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경 통합 메이저 경주 싹쓸이 기염
-시즌 100승 달성하며 대기록 작성

김영관 조교사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최다승·최단기록·한국최초…. 한국 경마의 페이지를 새로 써나가고 있는 김영관 조교사가 이번에는 서울 부경간 열리는 오픈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브리더스컵(Breeders`Cup,GⅢ)은 김영관 조교사가 유일하게 제패하지 못한 메이저대회였다. 매년 브리더스컵 직전까지만 해도 김영관 조교사 관리 하의 출전마들은 혈통이나 훈련 면에서 높은 기대치를 얻곤 했으나, 전력이 들쑥날쑥한 2세마의 특성상 이변이 이어지며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하지만 올해 브리더스컵에 김영관 조교사는 ‘오뚝오뚝이’와 ‘파워블레이드’를 동반 출전시키며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2두 모두 브리더스컵 예선전이었던 경남신문배에서 동반 입상을 거둔 바 있어 기대치는 충분했다. 예상대로 ‘파워블레이드’는 혈통과 관리, 전개까지 3박자가 모두 깔끔하게 들어맞은 경주라는 평을 받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대기록의 마지막 한 조각을 맞추는 순간이었다.

▲브리더스컵에서 `파워블레이드`와 김용근 기수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기쁨의 질주를 하고 있다.


경마대회 우승은 하늘이 주는 기회라고 일컬어진다.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더비 시상식 연설에서 “지금 이 순간 영국수상보다는 더비경주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고 언급한 정도다. 김영관 조교사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영관 조교사가 우승한 주요 대회를 살펴보면 코리안더비(GⅠ) 3회, 대통령배(GⅠ) 2회, 그랑프리(GⅠ) 3회,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Ⅱ) 3회, 코리안오크스(GⅡ) 3회, 경상남도지사배(GⅢ) 4회, KRA 컵 마일(GⅢ) 2회, 뚝섬배(GⅢ) 1회,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GⅢ) 2회, 부산광역시장배(GⅢ) 2회, Owners` Cup(GⅢ) 1회, Breeders`Cup(GⅢ) 1회, 국제신문배 1회, KNN배 2회, 경남도민일보배 2회, 경남신문배 1회가 있다. 홈페이지에 공식 기록된 우승만 총 33회로, 기록되지 않은 특별경주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의 우승전력을 보유한 셈이다. 특히 국내 최고로 꼽히는 GⅠ대회에서 몇 번이고 반복해 우승을 거두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대회 우승마의 이름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명마의 계보를 엿볼 수 있을 정도로 그 면면이 화려하다. 감동 스토리를 통해 영화로도 재연된 ‘루나’, 17연승 대기록의 ‘미스터파크’, 퀸즈투어 유일의 트리플크라운 ‘감동의바다’, 최초 그랑프리 우승 국산마 ‘인디밴드’ 등 수많은 명마들이 맥을 이어가며 배출되는 중이다. 김영관 조교사는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대해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마주님들과 함께 좋은 말을 사오는 것뿐이다.”며 “그 좋은 말들을 마방 식구들이 정말 열심히 다듬어주고 빛내준 덕분에 이런 행운까지 따라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영관 조교사는 특별경주를 제외한 경마대회에서만 33회에 걸쳐 우승을 차지했다


경마대회에서만 “영관매직”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김영관 조교사는 11월 마지막 주 경마를 통해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 외에도 시즌 100승 달성이라는 겹경사를 맞이했다. 지난 2013년, 한국 경마 역사상 최초로 조교사 부문 시즌 100승을 달성한 김영관 조교사는 올해 또 한 번 그 고지를 넘어섰다. 2014년에는 울즐리 조교사와의 치열한 공방전으로 96승으로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지만 올해는 일찌감치 다승 선두로 올라서며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왔다. 특히 11월 2주차를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 우승으로 마감한 김영관 조교사는 20일(금) 출전경주에서 모두 우승해 5연승을 거두는 한편, 시즌 99승을 기록하게 됐다. 뒤이은 4주차 경마에서도 여유롭게 3승을 쌓은 김영관 조교사는 시즌 102승을 기록한 상태다. 2013을 시즌 104승으로 마무리했기에 지금의 페이스대로라면 조교사부문 역대 최고 승수를 기록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와 같은 승승장구가 단순히 운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부경 19조 마방은 사료부터 시작해 사양관리에 있어 매우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본지에서 19조 마방을 견학할 당시에도 19조 마방은 건초를 줄 때에도 산통이 우려되는 말에게는 일일이 물에 불려 제공을 하고, 털 빛깔 변화를 수시로 관찰하며 체크하는 모습이었다. 또, 가장 유리한 경주를 찾으려 매주 소속 경주마가 출전할 수 있는 예상데이터를 조사한 자료들이 사무실 한 켠에 높게 쌓여있다. 훈련 시에도 소속 경주마와 함께 라이벌마들의 훈련까지 꼼꼼히 비교하여 전력을 가늠하고 있다고.

▲김영관 조교사의 선전 비결에는 소속 마방 관리사들의 철저한 관리와 열정이 있었다

지난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의 우승마 ‘퀸즈블레이드’의 경우도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퀸즈블레이드’는 외국 원정 이후 체중이 100~150kg 가까이 빠지고, 컨디션 저하로 인해 채식상태도 좋지 않았으며, 피부 상태도 나빠지는 등 전체적으로 심각한 상태를 맞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관 조교사를 위시한 부경 19조 마방에서는 그대로 경주에 복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상태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링겔과 영양제를 먹이고 기력을 되찾게 하기 위해 3개월을 매일같이 매달렸다. 결국 ‘퀸즈블레이드’는 500kg대의 체중으로 복귀했고 국산 최우수 암말에 등극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열정은 자연스럽게 마주들의 신뢰를 얻어 좋은 혈통의 경주마 수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반복되는 중이다. 김영관 조교사는 향후 행보에 대해 “국제경주에 대한 도전도 생각 중이지만 마음만 있다고 해서 나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지금보다 더욱 강한 말을 만들어서 우리나라 경마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매 걸음 한국 경마의 신기원을 써나가고 있는 김영관 조교사와 19조 마방. 앞으로 그들이 써나갈 새로운 역사에 경마팬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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