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위대한 업적 기록은 ‘마천루’ 가격·보유 수와 비례할까?

사회적으로 빈부 격차가 커지고,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둥지내몰림'으로도 쓴다 - 편집자 주)이 문제가 되고, 심지어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말이 유행하자 선수 시절 많은 돈을 벌어서 빌딩을 소유한 스포츠 스타들이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겠다며, 모임을 갖게 되었다. 메이저리그 출신이자 나이도 가장 많은 박찬호 씨가 임시회장으로 선임되었다.

유명 선수들의 현역 시절 위대한 업적 기록은 ‘마천루’ 가격·보유 수와 비례할까?
유명 선수들의 현역 시절 위대한 업적 기록은 ‘마천루’ 가격·보유 수와 비례할까?

박찬호 ; 이렇게 제 PSG(Park’s Group) 빌딩에 오신 것 환영합니다. 원래 대전 서구에 있는 빌딩으로 모시려고 했었는데 너무 먼 것 같아서 첫 모임 장소를 이곳 강남으로 정했습니다. 괜찮지요?

서장훈 ; 오~라, 빌딩이 2채라는 얘긴데,

박찬호 ; 너도 양재동 것 말구 이번에 흑석동에 또 하나 마련했다며.

이승엽 ; 빌딩 이야기는 그만들 하시구요, 사실 빌딩을 갖고 있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잖아요, 고충들이 있을 것 같은데 들어봅시다. 성수동에 있는 제 에스콰이어 빌딩은 아직도 대출을 갚고 있고, 세도 잘 나오지 않아서 골치 아픕니다.

박지성 ; 용인에 있는 제 건물은 주위에 있는 다른 건물에 비해서 비교적 싸서 그런지 세는 잘 나와요, 제가 세를 한 번도 올리지 않았거든요, 다만 건물 유지비가 많이 들고, 건물 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아서 걱정이에요.

박찬호 ; (박)지성이가 잘 얘기했어요, 오늘 우리 모임도 사실 그것(세) 때문에 모인 거예요. 건물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건물에 세 들어 사는 가게들 월세를 올리는 문제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봐요, 뭐~ 저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순전히 건물주 책임이라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가능한 한 세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서장훈 ; 그 문제라면 저는 모범생이에요, 양재동에 있는 우리 건물 주변에서는 소문이 자자하다구요, 우리 건물세가 정말 착하다구요, 그리고 한번 들어오면 잘 나가지를 않아요, 제가 따져 봤더니 평균 7년 이상 계시더라구요. 얼마 전에 산 흑석동 건물도 그렇게 유지하려고 해요. 그래서 국보급 건물을 다르구나! 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최용수 ; 국보! 말씀을 듣고 보니까 국보네요, 하지만 저는 여러분들과 조금 다른 경우예요, 신사동에 있던 낡은 건물을 사서 허물고 10억 이상을 들여서 새로 지었거든요, 그래서 초반에 세를 약간 높게 받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후로는 한 푼도 올리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다른 건물에 비해 비교적 낮은 가격에 형성이 되어 있어요.

기성용 ; 어~ 저만 아직도 현역으로 있네요, 건물도 저~ 멀리 시골~ 아~ 아니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데, 이름만 ‘성용빌딩’이라고 그럴듯하고, 세도 별로 많이 나오지 않아요. 참! 선배님들께 막내인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은데, 선배님들 현역 시절 업적 하나씩만 꼽으라면 어떤 기록을… 내세우시겠어요?

박찬호 ; (말을 막으면서) 아~ 그거 좋은 생각이야, 난 메이저리그 124승 기록이지, 아시아 최고 기록이야, 일본의 노모 히데오보다 딱 1승이 더 많아, 그래서 앞으로 124층 건물을 짓는 게 목표야.

박지성 ; 저는 월드컵 본선 3골 기록이에요, 2002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 1대0으로 이길 때 1골, 2006 독일월드컵 프랑스와 1대1로 비길 때 1골 그리고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와 경기에서 2대0으로 이길 때 두 번째 골인데, 그래서 월드컵 본선 한 골당 건물 한 채… 그러니까 건물을 2채 더 사서 3채를 소유하는 것이 목표예요.

이승엽 ; 저는 역시 홈런 기록이에요, 저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467개의 홈런을 쳤고, 일본 프로야구에서 기록한 홈런 159개를 더하면 626개에요, 제 성수동 건물 가격이 아마 460억 약간 넘을 걸요, 그래서 620억 원이 넘는 건물 하나를 더 갖고 싶어요.

서장훈 ;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뭐하지만 저는 두 가지 대기록, 한국 프로농구 개인 통산 최다득점 13,231점, 통산 리바운드 5,235개의 기록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양재동과 흑석동에 2개의 건물이 있는데, 제 군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한 2002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빼놓을 수가 없거든요, 좀 뒤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 기념으로 요즘 핫한 지역인 용산에 있는 건물을 하나 더 사려고 해요.

최용수 ; 저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기록이 있지만 아시다시피 제가 주역이 아니라 빼고 싶구요, 2000년 안양 치타스 시절은 선수로, 2012년 FC 서울에서는 감독으로 프로축구에서 두 번 우승을 차지했어요, 선수 시절 우승 기념으로 신사동 건물을 지었고, 이제 2012년 감독 시절 우승 기념으로 홈구장인 상암동월드컵 경기장 부근에 건물을 하나 더 사려고 해요.

기성용 ; (기가 찬다는 듯이) 와~ 선배님들 선수 시절 업적을 얘기해 달라니까 한결같이 건물과 연결 지으시네요, 건물에 환장한 사람들 같아요, 그래서 성남에 건물을 두 채나 가진 47살 노총각 심권호 선배가 ‘아재’들과는 놀지 않는다면서 참석하지 않았군요.

<말산업저널>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기영노 기자의 ‘스포츠 평론가 기영노의 콩트’를 연재합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기영노 콩트는 축구, 테니스, 야구 등 각 스포츠 규칙을 콩트 형식을 빌려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기획 연재입니다. 기영노 기자는 월간 <베이스볼>, <민주일보>, <일요신문>에서 스포츠 전문 기자 생활을 했으며 1982년부터 스포츠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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