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발매기
2004년부터 ‘IT강국’이란 한국의 위상에 걸맞게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베팅과 PC베팅 서비스가 개시됐고, KRA가 자체 개발한 신발매전산시스템이 구축돼 고객들은 보다 편리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됐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마권발매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2009년 7월 폐지돼 아쉬움을 남겼다.

KRA는 2004년 10월 23일부터 모바일 베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경마팬은 경마장에 가지 않고도 자신의 휴대전화나 전용단말기를 이용해 경마정보를 검색하고 직접 베팅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 베팅 서비스 실시

경마팬들은 마체중, 경주시간, 기수변경 및 마필취소 등의 경주속보, 승식별 실시간 배당률, 경주별 착순 및 승식별 확정 배당률 등의 경주 성적을 모바일을 통해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서비스는 실명 영구계좌를 개설한 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으며, 1회 베팅 가능 금액이 제한되어 있어 현금투표에 비해 건전성이 높았다. 또한 모바일 베팅은 기존 음성으로만 정보조회가 가능했던 전화투표와 달리 이동전화나 전용단말기의 화면을 통해 많은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편리하고 한 차원 높아진 베팅 방식이었다. 일본에서는 2001년 이 서비스가 처음 도입돼 2003년에는 전체 매출액의 9.3%가 모바일 베팅으로 이루어졌다. 1999년부터 모바일 베팅을 시작한 홍콩도 전체 매출액의 2.1%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경마팬들이 손쉽게 경마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계좌투표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경마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를 위해 KRA는 2004년 2월 계좌투표 전담부서(e-사업팀)를 신설해 이동통신망 2개사(SKT, KTF)와 무선데이터 통신망 2개사(에어미디어, 리얼텔레콤)와 업무제휴 계약을 맺고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해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에 맞춰 KRA는 경마참여 채널을 다양화하고 계좌고객을 확대하는 한편 계좌 이용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기존 경마팬들이 계좌투표를 이용하지 않는 주된 이유였던 통장입금의 번거로움, 계좌개설의 불편함, 베팅 방법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고자 실시간 계좌이체 실시, 전국 모든 농협지점에서 계좌개설 가능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다. 이를 위해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온라인, 전화, 계좌 단말기 등을 통해 직접 금융기관 통장으로 입출금을 할 수 있는 실시간 계좌이체를 2004년 8월 7일부터 실시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 1일부터는 전국 농협지점에서 경마팬들이 제휴카드 가입을 통해 KRA 영구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계좌투표’라는 단어를 ‘KNetz’로 변경해 용어에 대한 생경함을 없애주고 경마팬들에게 좀 더 친밀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했으며, 계좌투표 참가자의 마권구매 금액 중 일부(0.1%)를 마일리지로 적립해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를 2004년 9월 18일부터 실시했다.

신발매전산시스템의 개발

KRA가 개발한 신발매전산시스템(K-Tote)이 2005년 3월 12일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초당 800건의 마권발매와 300건의 적중 마권 환급, 100건의 1일 계좌개설을 처리할 수 있어, 경마팬들은 좀더 빨리 마권을 구매하고 당첨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1998년 시작한 초장기 프로젝트인 신발매전산시스템 구축 사업은 상용화된 발매전산시스템이 아닌 경마 시행체 주도로 개발된 발매전산시스템이라는 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관련 정보 기술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경마시행체가 직접 발매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것은 홍콩·호주·프랑스 등의 실패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자칫 무모한 시도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IT 강국인 한국에서, 그리고 KRA에게는 한낮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 증명됐다.
KRA가 상품판매를 목적으로 한 발매전산시스템이 갖는 많은 이점을 포기하고 실패를 각오하면서까지 신발매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을 강행했던 이유는 첫째, KRA 중장기 경영계획을 충실히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KRA는 1990년대 초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반으로 1990년대 후반의 경마 전국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재택투표를 확산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그러나 기존 발매전산시스템으로는 그 계획을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어 KRA 자체적으로 발매전산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 둘째, 급속도로 발전된 정보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고객의 요구사항을 적기에 수용하기 위해서였다. 기존 발매전산시스템으로는 신규기술의 접목이 사용자인 KRA의 의지보다 공급자의 이익에 의해 결정돼, 신정보 기술과 고객들의 요구를 적기에 반영할 방법이 없었다. 셋째, 국내 IT 기술의 발전과 컴퓨터·네트워크 기술의 급속한 발전 등이 KRA가 신발매전산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밑바탕이 됐다.
물론 자체 개발한 발매전산시스템을 보유한다는 것이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발매전산시스템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켜야할 책임이 따른다는 것은 KRA로서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프로그램의 유지·보수에만도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홍콩과 일본의 예에서 보듯 발매전산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국가일수록 경마산업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듯이, 신발매전산시스템의 구축은 지출된 비용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낸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신발매전산시스템 구축은 KRA 및 경마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고객 중심의 발매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좀 더 빠른 마권발매 및 환급처리, 다양하고 신속한 경마 관련정보 제공, 투표사고 등의 신속한 처리, 전국규모의 경마시행 지원, 인터넷을 이용한 베팅요구 수용, 전자지불시스템 도입, 다양한 승식 수용 등 고객의 많은 요구를 유연하게 수용해 고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발매기 1대당 4000~5000달러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두었고, 장기적으로는 시스템구축 완료 후 중국 등 경마산업 후발 국가에 시스템 및 발매기를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발매전산 분야에 있어서 기술자립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신발매전산시스템 구축사업 기간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였다. 전략계획 수립, 사용자 요구사항 분석, 기본설계, 상세설계, 개별시스템 개발, 시스템간 통합테스트 등 일련의 개발 과정은 장기간의 시간과 노력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발매 분야 직원들은 제반 기술적인 사항을 습득하게 돼, 신발매전산시스템 개방 표준기술을 이용해 시스템의 유지·보수를 개발업체의 도움 없이 할 수 있게 됐다. 결국 발매전산시스템 구축 전 과정에서 얻은 기술 축적을 통해 한국경마는 독자적인 생존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KRA는 정보관련 분야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전산원이 주관하는 2005년 기업정보화수준 평가에서 KRA가 2005년 디지털지식경영대상(전통대기업 부문)을 받았다. 또한 2008년 11월 5일에는 KRA가 경마 시행체로는 처음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부여하는 IT서비스관리 국제표준인증규격으로 ISO 20000 인증을 받았다. 신뢰성 있는 발매전산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분야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이 상은 디자인부터 컨텐츠에 이르는 8개 분야를 평가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어워드 행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KNetz PC 베팅서비스 실시

2005년 6월 25일 KNetz-PC 베팅서비스가 개시됐다. KRA는 2004년 모바일 베팅서비스를 실시한데 이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경마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PC 베팅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PC베팅 서비스란 정보검색 외에도 쇼핑·오락 등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인터넷을 통해 각종 경마정보 이용과 함께 마권구매까지 할 수 있는 새롭고 편리한 웹 방식 서비스이다.
KRA는 인터넷을 이용해 경마를 즐기기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고, 증권·인터넷뱅킹 등 전자상거래 보편화 등으로 변화된 시대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PC베팅 서비스를 공식 시행키로 결정했다. 따라서 경마공원이나 KRA Plaza를 찾지 않고도 고객들은 좀 더 편리하게 경마를 즐길 수 있게 됐으며, 인터넷 마권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하던 사람들도 제도권으로 흡수되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인터넷을 이용한 PC베팅 서비스 시행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에 대해 KRA는 PC베팅 서비스가 실명계좌를 가진 KNetz 회원만이 이용할 수 있고, KNetz 계좌를 이용해 마권구매가 이루어지므로 구매상한선제를 철저히 지킬 수 있어 건전한 경마문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화·모바일·인터넷 등을 통한 베팅 서비스는 이용 수단만 다를 뿐 같은 이용자 명의의 KNetz 계좌를 중심으로 통합 관리되기 때문에, 하나의 계좌에서 일정금액 이상의 마권은 구매할 수 없다. 또한 PC베팅 서비스는 인터넷을 이용해 경마를 즐기려는 다수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킴으로써 법 개정으로 전면 금지된 마권구매대행 및 사설경마를 근절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높은 구매대행 수수료, 구매금액 착복, 적중금액 미지급 등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권구매대행 사이트 외에 인터넷을 이용해 경마를 즐길 수 없었던 경마고객은 KRA의 공식적인 PC베팅 서비스를 통해 안심하고 건전하게 경마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인터넷 마권구매대행업이 사설경마로 악용될 경우 발생하는 레저세·농특세 등 각종 제세의 누수 등 국가 및 지자체의 재정수입 손실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PC·모바일·ARS·Telebet을 통한 마권 발매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에 의해 폐지됐다. 온라인을 통한 마권 발매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법제처는 2008년 12월 17일 마사회법은 경마장 안과 장외발매소의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마권의 발매만을 예정하고 있고 온라인을 통한 마권 발매는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한 마권 발매는 마사회법상 허용되는 발매방법으로 볼 수 없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KRA는 2008년 11월 28일부터 KNetz 신규 회원 가입을 중단하고 2009년 7월 29일부로 온라인발매를 폐지하게 됐다.

>> 다음호에 계속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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