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일) 6경주 중 경주마 다리 골절로 기수 4명 낙마
전산장애 발생으로 부경4경주·서울8경주 취소
폭설 인한 주로 불량·시야 미확보로 10·11경주 취소

2월 마지막 경마인 28일 일요경마가 연이은 악재로 아쉬움을 남겼다.

사고의 시작은 제6경주부터였다. 이미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한 시점, 총14두의 경주마가 게이트를 박차고 나섰다. 사고는 4코너 직후 결승주로 진입구간에서 발생했다. 선두를 달리던 5번마 ‘브라운로켓’의 왼 다리가 별안간 골절, 앞으로 전도됐고 장추열 기수가 그대로 낙마했다. 이에 뒤따라 달리던 1번마 ‘제이원’, 7번마 ‘은빛질주’가 뒤엉키며 기승해있던 이해동 기수와 김혜선 기수가 떨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장 후미를 달리던 11번마 ‘쇼킹데이’까지 넘어진 ‘은빛질주’에 걸려 정정희 기수를 낙마시키고 말았다. 약 7초 남짓한 시간 동안 네 마리의 경주마와 네 명의 기수가 변을 당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팬들의 탄식이 터져나왔고 중계 중이던 김수진 아나운서 역시 잠시간 말을 잇지 못하며 당혹스러움을 드러냈다.

경주 후 ‘브라운로켓’은 좌제3중수골완전골절로, ‘은빛질주’는 좌상완골골절로 경주부적격 처리됐다. 선두에서 달렸던 탓에 가장 심한 부상을 입은 장추열 기수는 즉시 응급구조대와 한림대학교성심병원으로 이송됐고, 정밀검사 결과 쇄골골절과 팔꿈치 부상으로 전치 3개월의 진단을 받았다. 그 외의 이해동·김혜선·정정희 기수는 경미한 통증을 호소했으며 추후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특히 김혜선 기수의 경우 뒤이은 7경주에 연속 출장하며 강인한 정신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충격의 여파가 장내를 메운 가운데 거세진 눈발이 렛츠런파크 서울 전역을 덮었다. 시야조차 확보되지 않는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경에서는 발매 전산기기 장애까지 발생했다. 부경 4경주에 출전하는 경주마와 기수들은 게이트를 앞에 두고 문제 해결 안내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당초 15시 20분이었던 부경 4경주 출발시각이 15시 30분까지 지연됐으나, 결국 해결되지 못하고 취소됐다. 뒤이은 서울 8경주 역시 취소됐으며 기기 장애 탓에 환불조차 불가능해지며 렛츠런파크 전역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16시 정각. 기기 장애가 해소되며 부경 5경주를 준비하던 기수들이 말에 올랐다. 변경된 출발시각에 따라 16시 15분 정상적으로 경주가 재개됐고 이전 경주의 환불조치 역시 빠르게 진행됐다.

문제는 렛츠런파크 서울에 있었다. 좀처럼 폭설이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동아일보배가 진행됐다. 무사히 경주는 마쳤으나 직접 경주에 임했던 기수들에 따르면 도저히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데다 주로 상태도 불량해 제대로 된 경주를 펼칠 수가 없는 여건이었다.

이에 남은 서울 제10·11경주 여부는 기상 상황과 주로 상황을 출전 기수들이 직접 확인한 후 판단하기로 결정했다. 기수들은 경주 출발대까지 이동해 변경된 서울10경주 출발시각인 17시 35분까지 대기하며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으나 결국 경주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남은 전 경주가 취소됐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볼 부분은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시행체의 발 빠른 조치와 한층 성숙해진 경마팬들의 모습이었다. 한국마사회는 전산 장애가 발생한 직후부터 해결되는 순간까지 지속적으로 안내 방송과 문구를 송출하며 현재의 상황을 전달했다. 소통의 부재로 경마팬들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하고 분노케 만들었던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경마팬 역시 모처럼의 여가시간을 기다림으로 보내는 가운데도 큰 소요 없이 진행상황을 지켜보는 관람매너를 발휘해주었다. 스포츠로서의 경마로 진일보한 작은 과정을 확인해볼 수 있는 계기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상황을 다시는 발생하게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은 차치하더라도, 전산장애로 인한 경주취소는 믿고 베팅한 경마팬은 물론 해당 경주를 위해 준비해온 경주마와 관계자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인재(人災)다. 오늘의 경주를 위해 짧아도 2주에서 길게는 몇 개월에 걸쳐 훈련한 경주마가 전산장애로 인해 게이트조차 들어가 보지 못하고 마방으로 되돌아오는 일은 없어야한다는 것이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