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기자 수첩]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이용준
    이용준 webmaster@horsebiz.co.kr
  • 승인 2017.10.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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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산업 종사자는 말(馬) 때문에 죽어야 하는가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산업화 시대 중심에서 우리는 또 다시 비극과 마주할 수 없다(사진= Tretyakov Gallery 중 ‘머리를 돌리고 눈을 떠 시몬의 얼굴을 보다’ 갈무리).
C. S. 루이스, 도스토옙스키, 장 폴 사르트르, 찰스 부코스키, 다자이 오사무 그리고 레오 톨스토이. 기자가 유별나게 ‘애정’하는 작가 또는 철학자이지만 이들을 아우르는 공통점은 특별히 없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현대인들은 각기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누군가든 돈, 누군가는 명예, 누군가는 자식 또 다른 누군가는 말(馬)일 수도 있다.

톨스토이는 같은 제목의 1885년 저술에서 신의 벌을 받아 인간계로 내려온 대천사 미카엘의 입을 빌어 세 개의 질문과 답을 선사한다. 특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사랑으로 산다”고 했다. 거칠게 대입하자면 신의 사랑이 마음속에 있어도, 육신의 안위를 위해 할 일을 알아도 사랑이 없으면 살 이유가 없다는 뜻일 게다.

사람은 떡으로만 살지 못하기에 다른 가치가 있다는 건 자명하다. 인간 소외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죽음을 선택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외로움이다. 철학 학부 시절 첫 논문으로 자살에 대한 개인·사회적 원인을 고찰한 적 있다. 자살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사회적 타살의 영향 아래 있기도 하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은 집합의식이 낮은 사회, 비합리적 강제가 높은 사회에서 자살률이 높다고 했다.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집합의식은 낮아지며, 성과 창출 등 경제적 압박은 높아지기에 자살률도 높아지기 마련. 이에 대해 뒤르켐은 믿고 신뢰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자살로 이어질 확률은 낮아진다고도 했다.

올해 우리는 벌써 다섯 차례 죽음과 직면했다. 각기 다른 사연들이었지만, 책임감도 강했고 일도 열심히 했고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결국 속한 조직에서 혼자가 됐다는 그 말할 수 없는 자괴감, 믿었던 선배와 스승, 지인들을 향한 서러움과 배신감에 슬픈 선택을 했을 것이다.

대중이 보기에는 말(馬) 때문에, 혹은 돈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니, 결국은 사람 때문이다. 뒤르켐의 유형 중 아노미가 아닌 이타적 자살이다. 사람이 만든 조직, 남들은 복지니 뭐니 하지만 뒤늦은 산업화로 경쟁과 이기에 몰린 사람들 사이에서 꼬리가 잘리고 왕따를 당하는 등 내몰린 ‘우리’는 아직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선택했다. 대학 입학을 눈앞에 둔 딸, 끼니 때면 직원들 밥까지 챙겨준 어머니, 동고동락을 함께했던 선후배를 두고 말이다.

매일 그 장례식장을 찾는다. 고인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자리를 지키는 한 사람을 매일 만난다. 고인에게 그는 믿을만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형제처럼 ‘필리아’했던 사이였을 것이다. 침통한 표정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으로 함께 울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우는 그들과도 함께 울 수밖에 없었다.

민망한 외침이지만, 나부터 옆 사람을 신뢰하고 사랑하자. ‘웬수’ 같은 상사, 제멋대로인 후배, 상관없는 타 부서 직원들부터. 할 수 없을 때 하자. 사랑은, 믿음은 받기보다 줄 때 가치 있기 때문이다. 정 할 수 없으면 돈 버리고 떠나면 된다. 우리 삶은 산업화에 꺾일 수도 없고, 돈 따위와 감히 비교할 수 없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산업화 시대 중심에서 말산업에 종사하는 우리, 또 다시 비극과 마주할 수 없다(사진= Tretyakov Gallery 중 ‘머리를 돌리고 눈을 떠 시몬의 얼굴을 보다’ 갈무리).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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