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 7승에 빛나는 갈로팽 데 샴, 착실하게 다음 레이스를 준비 중

영국과 아일랜드 경마는 춘추제 시즌과 추춘제 시즌으로 나뉜다. 봄에서 가을까지는 평지 경주가 열리며, 가을에서 이듬해 봄까지는 내셔널 헌트(National Hunt)라 불리는 장애물 경주가 열린다. 여기서 장애물 경주는 다시 스티플체이스(Steeplechase) 혹은 펜스 경주와 허들(Hurdle) 경주로 구분된다. 펜스 경주는 최소 4.5피트(1.4미터) 높이의 장애물을 넘는 경주고, 허들 경주는 최소 3.5피트(1.1미터) 높이의 장애물을 넘는 경주다. 내셔널 헌트에는 장애물 경주에 입문하는 말을 위한 평지 경주도 있는데, 이를 범퍼(Bumper) 경주라 부른다. 장애물 경주에 나서는 말은 내셔널 헌트 규칙에 따라 열리는 공식 경주에 나서기 전 포인트-투-포인트(Point-to-Point)라는 비공식 경주를 치르기도 하는데, 이는 정식 경마장보다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길에서 달리는 경주이다.

내셔널 헌트 경주의 특징 중 하나는 스타팅 게이트가 없다는 것이다. 경주 거리가 일반적으로 2마일을 넘고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만큼, 발주칸에 따른 유불리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또한 경주마가 장애물을 안전하게 넘을 수 있도록, 경주 전 최대한 경주마에게 시야를 제공하고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이유도 있다.  

(주: 영국과 아일랜드 경마에서 평지 경주와 내셔널 헌트의 대상경주 명칭이 다르다. 평지 경주는 Group 1/2/3으로 부르고, 내셔널 헌트에서는 Grade 1/2/3으로 부른다.)

(출처: Skysports)
(출처: Skysports)

오늘 소개할 경주마는 2023-24 영국/아일랜드 장거리 장애물 경주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받는 말이다. 올해 8세로 장애물 경주에서 전성기 나이를 맞이했는데 이미 G1 7승을 기록한 프랑스 출신의 말, 갈로팽 데 샴(Galopin Des Champs)이다. 

 

데뷔전을 치르기 전에 중성화 수술을 받은 갈로팽 데 샴은 2020년 5월 17일 프랑스 오뙤이(Auteuil) 경마장에서 열린 2마일 2펄롱 허들 경주로 공식 경주에 데뷔했다. 혈통이 그리 뛰어난 말이 아니기에 배당률은 172/10로 높았지만, 뛰어난 뒷심을 발휘하면서 데뷔전을 2.5마신차로 이겼다. 이 경주 이후 아일랜드의 털리 부부가 갈로팽 데 샴을 구매하면서, 갈로팽 데 샴은 본적을 아일랜드로 옮기게 된다. 

 

2020-21년 시즌 갈로팽 데 샴은 허들 경주에 나섰다. 이적 후 첫 승은 2021년 첼트넘 페스티벌에서 기록했는데, 22두가 출주한 2마일 4 1/2펄롱 핸디캡 허들 경주에서 2 1/4마신차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한 달 후 펀치스타운(Punchestown)에서 열린 2021 아이리시 미러 노비스 허들(Irish Mirror Novice Hurdle)에서 통산 첫 G1 우승을 따낸다. 처음으로 나선 3마일 경주였지만, 탄탄한 지구력을 자랑하면서 12마신차 낙승을 기록했다. 

2021 Irish Mirror Novice Hurdle(G1), Punchestown, 3m, Yielding, 13 hurdles

 

 

갈로팽 데 샴은 2021-22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펜스 경주에 나섰다. 펜스 경주 데뷔전에서 22마신차 승리를 거뒀으며, 이어 나선 2022 닥터 PJ 모리아티 노비스 체이스(Dr. P. J. Moriarty Novice Chase)에서 후위와 9마신 이상 벌리면서 첫 펜스 경주 G1 트로피를 차지했다. 2022년 첼트넘 페스티벌에서는 골든 밀러 노비시스 체이스(Golden Miller Novices' Chase)에 나섰는데, 12마신차 선두를 달리고 있다가 마지막 장애물에서 넘어지면서 우승을 놓쳤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2022년 4월 17일, 아이리시 그랜드 내셔널(Irish Grand National)이 열리는 페어리하우스 이스터 페스티벌(Fairyhouse Easter Festival) 주간에 2022 골드 컵 노비스 체이스(Gold Cup Novice Chase)에 출주해 다시 G1 트로피를 따냈다. 한 번도 다른 말에게 선두를 내주지 않은 상태에서 마지막 두 번째 장애물을 넘은 후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면서 18마신차 압승을 거뒀다. 

2022 Gold Cup Novice Chase(G1), Fairyhouse, 2m 4f, Yielding, 16 fences

2022-23시즌 갈로팽 데 샴은 네 번 출주해 G1 3승과 G1 2착이라는 쾌거를 기록한다. 시즌 첫 번째 경주인 2022 존 더칸 메모리얼 펀치스타운 체이스(John Durkan Memorial Punchestown Chase)에서는 13마신차, 두 번째 경주인 2023 아이리시 골드 컵(Irish Gold Cup)에서는 8마신차 낙승을 기록했다. 세 번째 경주이자 상당한 상금이 걸린 2023 첼트넘 골드 컵(Cheltenham Gold Cup)에서는 배당률 7/5라는 막대한 기대에 부응하면서 7마신차 승리를 기록했다. 점프에서 다소 실수가 있었지만, 마지막 펜스를 안전하게 넘은 후 질주하면서 그때까지 선두였던 브레이브맨스게임(Bravemansgame)을 가볍게 제쳐냈다.  

2023 Cheltenham Gold Cup(G1), Cheltenham New, 3m 2 1/2f, Soft, 22 fences

갈로팽 데 샴은 2022-23년 시즌 마지막 경주에서도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지만, 2023년 4월 펀치스타운 골드 컵(Punchestown Gold Cup)에서 동갑내기 경주마 패스터슬로우(Fasterslow)에게 2 1/4마신차 일격을 당한다. 이어 2023-24년 시즌 첫 번째 경주로 선택한 2023 존 더칸 메모리얼 펀치스타운 체이스에서도 패스터슬로우에게 1 3/4마신차로 패배하면서 경주 2연패의 꿈을 접고 말았다. 반대로 패스터슬로우는 2022 존 더칸 메모리얼 펀치스타운 체이스에서 갈로팽 데 샴 상대로 기록한 21마신차 패배를 두 번의 G1 승리로 되갚았다. 세 차례 맞붙은 두 경주마의 상대 성적은 2승 1패로 패스터슬로우의 우위. 

 

갈로팽 데 샴은 이대로 기세가 무너지나 싶었지만, 2023년 12월 28일 레퍼즈타운(Leopardstown)에서 열린 2023 사빌스 체이스(Savills Chase)를 23마신차로 우승하면서 일곱 번째 G1 트로피를 따냈다. 최근 몇 경주에서 불안한 점프를 보여줬지만 이번 경주에서는 깔끔하게 장애물을 넘었으며, 최종 직선을 무지막지한 속도로 뚫어내면서 아직 주력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2023 Savills Chase(G1), Leopardstown, 3m 1/2f, Soft, 17 fences

갈로팽 데 샴의 진영은 다음 경주로 2024 아이리시 골드 컵과 2024 첼트넘 골드 컵으로 예고했다. 아이리시 골드 컵은 2연패를 노리며, 첼트넘 골드 컵은 작년의 석패를 설욕할지가 관건이다. 한편 패스터슬로우의 진영은 아직 어떤 경주에 나설지 확정 짓지 않았다. 만약 패스터슬로우도 영국과 아일랜드의 골드 컵에 출주한다면, 절정의 주력을 자랑하는 두 말의 맞대결이 흥미진진할 것이다. 

 

갈로팽 데 샴은 앞으로 몇 개의 G1 트로피를 더 차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 말을 상대로 상대 전적이 우위에 있는 패스터슬로우가 패권을 확보할 수 있을까? 2023-24 영국과 아일랜드 장애물 경주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다음 주목할 일정은 2월 3일과 4일, G1 8개와 G2 2개가 몰려있는 레퍼즈타운 경마장의 더블린 레이싱 페스티벌(Dublin Racing Festiva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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