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박영희가 독일에 온 지 24년 후인 53세 때 쓴 은 문병란 시인의 '땅의 연기',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에 바탕을 두고 있는 사랑과 그리움의 대상인 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전북 지방의 방언으로 어떤 대상을 그리워하거나 아쉬워한다는 뜻의 "기룬" 님을 찾아가는 길은 해탈일까? 님의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아귀다툼하는 속세를 추월하여 구세주를 만나려는 염원이 담겨 있다. 곱든, 기루었든 제목은 순우리말로 참으로 곱고 아름다운 어감이지만 음악은 그러지 않다. 박영희나 한용운이나 전북 출신도 아닌데 생소한 단
6년 주기로 음악 부분에 수여되는 독일 예술원(Akademie der Künste)이 시상하는 2020 베를린 예술대상(Großer Kunstpreis Berlin) 수상자 박영희 작품이 서울시향에 의해 연주된다. 이제 국내 음악 애호가들도 그녀가 어떤 작곡가인지 실연으로 들어볼 수 있다. 영화 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분의 오스카상을 휩쓸어 지금 국내에서도 봉준호, 기생충 다시 보기 열풍이 분 것처럼 이번 서울시향의 박영희 작품 을 듣고 음악적 취향 여부를 차치하고 활발한 담론과 관심이 증폭되는 계기가 마
한 달 동안에 수도권 도시의 오케스트라가 두 번이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콘서트를 같은 장소에서 개최하는 건 지극히 이례적이다. 같은 곡으로 횟수와 시기를 달리할 수 있지만 정규 스케줄에 작품도 그 단체가 이전에 자주 연주했던 레퍼토리도 아니요 한국에서 익숙한 베토벤,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도 아닌 대곡을 한 달, 정확히 말하면 3주 만에 무대에 올렸다. 10월 5일엔 레스피기의 와 를 이번 26일엔 라벨의 과 그리고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이 고양시 교향악단에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에 관한 여러 의혹 중 가장 뜨거운 요소는 딸 입시 특혜다. 불의는 못 본체하고 견뎌내도 절대로 가만히 있지 못하는 불이익과 차별에 대한 민감한 국민성과 그에 상응해 건드리면 절대 안 되는 역린인 교육과 병역이 걸린 문제다. 대한민국에서의 교육은 더불어 잘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닌 ‘내 자식만 특수하고 잘 돼야 된다’는 이기심의 발로니 어느 누구 앞에도 교육에 대해 어떤 이성적인 논리를 들이대도 설득과 이해가 안 되고 막무가내다. 교육은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열쇠이기 때
의과대학을 졸업한 현직 의과대학교수인 작곡가 국현은 2005년 작곡을 시작하여 2018년까지 260곡이 넘는 곡을 쓴 인성음악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곡가이다. 매년 발매되는 작곡가 국현의 음원들 중에서도 2018년에 출시된 바리톤 공병우의 노래와 피아니스트 배은아의 반주로 녹음된 은 그의 가곡예술세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다. 작곡가 국현은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동 대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인 음악전문교육이나 훈련이 받은 적이 없는 독학자이다. 오히려 그런 작곡가로선 이색적인
한국에서 클래식 공연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제대로 체험하고 싶다면 어디로 가면 될까? 누구에게나 어떤 경우가 되었든 첫 경험은 잊을 수 없다. 더더군다나 음악은 제일 처음에 듣고 본 공연이나 연주가 깊이 각인되어 평생을 가고 또 그때 받은 감동을 계기로 음악 애호가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흔하다. 가치판단의 기준이 여럿이고 미적, 예술적 감지는 어렵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검증이 되고 명성이 자자한 조성진의 쇼팽 연주가 무명의 한국 피아니스트에 비해 훌륭할 것이라고 인지하게 된다. 또 사실 클래식 음악 자체가 명품이니 거기에 상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