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가르마'라는 셰르파 말의 뜻은 '툭 트였다' 또는 '훤하다'라고 한다. 이 마을에 조상들이 처음 들어올 때 울창한 숲을 뚫고 들어왔는데 이곳에 이르러서 숲이 끝나고 툭 트인 자리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기에 팡가르마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팡가르마 마을 전경.

 

쿰부 히말로 가는 길목이라서 서양식 롯지들이 즐비한 준베시 마을에서 개울을 따라 십리쯤 북쪽으로 들어간 골짜기에 팡가르마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은 열다섯 가구가 사는 셰르파 마을인데 집집마다 식구가 많아서 인구는 150 명이나 된다고 했다. '

팡가르마'라는 셰르파 말의 뜻은 '툭 트였다' 또는 '훤하다'라고 한다. 이 마을에 조상들이 처음 들어올 때 울창한 숲을 뚫고 들어왔는데 이곳에 이르러서 숲이 끝나고 툭 트인 자리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기에 팡가르마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개울 건너 앙 마야네 친정에 찾아가니 저녁 무렵이었다. 앙 마야의 어머니, 언니, 그리고 남동생 남겔이 어린 딸을 데리고 차례로 나타났다. 남겔의 부인은 잠시 친정에 가 있다고 했고, 아버지는 이웃 동네 초상집에 가 있다고 했다.

집안의 화덕에는 소주를 내리는 술 고리가 얹어져 있었는데, 내가 도착하자마자 마야의 어머니는 술 고리에서 금방 내린 소주를 손수 깨끗한 잔에 따라 권했다. 앙 마야의 어머니는 평생에 걸친 고된 노동과 관세음보살님께 바치는 기도로 늙은 전형적인 셀파니의 모습이었다. 거실로 오르는 계단이 끝나는 오른쪽에 그녀만이 드나드는 조그만 기도실이 따로 있었다.

앙 마야의 언니가 저녁 식사는 뭐로 준비하면 좋겠냐고 하여 나는 샥빠가 먹고 싶다고 했다. 샥빠는 우리의 수제비나 칼국수 비슷한 셀파 전통 음식인데, 앙 마야가 곧잘 만들어 주던 음식이었으므로 이제 앙 마야의 친정에 왔으니 오리지널 샥빠 맛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앙 마야의 언니 친줌 셰르파가 화덕에서 술 고리를 내리고 국솥을 올린 후 샥빠를 만들기 시작했다. 올해 41세인 친줌 셰르파는 어려서부터 골수암으로 고생했다. 최근엔 많이 좋아지긴 했으나 과로하면 뼈에서 혹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집에서 요양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앙 마야의 언니가 샥빠를 만드는 동안 나는 남겔과 더불어 그가 교장으로 종사하는 학교 '히말라야 부디스트 스쿨'에 대해 이것저것 묻다가 내 카메라가 고장이 나서 못 쓰게 된 경위를 말했더니 자기에게도 내 것과 비슷한 것이 있다고 했다. 옳다구나 싶어 당장 좀 보자고 했더니 밭 건너편의 자기 집에 가서 카메라를 가져 왔다.

그것은 내가 쓰던 것보다 오히려 한 단계 발전된 카메라였다. 내 것은 3.2 MEGA PIXELS인데 비해 그것은 5.0 이었다. 또한 모니터도 내 것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덮개식 모니터로 회전을 통해 보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었다. 탐나는 물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카메라는 학교의 재정을 후원하는 독일 단체에게 1년에 한 번 보내는 년 말 보고서에 첨부할 자료 사진을 찍는데 쓴다는 것이었다. 물론 남겔 개인의 것이 아니라, 독일 단체에서 마련해 준 학교 비품이었다. 조심스러워서 입이 안 떨어졌지만, 그 카메라만 있으면 순례를 계획대로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빌려 달라고 말해 보았다. 카트만두에 가는 즉시 앙 마야에게 맡겨 인편이 있을 때 보내 주도록 하겠다고 했다. 만일 분실하거나 고장을 내면 새 것을 사서 보내겠다고 했다. 남겔은 몇 번 고개를 끄덕인 후 선선히 빌려 주었다. 카메라를 얻게 되어 몹시 기뻤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피케 지역을 계속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날 밤, 우리는 앙 마야 친정 옆집인 남겔네 집에서 잤다. 소나무로 지은 새 집이라 소나무 냄새가 좋았다. 새벽에 마당에 나가 보니 앞산의 눈이 달빛에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달빛이 밝은 탓에 별들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달빛 가득한 하늘은 새파랗다 못해 보랏빛에 가까웠다. <계속> 

 

히말라야 부디스트 학교 건물.  
학교 현판. 
소나무 냄새가 나는 교실. 
영어 수업 흔적이 남아있는 칠판. 
총누리와 남겔. 남겔 셰르파는 이 학교 교장이다.  

 

교실 벽에 붙인 학습 자료들. 

 

교실에는 볕이 잘 든다. 
교실이 이어진 통로. 

 

수세식 변소. 변기는 인도 제품.  

 

벽에는 취사를 위한 아궁이가 있고 난방을 위한 난로도 설치했다. 

 

여학생들 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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