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4일 정오 무렵, 카트만두 시내에 하얀 꽃잎 같은 눈이 펄펄 날렸다. 네팔 현지인들은 난생처음 눈을 본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반겼다. 카트만두에 눈이 내리기는 실로 62년 만의 일이다. 나도 덩달아 들떠서 펄펄 날리는 눈을 맞으며 앙 도로지 셰르파를 찾아갔다. 그는 내가 가서 걷게 될 피케 기슭이 고향이어서 피케에 관한 풍부하고 생생한 정보를 주고 있었다.

또한 그의 고향 사람들을 트레킹 가이드나 포터로 소개해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앙 도로지는 엄연한 네팔 사람이지만, 우리 한국인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를 잘 아는 사람도 가끔은 그런 착각을 한다. 30년 가까이 한국인을 상대하면서 표정이나 말씨까지 한국인과 같아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수많은 한국 산악인과 형님 아우님으로 부르는 처지가 되었다. 더욱이 그는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어학당 출신이며 한국에서 요리 학원도 다녔다.

나는 네팔에 처음 갔던 1991년부터 그의 도움을 받았는데, 특히 내가 네팔로 이주하여 살았던 9년 동안 가장 든든한 이웃이 되어주었다. 앙 도로지로부터 간간이 들은 바에 의하면 피케 능선의 큰 고개들은 솔루쿰부와 오컬둥가 지방에서 카트만두로 통하는 관문이다. 해발고도 4 천 미터를 조금 웃도는 정상에 오르면, 네팔 서부에서 동부에 이르는 대산맥 히말라야를 파노라마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피케에서 사방으로 뻗은 능선에는 오래된 곰파(티베트 불교 사원)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곰파 밑에는 역시 오래된 산촌들이 흩어져있다고 했다.

앙 도로지의 고향인 빠쁘레 역시 바로 그런 산촌 가운데 하나이고, 그곳의 한 곰파는 앙 도로지가 출가하여 승려 생활을 한 곳이기도 하다. 앙 도로지는 카트만두에 자리를 잡은 이후에도 일 년에 한두 번은 고향에 다녀오는데, 고향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했다. 봄이면 피케 분지 주변에 네팔의 나라꽃 랄리구라스가 지천으로 피어나고, 여름에는 야크를 방목하면서 야크 치즈를 만들고, 불단佛壇에 피우는 천연 향의 일종인 둡을 무진장으로 딴다고 했다.

그곳을 찾는 외국인 여행자는 극소수여서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서양식 여인숙이나 식당은 전혀 없고, 현지인을 위한 주막집이 간간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른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기슭인 쿰부 지역이 관광 특구로 상업화되면서 가면 갈수록 은근한 거부감을 느껴온 나로서는 앙 도로지의 고향 피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그날, 그러니까 카트만두에 62년 만에 축복의 눈이 내린 날, 드디어 피케 순례를 결심한 나에게 앙 도로지가 말했다. ‘올해는 피케 정상 부근 고원 지대에 눈이 유난히 많이 와서 식량과 야영 장비 없이 혼자 접근하기는 무리다. 눈이 다 녹은 4월 초순에 한 명의 포터라도 데리고 가는 것이 무난하다라고.

그러나 나는 어머니가 팔순을 맞는 3월 중순 전에는 귀국해야 했으므로 4월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결국 223일에 포터 한 명만 데리고 출발하여 피케 주변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눈이 더 이상 오지 않고, 기왕에 온 눈이 어느 정도 녹는다면 피케 정상에 올라 대산맥의 파노라마를 보겠다는 기대를 아주 놓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앙 도로지는 자신의 조카인 총누리 셰르파를 내게 소개해주면서 피케를 에워싼 주변 마을을 한 바퀴 도는 14 일짜리 일정표도 짜주었다. 그 일정표에는 우선 피케 남쪽으로 내려가 그들의 고향인 빠쁘레 마을에서 이틀을 묵는 일정도 들어있었다. 피케 남쪽 지방을 먼저 순례하는 이유는 피케 북쪽 고개에 쌓인 눈이 녹을 때까지 시간을 벌자는 것이기도 했다. <계속>

 

 

(1) 이 날 저녁 네팔 텔레비전들은 일제히 시내 곳곳에서 눈을 맞으며 즐거워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뉴스로 보여 주었다. 다음날 조간신문들도 카트만두 분지 곳곳의 설경을 두 면에 걸쳐 특별 화보로 실었다. 카트만두 시내에 눈이 내려 쌓인 일은 실로 62 년 만에 일어난 일이며, 시민들은 이를 ‘신의 축복’으로 믿는 것이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일대의 분지는 아열대 기후에 속하므로 겨울철에도 온난하여 여러 종류의 꽃들이 다투어 피어난다. 물론 카트만두 분지를 둘러싼 해발 2000 미터 이상의 산봉우리에는 겨울철마다 눈이 내려 쌓인다. 그러나 해발 고도가 1400 미터 정도인 카트만두 시내에는 눈 대신 비가 내린다. 네팔 사진작가 마니 라마(Mani Lama 1947년 생) 씨에 의하면 1945 년에 출생한 그의 누나의 첫 이름(first name)이 눈이라는 뜻의 ‘히웅’인 것은 그녀가 출생하던 날에 ‘축복’의 눈이 내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저녁 네팔 텔레비전들은 일제히 시내 곳곳에서 눈을 맞으며 즐거워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뉴스로 보여 주었다. 다음날 조간신문들도 카트만두 분지 곳곳의 설경을 두 면에 걸쳐 특별 화보로 실었다. 카트만두 시내에 눈이 내려 쌓인 일은 실로 62 년 만에 일어난 일이며, 시민들은 이를 ‘신의 축복’으로 믿는 것이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일대의 분지는 아열대 기후에 속하므로 겨울철에도 온난하여 여러 종류의 꽃들이 다투어 피어난다. 물론 카트만두 분지를 둘러싼 해발 2000 미터 이상의 산봉우리에는 겨울철마다 눈이 내려 쌓인다. 그러나 해발 고도가 1400 미터 정도인 카트만두 시내에는 눈 대신 비가 내린다. 네팔 사진작가 마니 라마(Mani Lama 1947년 생) 씨에 의하면 1945 년에 출생한 그의 누나의 첫 이름(first name)이 눈이라는 뜻의 ‘히웅’인 것은 출생하던 날에 ‘축복’의 눈이 내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1. (2) (3) Ang Dorjee Sherpa 앙 도로지 셀파 씨가 백지에 메모해 준 일정표를 기초로 한 우리의 실제 일정 은 아래와 같았다. 제 1일 / 2월 23일 / KTM - JIRI .......... by bus 제 2일 / 2월 24일 / JIRI - MALI DANDA - SHIVALAYA - DEURALI - BANDAR - JULKU 제 3일 / 2월 25일 / JULKU - BUSINGA - NAMIDALA 제 4일 / 2월 26일 / NAMIDALA - KINGGURDING GOMPA - DULKARKA - PHAPRE 제 5일 / 2월 27일 / PHAPRE 휴식 제 6일 / 2월 28일 / PHAPRE - MAIDALI - THUKSINDU - TOLU GOMPA - JAPREBAS 제 7일 / 3월 1일 / JAPREBAS - KAMDING - BITAKARKA - PHAPLU 제 8일 / 3월 2일 / PHAPLU - JUNBESI - PANG GARMA 제 9일 / 3월 3일 / PANG GARMA - PHUNGMOCHE - PANG GARMA GOMPA- JUNBESI 제10일 / 3월 4일 / JUNBESI - RAMIJULA LA - SETE 제11일 / 3월 5일 / SETE - KENJA - BANDAR - DEURALI 제12일 / 3월 6일 / DEURALI - THODUNG GOMPA - SHIVALAYA 제13일 / 3월 7일 / SHIVALAYA - MALIDANDA - JIRI 제14일 / 3월 8일 / JIRI - KTM ..........by bus
    앙 도로지 셀파 씨가 메모해 준 일정표를 기초로 한 우리의 실제 일정은 아래와 같았다. 

제 1일 / 2월 23일 / KTM - JIRI .......... by bus 제 2일 / 2월 24일 / JIRI - MALI DANDA - SHIVALAYA - DEURALI - BANDAR - JULKU

제 3일 / 2월 25일 / JULKU - BUSINGA - NAMIDALA

제 4일 / 2월 26일 / NAMIDALA - KINGGURDING GOMPA - DULKARKA - PHAPRE 제 5일 / 2월 27일 / PHAPRE 휴식 제 6일 / 2월 28일 / PHAPRE - MAIDALI - THUKSINDU - TOLU GOMPA - JAPREBAS 제 7일 / 3월 1일 / JAPREBAS - KAMDING - BITAKARKA - PHAPLU 제 8일 / 3월 2일 / PHAPLU - JUNBESI - PANG GARMA 제 9일 / 3월 3일 / PANG GARMA - PHUNGMOCHE - PANG GARMA GOMPA- JUNBESI 제10일 / 3월 4일 / JUNBESI - RAMIJULA LA - SETE 제11일 / 3월 5일 / SETE - KENJA - BANDAR - DEURALI 제12일 / 3월 6일 / DEURALI - THODUNG GOMPA - SHIVALAYA 제13일 / 3월 7일 / SHIVALAYA - MALIDANDA - JIRI 제14일 / 3월 8일 / JIRI - KTM ..........by bus

PIKE - 4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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