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마 수준으로 볼 때 변방에 머물고 있는 한국경마가 세계경마의 중심에 있는 일본경마를 침몰시키는 쾌거를 이룩했다. 한국경마 91년 역사상 최초로‘와츠빌리지’(3세 수말, 선수 서승운, 감독 우창구)가 26일 저녁 일본 도쿄의 오이경마장에서 펼쳐진 원정경기서 ‘와이어투와이어’(출발부터 골인까지 단 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것) 우승을 차지했다. 멋진 설욕전이었다. 한국 경주마 3두와 일본 경주마 11두가 출전하여 자웅을 겨뤄 이렇게 값진 성과를 얻었다.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숙명의 원한 관계에 있다. 저 멀리 임진왜란 때 반도를 점령당했던 뼈아픈 시간이 있었으며 현대에 들어서는 36년 동안이나 나라 자체를 빼앗겼던 너무나도 비통한 세월이 있었다. 그래서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한일관계는 숙명적으로 라이벌의식을 버릴래야 버릴 수가 없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한·일전은 늘 흥행 카드로 0순위로 꼽힌다. 한국과 일본은 스포츠에서도 서로에게 있어 숙명의 상대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라이벌 관계는 야구, 축구 등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경마에서도 사상 최초로 한국과 일본 경주마들이 함께 자웅을 겨루는 한일 국가대항전이 열려 경마팬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한국대표마 ‘와츠빌리지’(3세 수말, 우창구 감독)가 설욕전을 펼칠 수 있을지 말산업종사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9월1일 펼쳐진 1차전에서 아깝게 준으승을 했기 때문이다. 한·일 경주마 국제교류경주 2차전(원정경기, 1,200m, 저녁 8시)에는 서울경마공원 소속 3마리의 경주마가 출전했다. 이번 대회는 국제경마연맹(IFHA)이 정한 국제대회의 요건을 갖춘 만큼 한국과 일본 경마가 벌이는 자존심 대결이었다.

한국은 1차전에서 2위를 기록한 ‘와츠빌리지’와 몸값 3억원의 ’플라이톱퀸(3세 암말, 최봉주 감독), 한국경마 최초의 여성조교사인 이신영 조교사가 배출해 낸 국산 암말 기대주 ‘풀문파티(4세 암말, 이신영 감독) 등을 앞세워 총상금 1천700만엔(한화 1억8천만원)을 획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대표마들은 11월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 본격적인 현지 훈련을 실시해왔다.

한국이 2차전에서 가장 기대를 거는 경주마는 1차전에서 아쉽게 2위를 기록한 ‘와츠빌리지’이다. 1차전에서 예상치 못했던 수모를 당했던 우창구 감독은 일본에 두 번 패배할 수 없다는 각오로 출사표를 던졌다. 데뷔 초 단거리 경주에서 4연승을 달성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와츠빌리지’는 한일전을 대비해 출전한 직전 1200m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화요일밤 한국경주마가 일본열도를 점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의 말산업종사자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기쁨을 만끽했다. 변방에 머물던 한국경마가 드디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다. 세계적으로 경마는 1차산업부터 4차산업까지 아우르는 복합산업인 동시에 세계가 하나로 움직여지는 글로벌산업이다. 스포츠의 측면에서도 ‘킹오브스포츠’(King of Sports)하여 인류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경주마의 일본 격침 소식이 전해지자 경마를 시행하는 한국마사회는 내년부터 경마 한·일전 경주마 교류경주의 확대 시행을 위해 서울에서 열리는 1차전을 서울-부경 오픈경주로 시행하여 부경경마공원의 경주마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변방에 머물러 후진국의 멍에를 벗어던지지 못했던 한국경마가 세계로 힘차게 도약하기 시작했다. 경마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