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4일 김종 문체부 제1차관이 공주 승마 논란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비정상의 관행에 안주하는 시도에 대해서 엄중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스포츠 4대악’ 중간 결과 연말 휴일 기습 발표 ‘빈축’
비인기 승마 종목 10개 신고…대한승마협회 내용 빠져
지난해 특별감사와 달리 구체적 언급 없어 의혹만 키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 이하 문체부)와 경찰청(청장 강신명)은 지난 12월 28일, 스포츠4대악신고센터 및 합동수사반을 통해 조사한 체육계의 비리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와 관련한 제도 개선 방안 및 향후 운영 방향 등을 밝혔다.

당초 10월 말 발표할 예정이었다가 돌연 취소한 뒤 두 달 만에 기습적으로 그것도 일요일에 발표해 언론의 빈축을 산데다가 청와대 비선 실세로 논란이 된 정윤회 씨와 대한승마협회 비리를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고, 체육 단체 명칭을 불투명하게 복자(伏字) 처리해 각종 의혹만 더 키웠다는 평가다.

‘스포츠4대악 걷어내기, 관용은 없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스포츠4대악신고센터에는 269건이 접수돼 118건이 종결됐다. 검찰 송기 2건, 직접 수사 의뢰 2건, 감사 결과 처분 요구 25건이 포함됐으며 89건은 단순 종결됐다. 이 보도자료는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는 시도한 적이 없는 일로써, 스포츠 비리 척결에 대한 이번 정부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제도 개선안으로는 조직 사유화를 기반으로 한 예산 횡령 무관용, 특기자 입시 비리 학교 신입생 모집 제한, 지자체 지원금 집행의 투명화, 경찰청에 스포츠 비리 전담 수사반 신설 등을 내세웠다. 유진룡 전 장관에 의해 청와대 인사 개입 창구로 지목된 김종 제2차관은 이날 “스포츠는 공정성을 핵심적인 가치로 하는 만큼 체육계 정상화는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며, “정부는 스포츠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그 어떠한 부정과 비리에도 즉각적이며 단호하게 대응하여 반드시 비정상의 정상화로 개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10개월간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 및 합동수사반에는 승마 종목 관련 비리 신고가 10건이 접수됐지만, 문체부는 관련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2013년 5월 상주에서 열린 승마대회 결과를 놓고 문체부가 승마협회를 조사했으며, 조사를 맡았던 문체부 체육국장이 돌연 좌천된 사실이 있음에도 이를 빠뜨린 것.

문체부는 이에 대해 29일 해명자료를 통해 “연내 발표를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다음주에 각 부처에 중요한 발표들이 많아 일요일로 잡은 것”이라며, “승마협회와 관련한 비리도 2건 적발해 조치를 취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을 뿐 숨기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또 “정윤회 씨와 관련된 사항 역시 신고센터에 접수된 바가 없었을 뿐 아니라, 언론에 제기되었던 사건도 2013년에 발생한 것으로 신고센터가 설치되기 이전의 사항이다. 정씨 딸의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한 의혹은 그간 정부 및 대한승마협회에서 수차례 해명한 바 있다”고만 언급했다.

비인기 종목인 승마가 태권도(27)·야구(24)·축구(18) 등에 이어 9번째로 10개의 비리 신고가 접수된 건 그만큼 비정상적 관행이 팽배하다는 방증이다. 전체 분야를 놓고 봤을 때 엘리트 체육이 236건이나 차지해 생활체육(19)과 장애인체육(14) 분야에 비해 월등히 문제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본지가 이 보도자료를 구체적으로 살펴본 결과 승마 종목과 관련된 10개의 비리 내용은 두 단체로 압축된다. 먼저 주요 적발 사례 가운데 ‘수사 진행 사항’을 보면 “대한◇◇협회 순회코치 2명, 실제로 선수를 방문해 지도하지 않고 허위의 훈련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하고 총 9천5백만 원 내외의 훈련수당을 부정 수령”이라고 나온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협회 회계 자료와 허위 훈련 결과보고서를 확보했고, 피의자의 혐의 인정에 따라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적시했다. 해명자료에서도 승마협회와 펜싱연맹 두 곳만을 언급하며 순회 코치 훈련수당 부정 수령과 도 지원비 횡령을 동시에 언급하고 있어 이 해석은 신빙성이 있다.

‘주요 감사 진행 사항’과 관련해서는 서울시협회장의 횡령과 강원도협회장의 부정 청탁 혐의, 협회 부회장의 훈련 지원금 횡령 혐의, 전 국가대표 코치가 허위 문서를 제출해 코치직에 선발됐고 인건비를 부당 수령한 혐의 등 7개 항목이 적시돼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임원 선임 금지와 조사 불응 선수 징계 요구, 횡령 관련은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복자(伏字) 처리한 점을 감안해도 승마 종목 총 10개의 비리 혐의 가운데 앞서 언급한 주요 적발된 2건과 나머지 감사 진행 사항 등을 고려하면, 그리고 서울과 강원협회장, 승마 종목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 역시 승마 종목 비리와 연관돼 있는 걸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2014년 4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정윤회 씨가 연루된 승마계 문제와 이와 관련된 청와대의 부당한 인사 개입 의혹’을 제시하며 이에 동조했던 시도협회장의 비리 문제만 건드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번 중간 결과 발표가 꼬리만 자르고 정작 몸통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해석인 것. 다른 언론들도 최대 쟁점인 정윤회 씨와 승마협회 문제가 스포츠4대악 비리 조사 문제의 시발점이자 근본 문제인데 이를 빠뜨리고 휴일에 언론에 흘린 정황을 문제 삼고 나섰다.

특히 2014년 1월 15일, 문체부가 체육계를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를 꾀한다며 각종 체육 단체의 2010년 이후 운영 및 사업 전반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 대한승마협회와 시도회장단 등의 비위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사실과 비교하면 이번 중간발표는 꼬리 자르기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대한체육회 등 체육단체 특별 감사 결과 및 대책’을 발표하면서 △대한승마협회가 xx그룹배 전국승마대회 때 공개 경쟁 입찰을 하지 않음 △전국 17개 시도승마협회 지인 중심 이사회 문제 △특히 강원승마협회장의 선수 선발 과정과 훈련비 특혜 제공 △전북승마협회의 부적정한 예산 사용 △세종시승마협회의 체전 참가비 잔액 용도 외 사용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또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2014년 4월 14일 공주 승마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를 제보한 승마협회 관계자들을 지목, “그들이 과연 이러한 문제제기를 할 만한 입장에 있는지 되묻는다”며 이들을 겨냥해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스포츠4대악 조사결과에 대해 다음날인 2014년 12월 29일 브리핑을 통해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의 승마협회 조사개입 의혹이 빠졌다며 비판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문체부가 일요일에 스포츠4대악 중간 조사 결과를 기습 발표했다”며, “승마협회와 관련된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면서 “지난해 청와대는 승마협회 조사를 지시했고, 그 결과가 ‘정윤회 씨 뜻대로 되지 않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문체부 국·과장을 좌천시켰다’는 전(前) 문체부장관의 증언이 나온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체부 역시 이미 국회 교문위에서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가 있었다는 것을 시인했지만, 이번 발표에서 승마협회에 관한 내용을 일체 제외시켰다. 문체부 김종 차관은 승마협회에 대해 ‘현재 조사 중이다, 지금 말하기 어렵다’면서 침묵했다고 한다”며, “지난해 승마협회 조사와 문체부 국·과장 좌천인사의 배후에 비선실세가 있다는 의혹이 국정농단 사건과 함께 미궁에 빠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신고 접수된 269건 중 검찰에 송치한 것은 단 2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뿌리를 뽑겠다던 스포츠 4대악 처리결과는 용두사미라는 말조차 쓰기 초라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결국 스포츠 4대악 근절조사가 비선실세와 정권의 체육계 길들이기가 아니었는지 체육계와 국민의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며 논평을 마무리했다.

한편, 2015년 1월 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대한승마협회 개입 의혹과 관련된 정윤회 씨 문건 논란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정윤회 문건’ 내용은 풍문을 과장해 박관천 경정이 짜깁기한 ‘허위’이고, 조응천 전 비서관은 박지만 EG 회장의 ‘비선’ 역할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월 3일 구속된 박관천 경정 외에 조응천 전 비서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지난해 4월 14일 김종 문체부 제1차관이 공주 승마 논란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비정상의 관행에 안주하는 시도에 대해서 엄중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4월 9일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김기오 강원승마협회장, 박종서 전(前) 전북승마협회장, 김의종 대한승마협회 이사 등은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윤회 씨의 비정상적 통치 행위로 특경 경기 단체를 망가뜨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한승마협회를 둘러싸고 전개된 ‘검은 손’의 탈·불법적 전횡 등 각종 특혜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으나 정부 측에서 ‘사실 무근’이라고 발뺌, 국민에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를 가지게 됐다”고 했다.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