오귀스트 로댕은 전방에서 끝까지 잘 버텨내며 G1 3승을 자랑하며 작년 이 경주 우승마인 룩셈부르크(Luxembourg)를 반 마신차로 꺾으며 우승했다. 

2023 Irish Champion Stakes(G1), Leopardstown, 1m 2f, Good

진영은 2023년 마지막 경주를 영국 최고의 경주일인 챔피언스 데이(Champions Day)가 아니라 미국 원정을 선택했다. 11월 4일 산타아니타(Santa Anita)에서 열린 브리더스컵 터프(Breeders' Cup Turf)에서 오귀스트 로댕은 G1 3연승이었던 업 투 더 마크(Up To The Mark), G1 2연승이었던 모스타다프(Mostahdaf), 2023년 더비 2착마 킹 오브 스틸(King Of Steel) 등과 맞붙었다. 후방에서 지치지 않고 안쪽 코너를 공략한 오귀스트 로댕은 최종 코너에서 저력을 발휘하며 선두로 나섰고, 다른 말에게 기회를 내어주지 않은 채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그리고 두 번의 좌절이 있었지만, 범접할 수 없는 성적을 거둔 덕분에 오귀스트 로댕은 2023년 아일랜드 올해의 말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Breeders' Cup 2023 Turf(G1), Santa Anita Hillside Course, 1m 4f, Firm

2023년 영국/아일랜드 마일 전선에서 빼어난 성적을 기록한 패딩턴(Paddington), 2000기니에서 자신을 꺾고 첫 번째 클래식 트로피를 차지한 칼디안(Chaldean), 그리고 2023년 개선문상(Prix de l'Arc de Triomphe) 우승마이자 2023 카르티에 어워드 올해의 말, 올해의 3세마 에이스 임팩트(Ace Impact) 등 동년배 준마들이 대거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오귀스트 로댕의 조교사 에이든 오브라이언(Aidan O'Brien)은 오귀스트 로댕이 2024년에도 최상위 경주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브라이언 조교사는 오귀스트 로댕이 종마로서 가진 가치가 독보적이란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주마 경력을 2024년에도 이어갈 것을 선언했다. 오브라이언 조교사는 오귀스트 로댕이 1 1/4마일(2,000m)부터 1 1/2마일(2,400m) 사이의 경주라면 어떤 경주든 우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직 진영에서는 다음 경주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며, 방목 후 2024년 초부터 훈련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2024년 오귀스트 로댕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당연히 기복이다. 2023년 G1 4승에도 불구하고 유럽 최고의 경주마로 올라서지 못한 이유는 다름 아닌 두 번 기록한 참패에 있었다. 과연 이 말이 올해는 폭발적인 주력을 꾸준하고 건강하게 선보일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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