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관 조교사
성명 김영관
소속조 19조
생년월일 1960/06/13 (55세)
데뷔일자 2004/03/02
통산전적 3908전 834승 2위 527회
승률 : 21.3% 복승률 : 34.8%


-브리더스컵 우승으로 서울·부경 간 오픈경주를 모두 석권했다. 기대를 하고 있었나?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대회에 임했던 것이 사실이다. 브리더스컵 때마다 기대치는 늘 있었는데 작년에도 3등, 그 전해도 2등에 그쳤지 않나. 경마라는 것이 내가 최선을 다 한다고 기계처럼 딱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출전마의 당일 컨디션, 상대 전력 등이 모두 어우러지는 것이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오픈경주는 계속해서 추가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걸로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달려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승왕에다 매년 기록 경신까지, 조교사로서 정점을 찍었는데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다. 시상식에서 보면 표정이 크게 없어 감정을 읽기가 어렵다.

조교사로서 우승을 했는데 어떻게 기쁘지 않겠나. 다만 기록적인 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그렇다고 말해주니 그런가보다 싶을 뿐이다. 시상식 때는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는 편이다. 우승의 기회가 많다보니 내가 시상대에 오르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더라. 속으로만 좋아하고 겉으로는 표현을 잘 못하는데 그걸 본 모양이다.

-우승 소감을 들어보면 항상 마방 식구들이 노력해준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던데, 구체적인 마방 관리사들의 자랑을 들어보고 싶다. 매우 체계적으로 분업이 되어있다고 들었는데.

사실 우리 마방의 일들이 결코 쉽지만은 않아서 얼마 못 견디고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새롭게 들어오고, 나가고 한 인원들을 감안했을 때 함께 일하고 있는 식구는 모두 16명이다.
부경에는 서울처럼 협회의 관리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각 마방에서 행정적인 부분까지 소화해내야한다. 우리 마방의 김진우 관리사는 그런 부분을 도맡아주고 있다. 사람을 쓰고, 출전 등록을 하고, 신마 명단을 작성하고, 계약서를 쓰고, 보험 등록, 장구신청까지 해주는 영특한 사람이다. 우리 마방의 수뇌부라고 할 수 있다.

-훈련을 전담적으로 관찰하는 담당도 있다고?

최호성 조교보와 김욱 조교승인 관리사의 경우는 우리 마방의 왼팔과 오른팔이다. 정신적 기둥으로 말과 관련된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 중이다. 요즘은 레이팅 제도가 도입되며 미리 출마 등록을 하기 때문에 상대 경주마들을 미리 알 수가 있다. 이 둘은 새벽부터 우리말의 훈련 상태 점검은 물론 상대마들의 전력도 함께 체크한다. 훈련하는 모든 말들을 본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말의 상태와 비교해 최종 투표 여부를 결정한다. 가령, 우리 말의 상태가 좋은데 경쟁마들의 상태가 더 우세하다면 투표에 대해 재고하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 말의 상태가 100%는 아니더라도, 경쟁마들의 상태가 해볼만하다고 판단하면 도전을 감행하게 된다.
훈련이 끝나고 나면 채식상태, 보행상태, 건강상태 등을 일일이 체크한다. 이런 시스템을 오랜 기간 반복하다보니 이제 그 둘은 말을 보면 어느 정도 상태를 파악해낼 수 있을 경지에 이르렀더라. 정말 든든한 식구들이다.

-오픈 경주 때면 늘 보이는 관리사도 있던데? 부경 19조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것 같다.

이주연 관리사를 얘기하는 모양이다. 훈련을 시키거나 힘이 너무 찼을 경우 까불고 난리를 치는 말이 있는데 이주연 조교사가 이들을 제어해준다. 덩치가 큰데, 몸이 날렵하고 힘도 좋아 이 말들을 제어시키는 데에 아주 능숙하다. 말이 기립할 경우 같이 고삐를 들어주며 컨트롤을 해야 하는데 이 친구가 여기에 탁월하다.
이 친구 말고도 많은 관리사들이 매일같이 사양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말 한 두, 한 두의 상태를 매일같이 확인해서 일일이 기록하고, 거기에 따라 먹는 사료도 바꾸고 관리 시스템도 변화를 준다.



-말 만큼 마방 인원도 많다보니 식구들 관리 역시 민감한 문제일 것 같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인력 관리 문제다. 매번 말 하지만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그 친구들 때문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지금과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고용관계에 있다보니 돈 문제에서는 최대한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내 신조다. 또 연말이면 마방 식구들의 가족들을 초대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벌써 10년 넘게 함께한 사람도 있고, 수시로 대화를 하며 신뢰를 쌓으려 노력한다.


-부경에서 마방을 처음으로 개업하던 무렵, 지금과 같은 성공을 예상했었나?

사실 마방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좋은 말이 끝없이 공급되는 것이다. 그것이 성적과 비례되는 부분인데 당시 나를 굉장히 지지해주시던 분들이 우리 마방의 마주로 와주셨다. 언제나 믿음으로 임해주셨고, 성적 여하에 관계없이 곁을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정말 든든한 마음으로, 나만의 방식을 구축하며 초반 공사를 할 수 있었다. 지금과 같은 영예를 누릴 줄은 몰랐지만 밥은 먹고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신 분들이다. 지금도 항상 사람 대하는 법과 생활 태도 등에 대해 조언을 해주시고, 힘내라고 밥도 사주시고 하시는 분들이다. 내게 정신적 지주와 같은 그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조의 선전에 대해 혹자들은 무언가 특별한 것을 먹일 것이다, 라는 말도 하던데. 가령 검출되지 않는 약물이라든가 말이다.

실제로 마사회 관계자들도 그 이야기를 내게 했고, 마주가 제보를 했다면서 우리 말과 울즐리 조교사 마방의 경주마들을 별도로 데려가 도핑검사를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현재 한국마사회의 검사 시스템은 매우 세밀하고 전문적이다. 뭔가 특이한 것을 먹였다면 진작 걸렸을 것이다. 내가 그 체계적인 시스템을 뛰어넘을 약물을 찾아낼 정도로 머리가 좋지는 못하다.(웃음) 그 정도 똑똑했다면 지금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었겠지?




-말을 볼 때 무엇을 먼저 보나? 혈통? 지세?

혈통이나 지세와 같은 부분은 너무나 기본적인 부분이다. 오래 일을 하다 보니 그런 부분은 기본적으로 깔고 가야하는 부분이 됐다. 말이 잘 생기고 혈통이 좋으면 지세가 약간 떨어지더라도 보완이 가능하고. 요즘은 기본적인 모든 부분을 보고서, 가격에 대한 부분까지 합리적으로 따지고자 하는 중이다. 요즘 말 가격이 치솟고 있는데, 어쨌든 마주님들께서는 나를 믿고 투자를 해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하면 저 말을 통해 마주님이 손실을 입지 않까, 까지 고민한다. 저 말을 구매했을 때 출전 가능한 경주들, 우승 상금 등등 기회들을 다 따져보게 된다.

-지금과 같은 승승장구에는 어떠한 부분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나? 좋은 말이 많아서? 잘 관리해서? 경주를 잘 써서?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 좋은 말도 잘 사와야 하고, 정말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편자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다 쓰고, 털 빛깔부터 건강 상태 체크는 필수다. 질병이 있으면 아깝더라도 과감하게 휴양을 통해 상태 회복에 나서야 한다. 사람도 그렇지만 참고 있으면 오히려 병을 키우게 되지 않나. 작은 씨앗이 보일 때 뿌리를 뽑아야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2세 때의 훈련도 매우 중요하다. 2세 때부터 인간의 지시하에 말들이 훈련을 하다보면 쓰지 않던 근육들을 인위적으로 쓰며 근육통 주사도 많이 맞고 한다. 그 근육이 수축과 이완이 되는 과정에서 지구력이 증강되고 심폐기능이 신장되는 것인데, 이게 무리하면 건이 터지거나 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민감한 과정을 잘 버텨내도록 2세 때 잘 키워내야 오래도록 경주로를 누빌 수 있는 건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또, 앞서 말했듯 철저한 상대마 전력 파악도 중요하다. 두수 등록을 할 때 상대마들의 훈련 패턴을 보고 편성이 깨질 것 같으면, 그것까지 고려해서 매주 출전마를 맞춘다.

-계속해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다보면 주변의 시기와 질투도 많았을 것 같은데?

그렇다. 보이게, 보이지 않게 압력도 많이 들어오고, 어쩔 때는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나를 엮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혼자서 술도 먹고 괴로운 순간이 많다. 가끔은 중간정도의 성적이라서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어떡하겠나. 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으니, 참고 이겨나가야지. 지금처럼 투명하게 관리를 해나간다면 언젠가는 알아주지 않을까 한다. 다만 나도 이렇게 힘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 바람 덕분인지 요즘은 19조를 벤치마킹 하려는 분들도 늘어나는 추세인데?

그래서 더욱 조심하고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 밖에도 인기 조교사로서 힘든 부분은 없나?

왜 없겠나. 우리말이 인기마로 잡히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럴 때마다 매번 불안하다. 사람들이 거는 기대만큼 혹여나 우승을 하지 못할 경우 돌아올 실망감과, 배신감이 얼마나 큰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아왔던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초조하기도 하다.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더욱더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경주에 출전하려고 노력한다.




-향후 서울·부경 간의 물꼬를 트겠다는 방침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울에서 마방을 개업하는 것에 대한 계획은 있나?

알다시피 서울과 부경의 시스템은 현격하게 차이가 있다. 나는 부경의 시스템에 맞춰 오랜 기간 현재의 운영 틀을 구축해왔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시스템 차이 속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 해외 진출에 대한 계획은?

지금 꿈꾸고 있는 것은 해외에 외산마가 아닌 진정한 국산마를 내보내서 우승하는 것이다. 당장 파트 원 국가의 경주까지는 기대하지 않고, 투부터 차근차근 도전해보고 싶다. 지난 번 싱가폴을 다녀왔는데 더 강한 말을 만들어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내년의 목표는 국산마로 외국 경주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마사회 역시 경마 국제화를 위해 노력을 경주중인데, 같은 목표를 향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행체 측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같은 목표라면 서로 윈윈 전략을 통해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산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날갯짓을 하고 있는데 다양한 정보 제공과 로드맵 제시 등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가끔 힘의 논리로 외부에서 압박이 들어오곤 하는데, 그럴 때면 무엇을 위해 이렇게 고군분투 하고 있을까 싶기도 하다. 앞선에 서서 눈과 비를 다 맞고 헤쳐가고 있는데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만큼 바람막이 정도 세워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경마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항상 변해가는 팬들에게 감화를 받곤 한다. 옛날 경마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지금은 한국 경마가 많이 투명해지고, 변화가 되고 있다고 본다. 과거 팬들은 내게 “가냐,안 가냐?”를 물었다. 하지만 요즘 팬들을 만나면 “컨디션이 어떤가?”를 먼저 묻더라. 정말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요즘 경마관계자들은, 적어도 내가 관리하고 있는 말들은 옛날처럼 간다, 안 간다가 전혀 없다고 믿어주셔도 좋다.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 팬분들께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매 경주 최선을 다해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도 생명체이고, 나도 사람이다보니 혹시나 실수로 체크 못한 부분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100%를 추구하며 언제나 최선의 상태로 팬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말을 만들겠다. 팬분들은 귀한 시간을 내서 경마장에 오셨다면, 의심없이 편하게 경주를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실 수 있도록 우리도 노력할 것이다.

-조교사 생활도 8년 정도 남은 것으로 안다. 은퇴 후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싶나?

나를 기억해주긴 할까(웃음) 혹시라도 떠올려준다면 대단하다는 수식어보다는 정말 정직하게, 투명하게 조교사 생활을 했던 사람이다라고 기억되고 싶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