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토) 렛츠런파크 서울 시상대 및 주로에서 은퇴식 가져
은퇴 후 용도 두고 경마팬 항의 이어져
마사회 기증, 관상마 전환 예정

서울의 전설 ‘터프윈’이 떠났다.

2010 부산광역시장배(GⅢ) 우승, 2010 KRA 컵 Classic(GⅢ) 우승, 2011 그랑프리(GⅠ) 우승, 2013 부산광역시장배(GⅢ)우승 등 경마대회 다수 석권은 물론 통산 24승으로 서울 경주마 중 다승 1위를 당당하게 유지하고 있는 명마 ‘터프윈’. 서울의 자존심이자 자랑이었던 ‘터프윈’이 9세를 맞아 은퇴하게 됐다.

앞서 한국마사회는 ‘터프윈’의 공적에 걸맞게 용마급으로 은퇴식을 거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경마에서 용마급 은퇴식을 치르기 위해서는 GⅠ~Ⅲ 경주 1회 이상의 우승을 포함해 레이팅 오픈 경마대회에서 3회 이상 우승하여야 한다.

은퇴식은 18일(토) 서울 7경주가 종료되는 15시 30분, 렛츠런파크 서울 관람대 및 경주로에서 이뤄졌다. 은퇴식에는 마주 ㈜비엠씨를 비롯해 서울마주협회 부회장, 서울경마장 조교사협회장 등 많은 경마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관계자로는 현재 관리를 맡고 있는 안해양 조교사와 마지막 우승을 함께한 이상혁 기수가 나섰다. 최인용 서울지역본부장은 특별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행운의 열쇠를 관계자들에게 선물했다.

증정식이 종료된 후 ‘터프윈’과 이상혁 기수는 정들었던 과천벌 주로를 내달리며 고별 퍼레이드를 펼쳤다. 4코너 구간부터 거침없이 내딛는 ‘터프윈’의 뜀박질 뒤로 경마팬들의 박채갈수가 쏟아졌다. 2009년 이어진 세월을 함께 해온 팬들과 명마의 가슴 뭉클한 질주였다.

하지만 ‘터프윈’의 은퇴식이 내내 온화했던 것은 아니었다. 은퇴식이 진행되는 동안 시상대 주변에 모여든 경마팬들은 분노에 찬 원성을 쏟아내는 한편, 마주를 애타게 찾으며 울부짖기도 했다. ‘터프윈’을 응원하는 피켓을 든 경마팬들이 이토록 소리친 이유는 바로 명마의 향후 거취문제 때문이었다.

은퇴식을 앞두고 언론에는 ‘터프윈’의 은퇴를 알리는 보도자료가 쏟아졌다. 오랜 경마팬들, 심지어 최근 발길을 끊었던 팬들조차 언론을 통해 ‘터프윈’의 은퇴소식을 전해듣게 됐다고. 이들은 반가운 마음에 은퇴식과 관련된 자료를 살펴보다 은퇴 후 ‘터프윈’의 거취에 대해 알게되고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9세의 노장 ‘터프윈’의 은퇴 후 용도가 “승용마”로 되어있던 것. 곱게 관상마로 모셔져도 모자랄 판국에 또다시 노동의 의무를 지우는 잔인한 현실에 팬들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이는 ‘터프윈’의 소유 변동 과정에서 벌어진 참극이었다. ‘터프윈’이 한창 전성기였던 시절 함께했던 마주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차례의 소유 변동 끝에 지금의 (주)비엠씨 법인마주로 확정되게 됐다. 문제는 2013년부터 마주활동을 시작한 신규 마주 (주)비엠씨 측은 ‘터프윈’에 대해 완벽히 숙지하지 못했고, 향후 용도에 대한 문제에 대해 어떠한 조언을 듣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큰 뜻 없이 해왔던 대로 지인에게 승용마로 보내기로 한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경마팬들은 마사회에 항의전화를 하고 블로그 및 SNS를 통해 일종의 ‘터프윈’ 구하기 운동(?)을 펼쳐나갔다. 하지만 마사회 측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듣지 못한 경마팬들은 은퇴식 당일 현 소유 마주가 시상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렛츠런파크 서울을 찾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시상대 바로 앞에서 ‘터프윈’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마주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주가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터프윈’을 승용마로 보내지 말라.”, “명마의 노후를 보장해달라”며 울부짖었다. 이를 들은 마주는 사태를 확인하고는 당장 에 ‘터프윈’을 마사회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주)비엠씨 마주 측은 뒤늦게라도 이러한 사실을 알게돼 기증하게 된 것이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팬들의 사랑에 감동하였다는 후문이다. 결국 ‘터프윈’을 향한 팬들의 사랑이 그의 운명을 바꿔놓은 셈이다.

마사회는 터프윈을 장수목장으로 이송하여 관상마로 남은 생을 보내게끔 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마팬들은 당연히 마사회에서 주체적으로 나섰어야 했을 일이었음에도 너무 늦은 처신이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터프윈’의 사건이 이와 같이 해결되며 앞으로 나타날 제2, 제3의 ‘터프윈’이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선례가 생긴 것 같아 고무적이라는 입장이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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