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무덤 쿠어스필드에서 패전 기록···고지 적응 능력 키우려면

6월 29일 메이저리그 LA다저스 류현진 투수가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난타를 당했다. 류현진은 투수들의 무덤에서 정말로 파묻힌 것이다. 4이닝 동안 볼넷 1개, 홈런 3방(9안타)을 얻어맞으며 7실점을 당해 패전투수가 되었다.

지난 4월 21일 마이애미말린스와의 경기에서 패한 이후 무려 68일 만에 패배(9승 2패)를 당했고, 방어율이 1.27에서 1.83으로 껑충 뛰었다. 또한 쿠어스필드에서의 역대 성적도 방어율이 천문학적인 숫자인 9.15(1승 4패)로 치솟았다.

류현진의 아내 배지현 씨는 야구장에서 호텔 방으로 들어올 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방에 들어서자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6월 29일 메이저리그 LA다저스 류현진 투수가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난타를 당했다(사진= LA Times).
6월 29일 류현진 투수가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난타를 당했다. 로버츠 감독에게 공을 넘기는 류현진 선수(사진= LA Times 갈무리).

“현진 씨! 6.29선언 아시죠!”

“!?!”

“그렇죠, 모르시겠죠, 32년 전인 1987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민주화의 물결에 떠밀려서 6.29 항복 즉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인 날이에요.”

“그런데 6.29 항복이 나와 무슨~ 아!”

“그래요 오늘(6월 29일) 항복하세요, 내가 지난 3월, 시즌 시작되기 전에 그랬죠, 우리 덴버에서 한 달 살기 하자구요?”

“그랬었지, 하지만 그때는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

“내가 이래 봬도 야구전문 아나운서 출신이에요, 현진 씨의 과거 기록을 쭉 살펴봤더니 쿠어스필드에서의 방어율이 너무 나빠요”

“아마 다른 곳은 평균 2점대라면 쿠어스필드에서는 7점대였을걸~”

“잘 아시네요.”

“그런데 다른 투수들도 다 그랬어, (박)찬호 형도 통산 방어율이 4.40인데 반해 쿠어스필드 방어율은 6.95로 좋지 않았었고, 사이영상을 밥 먹듯이 받았었던 그래그 매덕스, 페드로 마르티네즈, 워싱턴 내셔널스 에이스 맥스 슈어저 심지어 우리 팀의 에이스였던 클레이튼 커쇼도 마찬가지라구, 나만 그런 것이 아니야”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

“1996년 9월 17일 당시 박찬호 선수와 함께 LA다저스에 있었던 일본의 노모 히데오 투수가 콜로라도 로키스팀을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어요, 당시 콜로라도 타선이 약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어요, 엘리스 벅스, 안드레스 갈라라가, 비니 카스티야 등 강타자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었어요.”

“노모 히데오는 당시 포크볼을 가장 잘 던지는 투수였어, 포크볼이 잘 떨어지면 그러니까 잘 긁히면 맞더라도 땅볼이기 때문에 병살타가 많이 나온다구, 떨어지는 공 계열의 공이 쿠어스 필드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었다구.”

“그러면 좋아요, 콜로라도 로키즈팀의 선발 투수였던 김선우 선수가 2005년 9월 2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9이닝 3안타 1볼넷 무실점(6대 0승)으로 완봉승을 따냈어요, 당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팀에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타자인 배리 본즈(3타수 무안타)가 있었어요, 김선우 선수의 주 무기는 150km 안팎의 포 심에 140km대 후반의 투심 그리고 커터와 슬라이더에요, 커브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으려고 가끔 던졌고, 포크볼도 한 경기 한 개 정도 던졌어요. 그러니까 체인지업과 포크볼 등 떨어지는 계열의 공이 없이 쿠어스필드에서 완봉승을 거둔 거예요, 당시 김선우 선수는 덴버에 살면서 고지에 적응했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받쳐준 거라구요.”

“~~~”

“앞서 내가 말을 하지 않았었는데요, 노모 히데오 선수도, 자신이 등판하기 5일 전부터 쿠어스 필드에 미리 와서 고지 적응 훈련을 한 후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거예요.”

“(김)선우 선배는 덴버에서 살면서 고지 적응이 되어있었고, 노모는 선발 등판하기 며칠 전부터 덴버에 와서 고지 적응 훈련을 했었구만.”

“네, 맞아요, 그래서 지난 3월에 당신에게 내가 LA에 있는 우리 집을 근거로 하고, 덴버에 잠깐 씩이라도 살자고 한 거예요, 당신 오늘 경기 3회부터 호흡이 거칠었었고, 5회 들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난타를 당한 거예요.”

“그러니까 쿠어스 필드를 극복하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 그래서 덴버에서 살면서 적응을 해야 한다.”

“바로 그거예요, 포심은 말할 것도 없고 체인지업, 커터, 커브 모두 체력적으로 받쳐줘야 공 끝이 힘이 있고, 날카로운 거라구요, 5회부터 공 끝이 밋밋해지니까 정신없이 얻어맞더라니 깐요.”

“그러니까 미리 덴버에서 고지 적응을 하자는 거지, 그런데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쿠어스필드에서 던질 일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제가 경기 일정을 봤더니 올 시즌 LA 다저스와 콜로라도 로키스팀 경기는 앞으로 9번 남아 있어요, 9월 3일부터 3연전, 9월 21일부터 3연전 등 6경기는 다저스타디움에서 경기를 갖지만,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3연전은 또 쿠어스필드에요, 투수 로테이션이 크게 변동이 없으면 7월 30일이나 7월 31일 경기 중 한 경기는 당신이 선발 등판해야 해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구요, 덴버 오케이!”

“음~ 덴버에서 한 달 살기!”

<말산업저널>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기영노 기자의 ‘스포츠 평론가 기영노의 콩트’를 연재합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기영노 콩트는 축구, 테니스, 야구 등 각 스포츠 규칙을 콩트 형식을 빌려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기획 연재입니다. 기영노 기자는 월간 <베이스볼>, <민주일보>, <일요신문>에서 스포츠 전문 기자 생활을 했으며 1982년부터 스포츠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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