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충성하지 않고, ‘무문농법’ 흑역사 탈피 국민 신뢰받아야

판관 포청천(999~1062)은 송나라 시대의 청백리다. 자는 희인, 이름은 증, 호는 청천으로, ‘포공’으로 불리는 포청천은 강직하고 청렴한 관직 생활로 중국에서 생전부터 사후까지 칭송받는 인물이다. 그를 주인공으로 『포공안』, 『포룡도판백가공안』, 『용도공안』, 『삼협오의』, 『칠협오의』 등 수많은 문학 작품들이 쓰여졌고, 한국에서는 1993년 KBS에서 방송한 홍콩 드라마 〈판관 포청천〉을 통해 유명해졌다.

송나라 여주부(廬州府) 합비현(合肥縣)에서 하급 관리 포원외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1027년 진사과에 급제하여 건창현(建昌縣) 지현에 임명됐다. 연로한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사임했고, 부모님의 묘소를 지키다 친척과 고향 사람들의 거듭되는 간청을 받아들여 1037년 관직에 복귀했다. 그는 여러 지방의 지방관을 역임하면서 가는 곳마다 과중한 세금을 경감하고, 억울한 사건들을 해결해 주고, 범죄자들을 엄하게 다스려서 많은 존경을 받았다. 감찰어사 시절에는 고관들의 부당한 처사를 탄핵하고, 관료들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정책을 제안했으며, 황제가 측근이나 관료들에게 하사한 특권을 거두어들일 것을 건의했다. 대단히 용감한 행동이었다. 그는 관청의 문을 열어 놓고 민원이 있는 백성은 누구나 관청에 매달린 북을 쳐 상소할 수 있게 했으며, 관리들이 강변의 공유지를 사유지화해 백성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데 대해 관리들의 개인 화원과 누각을 모두 철거해 버렸다. 고관대작을 가리지 않고 공정한 판결을 내리고 부패와 비리를 척결하면서, 탐관오리들은 포증을 매우 두려워했다. 강직하고 부정한 것에 대해서는 한 치의 여지도 주지 않았던 그의 생활은 평범한 백성들의 생활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이 소박했다. 그는 부정부패한 사람들에게 이용되는 것을 두려워해 친척이나 친구들과도 거리를 두고 살았다. 그야말로 청백리이자 백성의 편에 선 진정한 판관이었던 것이다.

 

황제-고관대작-탐관오리의 불법 엄단한 ‘포청천’, 윤석열의 소신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함에 따라 문무일 현 총장 임기가 끝나는 25일 취임할 예정이다. 윤 차기 총장은 정치권력의 외압을 폭로하며 보여준 소신과 국정농단·사법농단 단죄 수사를 통해 쌓은 신뢰로 국민적 지지를 받아왔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부당한 권력의 농단과 권력에 기웃거리며 충성경쟁을 하던 검찰의 행태를 질타하고, 소신있는 검사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사법연수원 23기 수료 후 1994년 검사로 임용되면서 법조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 4학년 때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하였으나 2차에서 떨어진 후 9년간 낙방하고,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기에 다른 사법연수원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아 어려움이 많았다.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서 근무 중 2013년 4월부터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활동했던 그는 당시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직원을 체포하는 원칙주의와 소신의 행보를 보였다. 특별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던 윤석열 차기 총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기면서 국민들의 신망을 얻었다. 그에게서 판관 포청천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의 삶과 이력이 입중하고 있다.

그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위증 논란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에 임명된 배경에는 시대적 과제인 검찰 개혁에서도 성과를 내주기를 바라는 국민적 기대가 담겨 있다. 윤 차기 총장은 국회에서 약속한 대로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가 걸어야 할 길은 권력앞에 충성경쟁을 하고, 검찰이기주의에 빠진 전임자들의 모습이 아니라 추상과 같이 원칙과 국민에 대한 충성을 실천한 판관 포청천의 길일 것이다.

그의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다. 검찰 개혁에 대해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은 제도의 설계자가 아니라 정해진 제도의 충실한 집행자”라며 원칙적인 동의 의사를 밝혔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수사권 조정 역시 실천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윤 차기 총장은 “검찰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는 데 깊이 공감한다”며 “국민의 입장에서 검찰의 조직과 제도, 체질과 문화를 과감하게 바꿔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검찰의 조직이기주의가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서 출발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개혁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시대적 지상과제다. 그는 국회에서 “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이 자리에서 정치적 중립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던 것처럼 검찰개혁과 정치적 중립 준수에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거짓말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와 해명을 통해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권력자에 줄서는 ‘무문농법’에서 벗어나, ‘법의 원칙’ 지켜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매우 차갑다. 사마천 사기의 화식열전에 나오는 사자성어 '무문농법'(舞文弄法, 춤출 무, 글월문, 희롱할 롱, 법법)을 새겨야 할 것이다. 이는 '관리들이 법률 지식을 악용하여 법을 자기 입맛이나 권력자의 구미에 맞도록 조작함으로써 사사로운 이익을 챙기고,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검찰이 보여온 태도 그 자체다. ‘무문왕법(舞文枉法)’ ‘무문농묵’(舞文弄墨)으로 불리는 참담하고 부끄러운 과거 검찰의 모습에서 환골탈태해 면모를 일신해야 할 것이다.

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로마의 황제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유는 법률의 보호를 받아 처음으로 성립한다. 이세상에 법 외에 자유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원칙과 신뢰를 받는 법치주의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인도의 성인으로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의 "부당한 법은 그 자체가 일종의 폭력이다. 그 법률 위반에 대한 체포는 더한 폭력이다"라고 설파했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법은 존재할 수 없다는 표현일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국정농단 시대에 무참하게 유린된 우리 헌법과 법률,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성찰을 통해, 촛불혁명이 제시하는 시대적 소명을 새겨야 할 것이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에 실망했으면서도 아직은 기대를 거두지 않은 분들’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며 “검찰의 주인이자 의뢰인은 국민”이라고 했다. 부정부패, 불법과 탈법을 서슴지않아온 여야 정치권과 권력에 대해 추상과 같은 법의 엄정함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두려워한다는 세간의 소문들이 그의 냉철한 법치주의를 예고하고 있다. 반면 어렵고 힘없는 국민을 보호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도 중요하다. 그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포청천 검사’가 되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총장’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윤석열 청장의 어깨에 대한민국 검찰과 역사의 미래가 걸려있다.

윤석열 검찰시대, 국민과 역사를 섬기는 포청천이 되길 바라는 국민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과거 국정농단 시대처럼 권력에 충성하지 않고, '문무농법'의 흑역사를 탈피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 검찰의 미래를 밝힐 것이다.
윤석열 검찰시대, 국민과 역사를 섬기는 포청천이 되길 바라는 국민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과거 국정농단 시대처럼 권력에 충성하지 않고, '무문농법'의 흑역사를 탈피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 검찰의 미래를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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