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대상 연도대표마·최우수 국산마 ‘트리플나인’
-오랜 부진 속에서 ‘트리플나인’과 함께 경마 참재미 알아가
-‘트리플나인’ 능력 십분 펼칠 수 있는 경주 찾아 나설 것

본사는 1월, 제18회 말산업대상(大賞) 총 16개 부문 수상자·마를 발표했다. 이중에서도 ‘트리플나인’은 2015년 동안 6번의 경마대회에 출전해 대통령배와 경남도민일보배를 제패하고, 3회의 입상을 기록한 업적이 높게 평가됐다. 연도대표마는 물론 최우수 국산마까지 2관왕의 기염을 토한 ‘트리플나인’은 이제 경주마의 전성기인 4세를 맞이했다. 지난 2월 28일에는 올해의 첫 경주인 1등급 경주에 출전해 부경 최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경마대회보다 더욱 치열했던 이날 경주에서 ‘트리플나인’은 산지통합 시행 후 2000M 최고 기록(2분 07초 9)을 경신하며 우승했다. 지난 해 경마관계자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은 ‘트리플나인’의 최병부 마주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자 말

-말산업대상의 2015년도 연도대표마에 이어 최우수 국산마까지 수상했다. 소감이 어떤가?
한국마사회에서 주는 상으로 끝이 날 줄 알았는데, 또 한 번 이렇게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돼 기쁘다. 역사가 오래된 상이라 들었는데 우리 ‘트리플나인’에게 투표해준 팬 여러분들과 심사위원단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말로 행복한 2015년이었다.

-말 그대로 지난해가 정말 최고였을 것 같다. ‘트리플나인’ 외에도 지난 해 보유하고 있는 말들이 모두 잘 뛰어주었지 않았나?
신기하게도 한 말이 잘 뛰어주니 그 기운을 받은듯 다른 말들도 덩달아 잘 뛰어주더라. 요즘은 시간이 참 빨리 간다. 금·토·일·월요일은 경주를 관람한 뒤 당시의 흥분을 되새김질하며 보내고, 화·수는 어떤 경주에서 어떻게 투표가 될지 궁금해 하며 보내고, 목요일은 기다림과 설렘으로 보낸다. 경마장의 시간이 다른 곳보다 두 배는 빨리간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것 같다.(웃음)

-하지만 지난 2015년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을텐데? ‘록밴드’와의 경합도 있었고, 삼관마를 눈앞에서 놓치기도 했다. 그랑프리에서도 아쉬움이 있었고.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을 것 같다.
사실 그렇다. 경마대회는 운이 따라야 한다는 말을 절실하게 느꼈던 시간들이었다. 코리안더비에서는 생각만큼 전개가 풀리지 않아 준우승을 했고, 기대했던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에서도 ‘록밴드’에 석패했다. 그랑프리에서는 결승주로에서 발바꿈이 되지 않아 능력발휘가 충분히 되질 못했다. 나도 사람인데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트리플나인’에 대한 믿음이 있고, 노력하는 마방 식구들을 직접 지켜봐왔기에 그 순간순간이 모두 소중했던 것 같다.

-한 해 동안 무려 6번의 경마대회에 출전했다. 큰 대회에서 강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나?
제일 처음 출전했던 경주가 코리안더비다.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크게 확신을 갖고 있지는 않았고, 소위 말하는 “긴가민가”하던 상황이었다. 당시 경주에서 전개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는데도, 말이 근성으로 뛰어주는 모습을 보는데 그때부터는 정말 “믿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너무 열심히 달려주었고, 저 정도의 기량이라면 큰 물에서 놀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마주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름이 참 특이한데, 특히 경마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트리플나인’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는지?
생각보다 쉽게 지었다. 야구를 좋아하는데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너무 선전을 해주었지 않나. 등번호를 보니 99번이라, 나는 9를 하나 더 추가해 999로 마명을 지었다. 류현진 선수보다 더 잘 활약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런데 짓고 나니 사람들이 호평을 해주더라. 요즘은 경주마 작명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트리플나인’과의 처음은 어땠나?
김영관 조교사가 좋은 말이 있다고 추천을 해주었다. 원래 김영관 조교사의 안목을 믿고 있는데다, 당시 ‘트리플나인’을 갖고 있던 정영식 마주와도 원래부터 가까운 지인이었다. 내가 믿고 있는 두 사람과 인연이 있는 말이라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 나 또한 인연을 맺게 됐다.

-스스로에게 있어 ‘트리플나인’은 어떤 존재인가?
‘트리플나인’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마주 최병부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마주 데뷔 후 오랜 시간 너무나 힘들었다. 마주라는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보일지 몰라도 그것은 어느정도 성적이 나오는 마주들에게 한한 이야기이다. 나도 요즘은 좋은 기운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데뷔 후 몇 년 간은 1년에 2승하기도 빠듯했다. 1등급의 벽이 그렇게 높은 줄 몰랐다. 아침에 마방 관계자들에게 전화가 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보통 아침부터 걸려오는 전화는 좋은 경우가 잘 없지 않나. 혹시나 다쳤을까봐, 상태가 안 좋아서 내보내야 할까봐 걱정이 앞섰다. 사실 지금 모든 경마 관계자들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걱정을 안고 매일을 살고 있을 것이다. 나는 만약 그런 상황이 계속 됐으면 올해쯤 마주를 그만둘 생각이었다. 헌데 ‘트리플나인’을 만나며 변화의 기점을 맞이했던 것 같다.

-보유 중인 ‘셈퍼파이’도 큰 의미가 있는 말이라고 들었다.
‘트리플나인’이 내게 우승의 참맛을 알려준 말이었다면, ‘셈퍼파이’는 심적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말이다. 내가 인연을 맺은 것은 모마인 ‘트레스퍼서’다. 임신한 채로 한국에 들어온 것을 구매했고, 한 달 뒤 ‘셈퍼파이’가 태어났다. 그런데 ‘셈퍼파이’가 아직 젖도 떼지 못했는데 ‘트레스퍼서’가 별안간 산통에 걸렸다. 어떻게든 살리려고 수의사도 부르고 수술에 수술을 했는데 결국 죽어버리더라. 세상에 ‘셈퍼파이’ 혼자 덜렁 남겨진 것이다.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어미를 살려주지 못한 미안함에 신경을 정말 많이 썼다. ‘셈퍼파이’를 관리해주던 친구들이 젖병에 먹을 것을 담아 먹이고, 다른 말들에게 치일까봐 염소와 함께 다니게하고, 그렇게 키웠다. 중간에 부상을 당해 한 쪽 가슴이 없는데도, 매번 꾸준히 제 밥벌이를 하며 뛰어주고 있다. 나는 ‘셈퍼파이’가 또 다른 자식이라고 생각한다. ‘셈퍼파이’도 그걸 알고 저렇게 매번 최선을 다해준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참 소중한 말이다.

-김영관 조교사와도 ‘셈퍼파이’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됐다고?
그렇다. 맨 처음 마주가 됐을 때 김영관 조교사에게 말을 맡겨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인연이 닿지 못했다. 그런데 나중에 김영관 조교사가 이시돌목장에서 어떤 말을 보고는 꼭 맡아 훈련시켜보고 싶다며 연락을 주었는데, 그것이 ‘셈퍼파이’였다.

-원래부터 동물을 좋아한 모양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한데?
어릴 때부터 대형견을 많이 키워서 동물에 대한 거부감은 원래 없었다. 늘 같이 지내다보니. 그래서 말이 부상을 당해도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조교사들이 조금 난처할 수는 있겠지만, 나는 내가 노력해서 말이 다시 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을 놓치기 싫다.

-‘트리플나인’의 앞으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경마대회에 꾸준히 출전할 계획이다. 강자들이 워낙 많아서 매번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지만, 모두 한 번씩은 부딪혀야 할 상대라고 본다. 다치지 않고 마음껏 뛸 수있도록 그렇게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다.

-‘트리플나인’의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번에 ‘트리플나인’에게 표를 던져주신 많은 경마팬들에게 감사드린다. 그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을 보여드리겠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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