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이다. 감자를 삶고, 식히고, 감자가 식는 동안 국물을 만들고, 감자 껍질을 벗기고, 절구질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근 두 시간이다. 화덕의 불을 쬐면서, 음식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맛을 상상하면서 지나가는 두 시간은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12시가 지나자 구름이 서서히 몰려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꽃송이 같은 구름이 설산 쪽으로 하나 둘 모여들더니 나중에는 해일 같은 구름이 빠르게 닥아 왔다
또한 피케를 향해 치달리는 능선과 능선 사이의 골짜기마다 솜틀에서 삐져나오는 솜 같은 구름이 올라왔다.

 

어젯밤, 재봉틀 빈대에게 시달리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 김 선생은 집 뒤에 텐트를 쳤다. 카트만두에서 구입한 이래 여태 배낭에 달고만 다니다가 이 날 처음 펼친 것이었다. 고산병 예방약을 먹은 김 선생은 낮잠 한 숨 잘 잤다는데, 안 먹은 나는 호흡이 편치 않아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이 들락말락 할 때마다 호흡이 딱 멈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고소에서 오는 아주 가벼운 고산병 증세 중의 하나였다. 따굴릉에서 곧장 피케 베이스캠프로 갔다면 틀림없이 고산병으로 고생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불부레에서 종일 빈둥대며 고소 적응을 하기로 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

12시가 지나자 구름이 서서히 몰려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꽃송이 같은 구름이 설산 쪽으로 하나 둘 모여들더니 나중에는 해일 같은 구름이 빠르게 닥아 왔다. 또한 피케를 향해 치달리는 능선과 능선 사이의 골짜기마다 솜틀에서 삐져나오는 솜 같은 구름이 올라왔다.

그 구름들은 먼저 설산을 가리고 나중에는 피케 봉우리와 능선마저 가려 버렸다. 그리고는 우리 앞길이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꼈다. 그것은 안개가 아니라 구름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구름 속을 걸어서 밍마 셰르파 씨의 집으로 들어갔다.

오후 다섯 시 쯤에 산책을 나섰다.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 왔다. 하늘이 무슨 조화를 부리는지, 피케 능선을 장악하고 있던 구름들이 부산해지더니 파란 하늘이 터져 나오고 거기서 눈부신 햇살이 쏟아졌다. 구름 속에서 피케로 이어지는 건너편 능선이 보인지 얼마 안 되어서 피케 정상부가 확연히 드러났다. 설산들이 나타났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는 중에 언뜻언뜻 보이는 설산은 더욱 신비스러웠다. 저녁노을이 설산에 붉게 물들고 설산을 향한 우리의 그림자가 사다리처럼 길게 뻗어가더니 다시 구름이 모여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어두워져 숙소로 돌아왔다.

 

피케 능선을 장악하고 있던 구름들이 부산해지더니 파란 하늘이 터져 나오고 거기서 눈부신 햇살이 쏟아졌다.

 

구름 속에서 피케로 이어지는 건너편 능선이 보인지 얼마 안 되어서 피케 정상부가 확연히 드러났다. 설산들이 나타났다.

 

저녁노을이 설산에 붉게 물들고 설산을 향한 우리의 그림자가 사다리처럼 길게 뻗어가더니 다시 구름이 모여 들기 시작했다

 

이날 아침 겸 점심은 감자 반찬에 쌀밥을 먹었고, 저녁은 릴두를 먹었다. 릴두는 셀파의 전통 음식 중 하나로 감자로 빚은 수제비 같은 것이다. 감자를 삶아서 완전히 식힌 다음에 껍질을 벗겨 내고서 오컬리(절구)에 넣고 초물링(절구 공이)으로 찧는다. 그러면 감자가 찰떡처럼 쫄깃쫄깃해지는데, 이것이 바로 릴두다.

셀파들은 릴두를 접시에 담고 거기에 마늘과 고추로 만든 국물을 찌그려서 손으로 떼어 먹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특별한 손님에게는 다르게 낸다. 국물 냄비를 화덕에 올려놓고 데우면서 거기에 릴두를 큼직큼직하게 떼어 넣은 후 국자로 퍼서 국수 사발에 담아 수저와 함께 내는 것이다.

릴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이다. 감자를 삶고, 식히고, 감자가 식는 동안 국물을 만들고, 감자 껍질을 벗기고, 절구질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근 두 시간이다. 화덕의 불을 쬐면서, 음식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맛을 상상하면서 지나간 두 시간은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 계속> 

 

이날 아침 겸 점심은 감자 반찬에 쌀밥. <김희수 사진>.

 

릴두는 셀파의 전통 음식 중 하나로 감자로 빚은 수제비 같은 것이다.<김희수 사진>  

 

음식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맛을 상상하면서 지나간 두 시간은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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