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세스스토리’와 ‘천구’가 두바이에서 선전하며 한국경마의 국제화에도 가속이 붙었다. 선진 국가의 재원들이 몰려오는가하면 전문가들을 초빙해 점검과 진단에 나선 분야도 속출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보다 한 발 앞서 국제화와 체제 정비를 위해 노력을 경주해온 곳이 있다.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이 바로 제도다. 제대로 서지 않은 제도 위에서는 선수도, 팬도 모두가 뒤엉켜버린다. 한국경마에서 이 제도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 바로 공정관리본부 심판처가 되겠다.

심판처는 2014년부터 3개년 계획인 를 진행해오고 있다. 경마공정성을 확보하고 세계 수준의 경마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자 시행된 이 프로젝트는 2015년 공정관리본부가 신설됨에 따라 심판, 공정, 사설단속 업무가 융합되며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들이 핵심모토로 내세운 부분은 경마팬을 중심으로 하는 가운데 경마의 존립기반인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확보해야한다는 것이다. 정형석 심판처장은 “돈을 지불해야하는 경마팬의 입장에서 제도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부분이 될 수 있다.”며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정한 제도의 확립과, 이를 팬들로 하여금 수용할 수 있도록 제대로 홍보하는 것까지 우리가 해야 할 임무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또, “여기에 우리 한국 경마의 국제화를 위해 제도적인 면에서의 선진화는 물론, 우리 심판위원 스스로의 역량 강화도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며 “이 목표를 시행하기 위해 를 계획하게 됐다.”고 시행 배경을 밝혔다.



1단계는 그동안의 시스템을 정비하고 체계를 잡아나가는 것에서 시작했다. 심판처는 경마 공정성 및 경주진행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시행과제 25개를 마련해 추진에 나섰다. 심판위원 리포트를 표준화하고 출발위원 리포트를 작성하여 내부의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기수를 대상으로 한 경주 리뷰를 진행하고 경주마 관계자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을 구축하는 데에 주력했다. 이는 경마관계자와의 소통은 물론 공정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사례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한편, 경마팬과 다가서기 위해 심판처는 파격적인 행보를 진행했는데, “심판위원 고객을 만나다”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가로막혀있던 장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신뢰의 기본은 소통에서 시작된다는 철칙 하에 심판처는 경마팬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문을 열고 나섰다. 나아가 경주마 복지규정을 마련하여 국제화의 기준에 발맞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느 정도 제도 안정화에 성공한 심판처는 좀더 그동안 진행해온 프로젝트에 살을 붙이는 과정에 돌입했다. 심판처에서 내세운 과제는 ▲심판 역량강화 및 프로세스 개선 ▲심판·공정 협업체계 업그레이드 ▲예방중심의 경주 공정성 강화 ▲경마고객·말관계자 소통·공감 제고▲ 부경경마 공정성 향상 추진 ▲제주경마 체질 계선을 위한 『Lets Change 2015』까지 총 여섯 개 부문이 그것이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기, “휘슬블로어” 시스템 운영
조직개편에 따라 공정관리본부가 자리를 잡으며 이들은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를 초기에 차단할 수 있는 휘슬 블로어 시스템을 운영하고 나섰다. 경마팬들 사이에서 유언비어처럼 떠도는 “간다, 안 간다”의 원천을 봉쇄하기 위해 상시 협의회를 개최해 정보를 교류하고 특정 루머에 휩싸인 관계자들에게 불공정 행위를 억제하게끔 유도하여 공정성 저해 요소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 도입으로 2014년 24건에 육박했던 공정성 저해 제재 수는 2015년에 들며 14건으로 크게 줄어드는데 성공했다. 더불어 마사지역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여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전산 관리나 공정 저해 요인을 조기에 제거하는 데에도 주력했다. 출발대 카메라 설치와 긴급상황 처리 매뉴얼 개선 역시 예방 차원의 강도를 높이는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활짝 열어젖힌 심판실의 문
2014년 시행된 “심판위원 고객을 만나다”는 2015년에 접어들며 더욱 행보를 본격화했다. 본지 말산업저널을 필두로 심의실을 언론에 공개함은 물론 1일 명예심판위원 제도를 업그레이드하여 심의 과정이 궁금한 이라면 누구든 전 과정을 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심판만 볼 수 있던 심의화면을 고객들에게 공개하여 팬들이 납득할 수 없었던 심의결과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 것 역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연중에는 경마 팟캐스트에 이영우 심판위원이 직접 출연하여 경마팬이 궁금했던 심의 사안이나 기타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대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목표했던 추진과제를 두고 심판처는 부단히 몸을 만들어왔다. 덕분에 상시심의제도가 확립되어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심의절차가 확립됨은 물론 다양한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정립이 이루어졌다. 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거리감을 한층 좁혔고, 국제화를 위한 제도 신설 및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하지만 아쉬움도 여전히 산재했다. 2015년 일명 ‘아르고위즈덤’ 사건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심판처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 여전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으며, 이를 타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게다가 여전히 심판 판정에 대한 민원은 지속되고 있었다.



몸은 만들어졌다. 이제는 발돋움을 하는 동시에 구석구석 미진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대비책이 마련돼야할 시기다. 최초로 국제경주가 유치되고 실황 수출이 활성화되며 준비해야할 것들도 더욱 많아졌다.

인력적인 부분은 매번 발목을 잡아온 부분이었다. 팬들에게 신뢰를 얻고 제도 정립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심판인력의 자질 향상 및 국제화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지금도 심판위원들은 주기적으로 해외 심판학교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을 취득하고 있지만 2016년부터는 좀더 공격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오는 4월부터는 홍콩 및 싱가폴에 심판위원 교환근무가 진행된다. 선진 경마국에서의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개인 역량 향상은 물론 한국 심판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심판위원보 양성프로그램(KEPS)을 운영하여 체계적인 교육 하에 심판 재원을 키워낼 예정이다.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바로 제재기준이 객관화된다는 것이다. 현재는 큰 틀에서의 항목에서 제재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이지만, 향후 제재 항목에 대해 세부적으로 정리된 리스트를 만들어 경마팬은 물론 모든 관계자들에게 공시한 후 경주가 끝나면 항목을 체크하여 제재처분이 가해질 예정이다. 미리 기준이 명시된다면 기수들이 경주운용을 할 때에도 어느 정도의 기준이 설 것이며, 심판위원에 대한 의심 역시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 제도에 걸고 있는 희망이다. 현재 기본 제도는 모두 정비가 된 상태이며 시뮬레이션 단계를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시행은 빠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국제적인 룰에 맞춰 순위 변경과 실격제도, 심의 프로세스 체계, 주행불량마 관리 시스템, 기수 약물검사 시행, 약물제도 개선 등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히 기존 심판위원 지정 경주로 진행된 심의경주는 추후 조교사나 기수 등 말 관계자의 요구에 의해서도 지정이 가능한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정형석 심판처장은 “모든 것을 국제적인 룰에 맞춘다는 것은 아니다.”며 “제도가 모두가 맞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분명 더 나은 부분도 있고, 정서상으로 상반되는 경우도 있으며, 아직 뒤처져 따라가야 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이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심판처는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이어갈 것이다”고 전했다.

국산마의 기록이 빨라지는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모두도 걸음을 재촉하며 달리고 있다. 소위 “잘 하면 그만, 못하면 욕먹는” 곳이지만 더 나은 곳을 목표로 달리기에 나선 이들의 도약을 응원해본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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