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집 이층은 숙소였다. 집 뒤로 돌아가면 뒷간도 있었다. 집 주변에는 금잔화를 삥 둘러 심었는데, 주막집 수캐의 목에도 금잔화 목걸이가 둘러져 있었다. 티하르 명절 중에는 사람 뿐 아니라 개나 소에게도 감사하고 복을 빌어 주는 풍습이 있는데 이 날이 개를 위한 날이고 다음 날은 소를 위한 날이었다.

 

며칠 전 우리가 로딩에서 준베시로 이동할 때 걸었던 길과 들러서 차를 마신 집이 저 산비탈에 있다. ⓒ김홍성   

 

나징 마을 삼거리의 주막집. 구름 밑에 보이는 세 능선이 겹치는 곳 오른쪽 안에 준베시 마을이 있고, 우리는 거기서부터 걸어와 이 주막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김홍성   

 

나징 마을 삼거리 주막집 수캐의 목에 금잔화 목걸이가 둘러져 있다. 

 

나징 삼거리 주막집의 부엌. 셰르파 부인이 아찰을 만들어 그릇에 담는다. ⓒ김홍성 

 

주방용구와 식기들이 잘 정돈된 부엌의 찬장. ⓒ김홍성  

 

준베시를 떠나는 날 아침에야 해가 나왔다. 맑은 겨울 아침 같은 햇살 속에 나오니 몸도 가벼워진 듯 했다. 여러 날 쉬고나서, 아직도 약에 취해 있는 몽롱한 상태에서 길을 걷는 일은 오히려 즐거웠다.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에 걸쳐 산책 같은 걸음으로 나징 마을 삼거리 주막집에 도착했다.

차를 마시며 들여다보니 부엌이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 음식에 관한 사우니(주부의 높임말)의 자부심을 보는 듯했다. 이 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으리라 작정하고서 달밧떨커리를 주문하였다.

사우니는 쌀을 씻고, 사우니의 초리()는 반찬거리를 다듬고, 초라(아들)는 장작 몇 개비를 안아 왔다. 주인집 식구들이 밥을 짓는 동안 김 선생은 집 앞 수돗가에서 머리를 감았다. 김 선생은 물이 차서 비누가 안 풀리지만 기분은 상쾌하다면서 말했다.

- 준베시의 '부자' 롯지에는 이런 멋이 없어요. 음식은 깔끔하지만 양도 너무 적고 ,어째 정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 어제 탁톡 주막집에서 푸짐한 달밧떨커리를 잡쉈다더니 느낀 바가 많았군요.

- 화덕에서 나는 매운 연기와 무는 벌레만 없으면 주막집이 훨씬 낫겠어요.

- 동감입니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벌써 이런 집을 찾아 내려왔겠지요.

주막집 이층은 숙소였다. 집 뒤로 돌아가면 뒷간도 있었다. 집 주변에는 금잔화를 삥 둘러 심었는데, 주막집 수캐의 목에도 금잔화 목걸이가 둘러져 있었다. 티하르 명절 중에는 사람 뿐 아니라 개나 소에게도 감사하고 복을 빌어 주는 풍습이 있는데 이 날이 개를 위한 날이고 다음 날은 소를 위한 날이었다.

푸짐한 밥을 든든하게 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길은 주막집 앞에서 세 방향으로 갈라진다.

1. 우리가 준베시에서 내려온 길.

2. 지리로 가는 지름길. (살베시, 둠북, 탁톡을 거쳐 남주라라를 넘는 길)

3. 베니가트를 거쳐 파부루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

 

베니가트를 거쳐 파부루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이 물길을 따라간다. ⓒ김홍성 

 

베니 가트 가는 길은 물소리 낭랑한 시냇물을 따라 이어진다. 몬순 때는 물이 범람해서 길이 잠기기도 한다. ⓒ김홍성  

 

베니 가트에서 체왕 곰파로 가는 길목의 주막집.ⓒ김홍성  

 

베니 가트의 주막집 마당에서 마을 소년들이 놀고 있다. ⓒ김홍성 

 

체왕 곰파 입구. ⓒ김홍성 

 

체왕 곰파 경내의 한 건축물 앞에 우리 일행 셋의 배낭들을 벗어 놓고 좀 쉬었다. ⓒ김홍성  

 

체왕 곰파의 승려 처소. ⓒ김홍성  

 

2 번의 둠북은 며칠 전 우리가 로딩에서 준베시로 갈 때 통과한 마을이다. 3 번 길은 물소리 낭랑한 시냇물을 끼고 베니가트로 이어졌다.

12시 쯤 베니가트에 도착하여 지나가는 스님에게 체왕 곰파 가는 길을 물었다. 그 스님은 마침 체왕 곰파에 사는 스님이었다. 곰파에서 하룻밤 유숙할 수 있냐고 물으니 된다면서 산비탈로 오르는 길을 가리켰다.

1230분에 파부루 공항 활주로가 보이는 언덕에 이르렀다. 앞산 비탈의 농가에서 타작하는 소리가 단조롭게 들리더니 비행기의 굉음이 크게 다가왔다. 파부루의 활주로에 내리는 비행기였다.

1시 넘어서 체왕 곰파에 도착했다. 가파른 비탈에 널찍한 계단을 내어 걷기는 좋았으나 고도가 높아 숨이 찼다. 일주문을 들어서서 왼쪽 산 밑에 위치한 작은 곰파에는 여자들과 개만 있었고, 더 위에 있는 체왕 곰파의 대웅전 문 앞에는 사나워 보이는 개가 드러누워 있었다.

혼자 조용히 수양하러 와 있기는 좋은 곰파일지 몰라도 객질 하러 다니는 나그네 셋이 대낮부터 여장을 풀기는 적당치 않았다. 벼랑 밑에 빤히 내려다보이는 파부루 혹은 살레리까지 가기로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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