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죽음 그리고 플라스틱 컵
컵라면, 죽음 그리고 플라스틱 컵
  • 최형미 전문기자
    최형미 전문기자 choihyungmee@hanmail.net
  • 승인 2019.05.2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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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역에서 숨진 김군 3주기를 기억하며
숨진 아들들 가방속에서 공통으로 발견된것, 컵라면
전쟁비용을 모으기 위해 발명된 경제개념 GDP
밥먹는 시간까지 아끼라고 협박하고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기업의' 이명박 정부, 1회용 컵규제 폐지
환경재난은 빈민들의 숨통을 조여오는데
국회는 서민 핑계대지 말고 깊고 넓은 통찰을 가져라.
"구이역 김군과 태안화력 발전소의 김용균씨 가방에서 공통으로 발견된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라고 묻는 고금숙 활동가 @최형미
"구이역 김군과 태안화력 발전소의 김용균씨 가방에서 공통으로 발견된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라고 묻는 고금숙 활동가 ⓒ최형미

 

지난주 주말 스페이스M에서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이 열렸다. 이날은 구이역 스크린 도어사고로 사망한 열아홉 김모군의 3주기 날이었다. 활동가 고금숙(쓰레기 덕질)은 사람들에게 질문했다. “여러분 구이역 김군과 태안화력 발전소의 김용균씨 가방에서 공통으로 발견된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웅성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컵라면이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맞아요. 그들은 밥 먹을 시간도 없었어요.”

 

경제라는 단어는 살림하다라는 의미의 희랍어오이코스 (oikos)'에서 유래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입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개념은 근대와 전쟁을 지나오며 뜻이 바뀌었다. 2차 세계 대전 때 GDP는 전쟁비용을 모으기 위해 발명된 개념이다. 사람들이 돈과 상관없이 서로 돕고, 텃밭에 채소를 길러 나눠주는 것은 GDP에 속하지 않는다. 건강하고 따뜻한 밥을 차리는 어머니의 노고는 경제의 개념이 아니었다. 누가 얼마나 거래를 통해 돈을 버는가를 파악해서 세금을 매겨 전쟁비용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플라스틱 어택에 참가하고 매장앞에 놓였던 플라스틱 컵을 다시 치우는 시민들 @ 최형미
플라스틱 어택에 참가하고 매장앞에 놓였던 플라스틱 컵을 다시 치우는 시민들 ⓒ최형미

 

그 이후 경제는 돈을 쓰고 버는 거래가 되어버렸다. 그런 세상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선포한다. ‘먹는 시간을 아끼고, 사람들과 노닥대지 말고, 쉬지도 말고, 일을 해서 돈을 벌어라. 그런 인간이 성공한다.’ 그런 경제 개념에 젖어있는 사람들은 집안 살림을 하고 아이를 기르는 여자들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며 무시한다. 점심밥을 여유 있게 누리면 루저가 될 거라고 협박한다. 사람들은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며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는 것을 믿지 않아도 거기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 사회구조란 그런 것이다.

 

이런 사회구조가 플라스틱 컵을 확산시킨다. 그것은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기제이고 상징이다. 1회용 컵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2002년 리오 환경회의에서 제기되었다. 우리나라도 2003년부터 1회용 컵 규제를 시행했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아래서 이법은 폐지되었다.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기업의정치를 구가했던 정부다운 일이다. 그들은 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한 조치라고 변명했지만 환경재앙은 오롯이 빈곤한 사람들의 거주지로 흘러내려가 버렸다.

 

영화 검사외전에서 강동원이 자신을 환경운동가라고 하자 조사관이 소리친다. “XX, 중학교만 나온 환경운동가가 어디 있어?” 사람들은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은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라고 믿고 있다. 중산층들은 기후변화가 일어나자 에어컨을 사고, 공기청정기를 사고 심지어 청정한 지역으로 이사해 버린다. 빈민들은 환경의 재난을 피할 길이 없다.

 

캠페인의 드레스코드인 올블랙으로 멋지게 차려입고 캠페인에 나갔다. 이런 근사한 일을 하는데 멋 좀 부려야 하지 않나? 취재를 하러 온 방속국 카메라가 내게 다가왔다. ‘나이가 있으신데 무슨 일을 하세요? 왜 이 캠페인에 참여했나요?’ ‘저는 여성운동가예요. 여성들이 환경운동에 더 많이 관심하지요.“ 카메라 피디는 그런 거 말고요라고 말한다. 여성주의는 내게 사회적 약자, 피해자, 빈곤층, 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들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바쁜 캠페인 속에서 그런 말을 전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 어떤가. 플라스틱의 문제는 지속가능한 미래 세대를 고민하고, 이 시대의 평등을 소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 참여해야 하는 운동인 것을.

 

거리에서 주은 플라스틱을 특정 프렌차이저 커피 매장앞에 흩어놓았다. 캠페인에 참여했던 60여명은 “1회용컵 보증금제도 부활하라라고 외쳤다. 매장에서 알바노동자가 당황해서 밖으로 나왔다. “참가자 여러분, 알바노동자들 힘들지 않게 깨끗하게 치워주세요.”  캠페인을 주도했던 고금숙 활동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선하고 바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국회까지 전달되기를 바란다. 기업이 아니라,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가 이 소리를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서민경제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라. 서민들의 건강하게 살 권리를 고민한다면 1회용컵 컵 보증제 부활을 외면하지 마라.

플라스틱컵 어택에 참가한 이하나(플라스틱 어텍 크루), 신찬호(용강중 2학년), 안지용(용강중 2학년)
플라스틱컵 어택에 참가한 이하나(플라스틱 어텍 크루), 신찬호(용강중 2학년), 안지용(용강중 2학년) ⓒ최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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