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자트라는 집에서 기르는 소의 노고를 위로하는 의식이다. 개에게 그랬던 것처럼 소의 목에 금잔화 꽃목걸이를 걸어 주고 소가 좋아하는 밀기울 같은 것을 대접한다. 소들은 이 날이 자기들 날인 줄 아는 것처럼 대접 받는 태도가 천연덕스럽다.
가이 자트라는 집에서 기르는 소의 노고를 위로하는 의식이다. 개에게 그랬던 것처럼 소의 목에 금잔화 꽃목걸이를 걸어 주고 소가 좋아하는 밀기울 같은 것을 대접한다. 소들은 이 날이 자기들 날인 줄 아는 것처럼 대접 받는 태도가 천연덕스럽다. 부인네들이 붉은 흙을 곱게 바른 문지방 밑 축대 위에 초콜릿 케이크 같은 똥을 한 덩어리 떨어뜨린들 야단치는 사람도 없다.
앙 다와 씨에 의하면 이런 대접을 받으며 눈물 흘리는 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 소들은 전생에 인간이었으며, 다음 세상에는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는 소들이라고 했다. 소에게 보리심이 생기기를 빌며 티카를 해 준 후에는 가족을 위하여 소처럼 일하는 부인네들끼리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고 위로하는 의미의 티카를 해 주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가이 자트라를 마치면 저녁에 있을 락시미 뿌자를 준비한다. 음식을 만들고 집 안팎에 놓을 등잔의 심지를 말고 문설주에 복을 비는 문양을 그린다. 남정네들은 붉고 푸른 전구들을 전기 줄에 줄줄이 이어 대문과 창문 등 모든 문들을 치장한다. 어두워지기 전에 길가에 늘어선 모든 집들의 붉고 푸른 전구들이 일제히 불을 밝힐 것이다. 부귀영화를 가져다주는 여신 락시미는 밝은 빛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음날인 토요일은 돌포 바잘에 장이 서는 날이라서 길에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장 서는 마을을 찾아 날마다 이동하는 장꾼들이기도 하고, 장을 보기 위해 하루 종일 걸어온 먼 산골 사람들이기도 하다. 먼 산골 사람들이 무슨 돈이 있는가. 돈 대신 감자나 옥수수를 지고 와 팔아서 돈을 만든다. 그 돈으로 쌀을 사고 소금을 사고 성냥이나 라이터도 사고 싸구려 플라스틱 팔찌도 하나 사는 것이다.
돌포 바잘을 찾아온 산골 사람들 중에는 아버지와 딸도 있었다. 라이족인 이 부녀는 어두와(생강)를 짊어지고 가가호호 다니며 문전 거래를 벌였다. 장 서기 전날부터 부지런히 팔지 않으면 다음 날 밤중까지 걸어야 집에 도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딩의 주막집에서 같이 묵었던 셰르파 부녀가 생각났다. 야크 등에 쌀자루를 지워 새벽부터 걸어서 밤늦게야 주막집에 도착했던 부녀 말이다. 나도 먼 길 데리고 다닐 착한 딸 하나 기르고 싶었다. 싸구려 플라스틱 팔찌도 하나 사 주고, 돼지고기 속 넣은 만두도 한 접시 같이 먹고 싶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