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교배활동 중단하며 사실상 은퇴
2017년 마지막 자마군 데뷔

국산마계의 큰 축을 담당했던 ‘비카’가 1월 24일 생을 마감했다.

제주목장 관계자에 따르면 ‘비카’는 폐사 하루 전인 23일(토) 오후 3시경 마방 내에서 식도폐색 증상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증세가 발견된 즉시 동물병원으로 이송된 ‘비카’는 내시경 검사 및 치료를 통해 상태를 회복했고, 최종조치 후 이상이 없다고 판단돼 퇴원하게 됐다고. 마방으로 돌아온 후에도 ‘비카’는 집중치료를 받으며 상태 회복에 주력했으나 안타깝게도 다음날인 24일(일) 새벽 6시 10분 경 마방 내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제주목장은 폐사된 당일 곧바로 부검에 들어갔다. 4시간여에 걸친 부검 결과 복강 내 소화기관의 위치의 변위나 교액, 장벽 파열의 증세는 없었으며 관련 소화장기의 병적인 변색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폐사 전 치료받았던 “식도폐색”과 관련해 식도 정밀검사 역시 이루어졌으나 종대·파열·염증 등의 병적인 이상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 역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그 밖에 특이사항으로는 노령으로 인한 폐의 섬유성 변화가 관찰되었다. 이와 같은 사항을 최종적으로 종합한 결과 ‘비카’의 폐사는 기왕증 및 노환 때문인 것으로 진단내려졌다. 당시 제주도 일대를 고립시켰던 폭설과 한파 역시 ‘비카’의 기력회복을 방해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올해로 20세를 맞이한 ‘비카’는 사실상 2014년부터 정상적인 교배활동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2009년 당시 장수에서 제주목장으로 수송되는 과정에서 경미한 사고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비카’는 후구에 부상이 생겼다고 한다. 이후 꾸준한 치료를 통해 무리 없이 교배에 임했으나 점차적으로 나이가 들며 후유증이 발생했다. 후구마비 및 일종의 평형기능장애 증상을 보인 것. 결국 2014년 5월부로 교배가 전면 중단된 ‘비카’는 2016년 마지막 시험교배를 거친 후 관상마로 전환할 것을 최종 협의했다. 이러한 가운데 2015년 3월에는 노인성에 기인한 소화기 질환으로 산통수술까지 받으며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비카’는 2006년 미국에서 19억 원에 도입됐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의 교배두수는 총 571두로, 이중 총 346두의 자마를 생산해 60.6%의 생산율을 기록했다. 자마들의 활약은 첫 해부터 눈부셨다. 첫 자마군의 ‘광야제일’은 3세마 경주 중 가장 큰 대회인 코리안더비(GⅠ)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해 아버지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광야제일’을 기점으로 농수산식품부장관배 챔피언 ‘동서정벌’, 경기도지사배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승리의함성’, 그랑프리(GⅠ) 준우승마 ‘금포스카이’, 서울마주협회장배(GⅢ)와 경기도지사배(GⅢ)를 동시석권한 ‘조이럭키’ 등 수많은 건각들이 ‘비카’의 위력을 경주로에서 발현했다. ‘비카’의 자마 중 최고가의 몸값을 자랑하는 경주마는 부경의 ‘중앙대해’로 1세마 경매에서 2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현재 ‘중앙대해’는 부경 2등급에서 맹위를 떨치며 총 수득상금 2억351만8천 원을 벌어들인 상태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비카’는 매년 씨수말 랭킹에도 상위권을 고수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2010년 2세마 부문 리딩사이어 5위에 랭크된 이후 2011년부터 2014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4년 동안이나 전체 씨수말 랭킹 3위를 고수하며 존재가치를 입증해냈다. 한 달 남짓 지난 2016년 현재도 ‘비카’는 ‘메니피’에 이어 리딩사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관계자들은 무엇보다도 ‘비카’의 혈통적 가치에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와일드어게인’의 자마인 ‘비카’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주요 씨수말과 대비해 이계혈통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었다. 특히 ‘미스터프로스펙터’와는 완벽한 이계혈통을 갖고 있어 다양한 유전적 배합의 가능성을 기대케 했다.

일부에서는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씨수말들이 ‘비카’와 비슷한 나이인 점을 들며 새로운 씨수말이 지속적으로 수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실제로 최근 한국마사회에서 도입한 씨수말을 살펴보면 2013년 ‘한센’·‘록하드텐’ 2두, 2014년 ‘티즈원더풀’ 1두 이후 2015년에는 씨수말 도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목장은 빠른 시일 내에 ‘비카’의 마혼비를 세워 한국 경마에 많은 공헌을 이루었던 공적을 기릴 예정이다. 현재 제주목장에는 ‘디디미’를 비롯해 한국 경마의 역사를 써나갔던 씨수말들을 기리는 마혼비가 세워져있다.

‘비카’의 마지막 자마군은 2017년 데뷔할 예정이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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