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 조교사의 마방산책] 잠자리가 편안하고 안락해야 말의 컨디션도 좋다
[권승주 조교사의 마방산책] 잠자리가 편안하고 안락해야 말의 컨디션도 좋다
  • 권승주 전문기자
    권승주 전문기자 ksj122@sorabol.ac.kr
  • 승인 2020.07.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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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나 말이나 잠자리가 편안하고 안락해야 다음날 컨디션이 좋다는 건 지극히 같은 이치다. 말들이 잠자리에 드는 마방의 깔짚은 그만큼 중요하다. 이번에는 깔짚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한다.

내가 뚝섬경마장에서 기수생활을 할 때와 서울경마공원에서 조교사를 하는 동안에는 깔짚을 주로 볏짚을 사용했다. 이후 톱밥과 대팻밥으로 교체됐는데 볏짚 수급이 어렵고 사용 후 처리가 용이하지 못한 이유 때문이다.

서울경마공원에 공급되는 볏짚은 전라도 지역에서 가져왔다. 벼농사가 기계화되기 전에는 볏짚을 원형그대로 잘라서 사용했기 때문에 마방에서 사용하기가 편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볏짚을 수거해야 할 인부들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인건비는 상승하다 보니 수급이 점점 어려워졌다.

기계 작업으로 만들어진 볏짚은 사각이나 원형 형태였다. 서울경마공원에는 사각 형태로 만든 볏짚이 공급되었는데 장소에 따라 균일한 품질이 납품되기가 어려웠다. 볏짚이 깔짚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적정량의 수분이 함유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볏짚 수거 당시 비가 오게 되면 말장 도루묵이었다. 그리고 기계로 작업을 하다 보니 논에 있는 흙이 볏짚에 섞여서 마방에서 사용하게 되면 먼지가 발생하여 말의 호흡기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문제였다.

또한, 마방에서 깔짚을 수거할 때 말 관리사들이 호크를 이용해 수거해야 되는데 볏짚이 오물과 함께 뭉쳐져 있어 리어카에 싣는 것도 힘들었다. 사용한 볏짚은 한국마사회에서 업자들과 계약을 맺어 처리했는데 처음에는 인기가 좋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처리가 어려워졌다. 수거된 볏짚은 버섯을 재배하는 곳이나 화훼농가에 공급되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문제들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민원이 발생하였다. 버섯과 화훼농가 주위에 쌓아 둔 볏짚 퇴비에 대한 냄새가 문제였다. 볏짚 퇴비를 유기질 비료로 만들어 공급해 보려고 했으나 용이하지 않았다. 유기질 비료로 만들려면 볏짚을 잘게 썰어야 하는데 말똥과 오줌으로 범벅이 된 볏짚을 잘게 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서울경마공원은 2010년부터 톱밥과 대팻밥으로 교체되었다.

부산경남 경마공원은 개장 때부터 톱밥과 대팻밥을 사용했다.

톱밥이나 대팻밥도 일정한 수분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수분이 적을 경우는 먼지가 많이 발생하고 수분이 너무 많으면 깔짚이 빨리 젖게 된다. 현재도 수거된 톱밥과 대팻밥에 대한 처리는 한국마사회가 맡고 있다. 수거된 톱밥과 대팻밥은 유기질비료를 만드는 공장에 공급된다. 여기서 만들어진 유기질비료는 필요한 농가에 저가로 공급되고 있다. 말의 퇴비는 뿌리 작물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깔짚의 종류에 따른 말의 행동습성에 대하여 한국마사회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이 연구 한 적이 있다. 마방에 비디오를 설치하여 말이 마방에 누워있는 시간과 움직이는 시간과 동선 등에 대하여 살펴보았는데 볏짚이 가장 좋은 깔짚으로 결론을 내렸다.

깔짚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흡수성이 있는 깔짚과 배수성이 있는 깔짚이 있다. 흡수성이 있는 깔짚에는 톱밥, 대팻밥, 종이, 토탄 등이 있다. 배수성이 있는 깔짚은 볏짚, 밀짚, 귀리짚, 보리짚 등이 있다. 흡수성이 있는 깔짚은 말의 배설물과 섞이면 열과 암모니아 가스가 발생하고 수분이 많으면 축축해져 말의 발굽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되므로 깔짚을 자주 갈아주어야 한다. 또한 말이 섭취 시 소화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배수성이 있는 깔짚은 기생충의 알, 먼지 등이 많이 붙어 있기 때문에 말이 먹으면 기생충에 감염되거나 코로 흡입하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외에 종이(신문지) 깔짚이 있는데 구입비가 저렴하지만 처분이 어렵고 쉽게 뭉개지며 곰팡이가 빠르게 번식한다.

깔짚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보온성과 안락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구입이 용이하고 비용이 저렴해야 하며 사용 후 처분이 용이해야 한다.

경주마들도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편안하고 안락한 잠자리가 되어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말들은 대다수 마방에서 서 있는 시간이 많지만 누워 있는 시간이 하루 2~5시간 정도 된다. 숙면을 취하는 시간은 말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조교사들은 말에게 편안하고 안락한 깔짚을 깔아주고자 노력한다.

서울경마공원에서는 조교사가 자유롭게 여러 업자들과 계약하여 사용할 수 있고 부산경남 경마공원은 조교사협회에서 3~4개 업체를 선별한 후 각 조교사가 선택하여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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