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ig-Tipton 경매장면
2014년 가을. 간헐적으로 경마장을 울려온 진동이 큰 규모의 요동으로 탈바꿈했다. 가장 먼저 지각변동을 체감한 것은 마주와 조교사 측이었다. 레이팅 제도가 본격적으로 경주에 적용되면서 KRA한국마사회의 경마 혁신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9월경에 발표된 혁신안에 따르면 한국 경마는 국·외산마 통합 경주 편성, 외산마 도입규제 완화, 레이팅시스템 도입, 마령중량 개선, 경마대회 체계 정비, 마주 개방 등을 통해 경쟁력을 증진할 예정이다. 특히 산지통합의 경우 2015년을 겨냥한 구체적 시행안까지 발표돼 이번에는 생산자와 일부 마주들이 온몸으로 진동을 받아내는 중이다.

경마혁신이 지나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신속하게 추진되는 배경에는 “2016년 파트Ⅱ 진입”이라는 한국마사회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마사회는 2016년 파트Ⅱ 진입과 총상금 10억대의 코리아컵(GⅢ) 시행 후 2022년 파트Ⅰ진입과 30억 상금의 코리아월드컵(GⅠ)을 개최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와 같은 지각변동에 휘청이는 관계자들은 현재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어느 때보다 큰 지각변동을 앞두고 지금 경마계는 폭풍전야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도대체 파트국 승격이 무엇이길래 한국마사회는 이와 같은 진통을 끌어안고서라도 혁신안을 추진하려 하는 것일까. 사실 경마관계자 중에서도 파트국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파트 체계의 모든 것을 낱낱이 해부해보았다.







-파트란 무엇인가?




한 마디로 말하자면 국가별 경마수준을 나누는 등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국가 브랜드 지수· 행복 지수와 같이 특정 분야에 대해 국가별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일종의 지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파트국은 Ⅰ·Ⅱ·Ⅲ·Ⅳ(장애물 경주)로 나눠볼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승격을 희망한다면 아시아패턴위원회(APC)의 심사를 받고 국제경주계획위원회(IRPAC)와 국제 경매명부 표준화 위원회(ICSC)를 거쳐 국제 서러브렛 경매협회(SITA)의 승인 후 최종적으로 국제경마연맹(IFHA)의 발표를 기다리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국제경매명부 표준위원회는 지배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이는 경매 시 경주마의 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 파트국·경주의 수준이 주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파트국 승격심사 절차

대륙별패턴위원회


국제경주계획위원회(IRPAC)> International Grade and Race Planning Advisory Committee



국제 경매명부 표준화 위원회(ICSC)>

International Cataloging Standard Committee



국제 서러브렛 경매협회(SITA)

Society of International Thoroughbred Auctioneers



국제경마연맹(IFHA)>International Federation of Horse Racing Authorities







경매에 참가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바로 경매 명부다. 상장된 경주마의 모든 정보가 담겨있는 이 책자에는 경주마의 출신국가와 해당 경주마 혹은 부·모마의 현역 시절 출전한 경주 및 전적이 게재돼있다.

과거 경마를 시행하는 대부분은 생산에서 경주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자신의 국가 테두리 안에서 진행해왔다. 경매명부에 기록된 대부분의 경주 수준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상황이기에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경마의 저변이 확대되고, 특히 대서양을 두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경주마 거래가 늘어나며 난관이 늘어갔다. 유럽의 경주와 미국의 경주가 각 나라에서 어떠한 수준과 가치를 지니는지 파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된 것이 국제경매명부 표준위원회(International Cataloging Standard Committee)다. 전 세계적으로 경주마 경매 시 제공되는 표기를 표준화하기 위해 상장된 말의 수준을 파악하고, 국제 경매시장의 통일되고 원활한 운영을 위한 기준을 정립한다. 다시 말해, 경매 시 구매자에게 보다 우수한 경주마를 쉽게 파악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주임무라 할 수 있다.



파트국 심사에서 중요한 부분은 파트별 국가의 경주마 능력과 이들이 치르는 경주의 수준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경주는 Grade/group(이하 G)급과 Listed급 경주다. 매년 같은 조건과 제도로 치러지는 경주 중 수준이 높은 순서대로 GⅠ·Ⅱ·Ⅲ로 분류가 가능하며 나머지는 Listed로 처리된다. 국제적으로는 해당 경주의 일정 기간 동안 결과와 출전마들의 수준을 수치화해야 등급을 인정받을 수 있다. 상금이 매우 높거나 아주 유명한 경주마가 출전한다고 해서 해당 경주가 당장 높은 등급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미 국제적으로 등급이 매겨진 상태라도 일정기간동안 낮은 수치를 기록한다면 강등될 수도 있다. 즉, 경주 등급은 출전마의 수준을 판단하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국제경마연맹에 가입된 국가는 총 117개국이며 파트국에 등록된 나라는 총 45개국 2지역(홍콩, 마카오)이다. 나머지 국가는 옵저버 자격으로 경마를 시행할 뿐이다.




현재 파트국 분류 현황




Part Ⅰ(16개국)>남아공, 뉴질랜드, 독일,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영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칠레,

페루, 프랑스, 호주, UAE>

Part Ⅱ(12개국 2지역)>말레이시아, 베네주엘라, 마카오, 우루과이, 인도,

싱가폴, 짐바브웨, 파나마, 푸에르토리코, 홍콩,

Scandinavia(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터키>




Part Ⅲ(17개국)>네덜란드, 도미니카, 모리셔스, 멕시코, 스위스,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슬로바키아, 에콰도르,

오스트리아, 자메이카, 체코, 카타르, 폴란드,

트리니다드&토바고, 한국










PartⅢ.




현재 우리나라가 속해있는 단계다. 아주 기초적인 경마 수준에서 벗어나 체계화된 시스템과 경주 능력이 구현된 국가로 총 17개국이 여기에 포함된다.

파트Ⅲ에 등록된 국가는 경주와 육성부터 베팅까지 국제 협약조약을 준수해야 하며 출전하는 경주마 역시 이에 해당하는 경주마만이 출전이 가능하다. 또한 훈련 중인 경주마 숫자· 경주의 수· 수입 경주마의 세부사항· 상금 규모· 씨수말·씨암말· 망아지 숫자를 포함한 육성 산업에 대한 정보 등이 제공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파트Ⅱ승격을 노리는 대표국으로 꼽힌다.







Part Ⅱ.

파트Ⅲ 국가 중 기준에 부합한 국가는 파트Ⅱ국가로 승격이 가능하다. 특히 경주의 질 부분이 중요한데 이것을 위해서는 레이팅 제도와 같이 객관적인 경주마 능력 평가를 위한 기준이 국가 내에 마련돼 있어야 한다. 또한 해당 국가의 훈련마가 해외에서 경주를 했을 때 보여주는 경쟁력 또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제도적인 부분도 주요한데 연중 경주마 운영 두수가 블랙타입의 경주 수보다 40배 이상이어야 하며, 외국 경주마들에게 개방된 블랙타입 경주의 비율 역시 제고 대상이 된다.

현재 12개국 2지역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모두 국제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중이다. 특히 홍콩의 경우는 파트Ⅰ국가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상금 규모나 수준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파트2 국가부터 경마대회 우승마는 국제 경매 명부에서 블랙타입으로 표기될 수 있다.







PartⅠ

파트Ⅱ의 조건을 갖춘 국가 중 경쟁력을 인정받은 국가들이라고 보면 되겠다. 현재 16개국이 여기에 속해 있으며 우리가 경마선진국이라 일컫는 대부분의 나라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탈리아와 캐나다의 경우 경쟁력과 인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어, 강등될 것이라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모든 G급 경주가 국제경주로 치러져야 하며 마주와 같은 경주마 관계자 부문에서도 전면적인 시장개방이 이뤄져야 한다. 사실 파트Ⅰ국가의 조건에서 생산에 대한 부분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이는 명시적 기준일 뿐 묵시적 기준에서 생산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앞서 언급한 홍콩의 경우를 대표적으로 생각해보면 좋은데, 충분히 경쟁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파트Ⅱ에 머물러있는 것은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으나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클 것으로 이야기 된다. 파트Ⅰ국가 중 아랍에미레이트의 경우 자국에서 생산하는 경주마는 없으나 ‘고돌핀’과 같은 대형 마주법인들이 전 세계적인 규모로 목장을 두고 경주마를 생산하고 있다. 경마의 기본인 생산 부문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지당한 논리의 영향으로 보인다.







-Why? 왜 파트Ⅱ가 되어야 하나?

왜 파트Ⅱ라기보다는 파트Ⅰ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를 밟는 과정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파트Ⅰ은 왜 가야하는가라는 물음에는, 국제적 입지와 영향력의 상승을 위해서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UN의 국제연합안전보장이사회와 같은 이치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보자. 앞서 언급했듯 파트Ⅱ 국가가 되면 경마대회에서 우승한 경주마는 국제 경매 명부에서 블랙타입으로 표기된다. 국산마의 거래 가치가 상승되는 것이다. 향후 중국 등 글로벌 시장의 개척을 위한 기본적인 자격을 확보할 수 있다. 좁은 국내를 벗어나 큰 규모의 시장을 넘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싱가폴로 수출된 우리 경마가 약 6개월 만에 베팅금액이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고무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우리 경마의 수익성을 강화하고 시장을 넓혀 영향력의 저변을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한국마사회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은 경마에 대한 인식 변화다. 파트Ⅱ승격을 목표로 한국 경마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경마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며 자연스럽게 국제 경마계 주류에 편입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마사회 측이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며 경마의 스포츠적인 부분을 홍보해 국민들에게 야구와 축구 못지않은 응원 관람 스포츠로 인식을 전환시키려는 목적이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파트Ⅱ, 딱 맞는 옷인가?

옷을 사 입으려면 우선 우리 몸의 사이즈부터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테다. 파트Ⅱ에 대해 걸어가기에 앞서 우리나라 경마는 현재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현재 국내 경주마의 능력 수준은 1군 최상위 경주마의 능력이 국제 레이팅 기준을 놓고 봤을 때 100이 되지 않는다. 이는 2008년에서 현재까지의 해외 원정결과 및 2013년 경마 한일전 결과를 통해 추론한 결과다. 사실 레이팅 제도를 실시했다고 해도 아직 일부에 불과하고 정착도 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경주마 능력을 판단할 만한 국제적인 기준이 마련돼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 마주와 경마대회, 경주마 관계자 부문에서의 시장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전반적으로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 볼 수 있겠다. 이에 들고 나온 것이 한국마사회의 혁신 방안이다. 레이팅 도입을 통해 기준을 확립하고 국제레이팅 105이상의 국산 경주마군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성 범위를 높일 수 있도록 경주체계에 있어 산지통합을 시행하고 외산 수·거세마 도입가 제한을 완화 혹은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의 실정에서 이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는 것이 생산자들의 입장이다. 당장에 생업이 걸려있는 생산자는 그 어느 계층보다 타격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한국마사회 측에서는 생산자를 위해 지원 및 완화책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반기를 든 생산자들의 입장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상황에서 국산마와 외산마의 우열 차이는 극명하다. 이러한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망아지 시절 하게 되는 조기·후기 육성의 미진함이 꼽힌다. 넓은 초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지리적 한계 외에도 훈련 시설의 부족은 심각하다. 제주의 경우 훈련 주로 하나를 모든 망아지들이 사용해야하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한 지역에만 200여 개의 훈련 시설이 완비돼 있어 집중적인 훈련이 가능하나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한 번 뛰기라도 하면 다행인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훈련을 시행하는 민간 육성조련사도 몇몇을 제외하고는 정식으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다. 관계자에 따르면 개중에는 말을 많이 타본 몽골인 데려다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경주마는 망아지 시절의 순치가 큰 영향력을 차지하고, 이를 담당하는 조련사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를 기승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 혹은 몽골인에게 맡기고 있다는 사실은 암담한 국산마의 미래를 미리보기 하는 것과 같다. 게다가 장수목장의 경우 겨울철 극심하게 떨어지는 기온으로 주로가 얼어 훈련이 불가능한 상황이니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대비해 마사회 역시 트레이닝 센터와 육성 관련 안건을 내어놓고 있으나 적어도 4~5년의 시간이 지나야 이뤄질 약속들이다. 생산자 측이 염려하는 시나리오는 제대로 대책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문을 열어, 생산업계가 타격을 넘어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파트Ⅱ, 어떻게 걸어야 하나




경마관계자라면 파트Ⅱ라는 목표 자체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다가가는 방법인데, 여기에서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지금의 진통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옆 나라 일본을 잠시 살펴보자. 일본은 2007년 16번째로 파트Ⅰ국가에 승격됐다. 파트Ⅰ에 진입한지 불과 8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워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사실 일본 경마의 경쟁력은 90년대부터 충분히 인정받고 있었다. 1995년 일본에서 훈련한 경주마인 ‘후지야마켄잔’을 필두로 ‘다이키셔틀’·‘시킹더펄’·‘엘콘도르파사’ 등 유럽 GⅠ 경주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알려왔다. 2001년에는 ‘스테이골드’가 홍콩 베이스와 총상금 5백만 달러의 두바이 시마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일본 자국산마로서는 처음으로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던 상황에서도 일본은 서두르지 않았다. 시설 마련과 제도 정비를 마련하고 마침내 2007년 파트Ⅰ의 공기를 마시게 됐다. 승격 후에도 마주 전면 개방 문제, 그레이드급 경주의 승인 문제 등에서 문제가 있었으나 현재는 세계 경주마 랭킹 1위의 경주마를 배출해낼 정도의 생산력을 보유하게 됐다.

재팬컵은 또다른 각도에서 관심을 가져볼 경주다. 일본이 오랜 기간 국제화를 꿈꾸며 준비해온 경마대회로, 일본 최초의 국제 개방경주이다. 개최 후 약 10년 가량은 국산마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외산마와 외국마들이 강세를 보였다. 이는 일반 경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승상금은 외산마 혹은 외국마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까지 생길 정도였으나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일본산마는 꿋꿋이 성장했다. 현재까지 재팬컵에서 일본산 경주마가 우승을 차지한 횟수는 17회에 이른다. 특히 2006년도 우승마 ‘Deep Impact’, 2009년도 우승마 ‘Vodka’는 역대 일본 경주마 중 가장 영향력 있는 경주마로 추앙받고 있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걸어야 할 동행자끼리 택시를 탈지 걸어갈지를 두고 다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저앉아버리는 상황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마의 근간인 생산이 없이는 파트국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의 말산업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누가 틀리고 맞고가 없는 주관식 문제에서 O,X를 고민하기보다는 숨을 고르고 정답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날숨을 내뱉을 때 양측은 심연 깊숙한 곳까지 눌러 담은 ‘성과’와 ‘불신’의 두 단어도 함께 내뱉었음 한다. 분명 진행돼야 할 업무라면, 그것이 비록 탐이 나는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한 계단씩 오르기가 필요하다. 당장의 성과내기에 급급해 넘긴 밥이 숨구멍을 턱 막을지도 모를 일이다. 반대 측 역시 무조건적인 불신과 거부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보장하는 내용이 있다면 이를 무력화시키지 못할 방법을 강구하거나 타개책을 제시해야 한다. 덮어놓고 무조건적으로 하는 거부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버릴까 염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해와 호흡이 함께한다면, 동행하는 동안 자전거 정도는 어깨동무 하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